2020년 2월 7일, 교육부 주관 제 1회 학교협동조합 우수사례 공모전 결과가 발표됐다. 공모전 결과 삼각산고등학교가 대상, 현암고등학교와 국사봉중학교가 최우수상, 금병초등학교가 우수상, 구로고등학교가 장려상을 수상했다.
공모전에서 삼각산고는 사회적가치 확산, 현암고등학교는 탄탄한 경영 시스템 구축, 국사봉중학교는 학교와 마을이 연계한 생태에너지 분야 개척, 금병초는 학교협동조합 교육과정 포함, 구로고는 조합간의 연계 활동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수사례로 선정된 5개 학교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전달한다.

국사봉중학교 학교협동조합은 마을결합형 생태에너지 교육과정으로 교육부 학교협동조합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국사봉중학교는 마을과 함께 학교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학교 내 발전기를 보고 자연스럽게 환경을 이해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나갔다. 

국사봉중학교가 에너지 교육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학교가 위치한 마을의 영향이 컸다. 국사봉중학교는 성대골이라는 에너지 자립 마을 안에 위치한다. 에너지 자립 마을이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생산하는 마을 공동체를 말한다.

성대골은 12년에 서울시 에너지 자립 마을로 인증을 받았다. 성대골에는 ‘마을닷살림협동조합’, ‘성대골 에너지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조직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런 마을 활동가들이 국사봉중학교와 손을 잡았다. 

김임영 국사봉중학교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에너지 교육을 시작으로 학교 발전기 설치 등으로 학교협동조합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마을과 학교가 힘 합쳐 생태에너지 교육하고 발전기 설립해

김임영 국사봉중학교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시작은 성대골의 협동조합들과 협력한 생태에너지 교육이었다”고 말했다. 교육이 점차 기후에 관한 문제로 넓어졌고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논의가 이뤄졌다.

"우리가 떠올린 건 학교 내 태양광 발전기었어요. 성대골 마을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마을, 학교, 선생님, 학생 모두가 힘을 합쳐 16년에 국사봉중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하고 학교에 발전기를 세웠습니다. 지금은 만들어낸 전기를 역으로 한전에 팔고 있습니다. 한 달 단위로 팔아 번 수익은 다시 활동에 투자합니다."

학교협동조합의 주요 활동인 에너지수업은 10년 넘게 활동한 성대골 마을 환경운동가들이 직접 진행한다. 교육을 기반으로 학교협동조합에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변화도 찾아왔다. 수동적인 교육이 아니라 경험으로 깨닫는 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김임영 이사장은 “아이들이 협동조합에서 기후와 관련된 활동을 체험하며 사회적경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사봉중학교는 협동조합에서 아이들의 참여를 중요하게 여긴다. 가장 대표적으로 ‘봉봉 마켓’이라는 모의 창업 프로그램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조합원인 학생들은 팀을 나누어 각각 20만원의 예산으로 친환경 사업을 기획했다. 기후 관련한 뱃지를 만들거나 음료를 팔 때 텀블러 할인 사업 등을 운영했다. 

최소옥 선생님이 '햇빛학교 프로젝트'를 주제로 국사봉중 학교협동조합의 설립 취지와 지난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지구야 꽃길만 걸어" 일상 속 환경 교육이 학생들의 인식을 바꿨다

지난 2월 18일, 국사봉중학교가 ‘손수건부터 태양광까지’라는 구호로 학교의 장기 생태교육을 다짐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최소옥 선생님은 “나이가 많이 먹은 선생님은 그냥 지금처럼 살면 돼요. 하지만 여러분은 그게 아니죠. 자네들은 아직 100년이 남았어”라며 수업 분위기를 풀었다. 현재 진행형인 기후 문제를 센스 있게 짚어낸 말이었다. 아이들이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김소옥 선생님은 국사봉 중학교 협동조합에 대한 설명을 다시 이어나갔다. 

“2011년에 후쿠시마 문제가 터지고 아직도 깨끗하게 해결되지 않았어요. 그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남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생겨났죠. 우리 마을인 성대골이 직접 생태계를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먼저 성대골 마을협동조합이 생기고 우리 학교도 미래세대인 여러분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학교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국사봉중학교 옥상에 있는 태양광 발전기의 발전량을 보여주는 현황판.

현재 국사봉중학교의 옥상에 설치된 햇빛 발전소는 연간 소나무 110그루를 심는 효과를 낸다. 모든 조명은 LED로 발전기에서 얻은 전력을 사용한다. 중앙난방을 사용하지 않아 무공해 에너지를 쓰는 것에도 부담이 없다. 최소옥 선생님은 “우리 학교가 다른 곳에 비해 냉난방이 잘 되는 이유를 알겠죠?”라고 질문을 던지자 교실에 웃음꽃이 폈다.

최소옥 선생님의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손수건 만들기 활동을 시작했다. 다들 진지한 얼굴로 손수건을 받아들고 그들만의 생각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이 문구는 어때요?”라든가 “이렇게 말하면 더 멋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마을 교사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어색함이나 불편함은 없었다.

학생들의 손수건 문구는 다양했다. “야, 너도 환경 지킴이 할 수 있어”부터 “탄소 제로로 꽃길만 걷게 해줄게”까지 재치있는 문구가 가득했다. “지구야 그만 변해. 내가 변할게”라는 문구를 적은 친구는 선생님들이 “멋있네~”라고 칭찬하자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각자 자리로 돌아간 학생들은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국사봉중학교 학생들이 손수건 만들기 활동을 마치고 자신이 직접 만든 손수건을 보여주고 있다.

학생들은 각자 다양한 이유로 학교협동조합에 들어왔다. 방채령 학생은 ‘중학교에 들어와서 새로운 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들어왔고 김찬휘 학생은 ‘언니들도 조합원이라’ 함께 들어온 경우였다. 각자 이유는 달랐지만, 학생들은 협동조합에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고 말한다. 이서연 학생은 “오늘처럼 마을에 계신 선생님들에게 수업을 받을 때는 마음이 편안하다”며 “친구의 부모님들이 많으시니까 친숙해서 좋다”고 말했다. 손새린 학생은 오늘 손수건 만들기 수업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늘 교육은 다른 학교에서 할 수 없는 활동이잖아요. 기후에 대해 알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누군가보다 빨리 올바른 인식을 갖게 되는 거니까요. 앞으로도 기후를 위한 연설대회나 생태 축제에 많이 참여하고 싶어요. 지금처럼 학교 선생님, 마을 선생님, 부모님이 각 분야의 주체가 돼서 활동하는 거예요”

마을, 학교, 학생까지...협동조합을 이끄는 바탕에는 '편안함'

활기차던 아이들이 빠져나간 자리. 마을 조합원 선생님 4명이 뒷정리를 마치고 모여 앉았다. 피곤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오늘 애들이 기분이 좋네”하고 미소지었다. 마을 조합원은 학교에 들어오면서 학생들과 특별한 교감을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영란 조합원은 "개구쟁이일 것만 같은 아이들도 기후 메시지를 듣고 성장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정익 마을 조합원은 “마을에서도 만나기 때문에 학교에서 봐도 어색하지 않다”며 “낯선 누군가가 아니라 얼굴을 아는 이웃이라 더 반겨주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낀다는 건 학생과 마을 선생님 인터뷰에서 공통으로 언급된 사항이었다. 그들에게 사실을 전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마을 선생님들은 “애들도 그렇게 얘기했나요?”, “신기하다”며 연신 감탄했다. 김소영 마을 이사는 “마을이라서 품게 되는 것 같다”며 “손이 안으로 굽듯이 마음이 가는 거다”라고 말했다.

국사봉중학교 교사들과 마을 조합원들의 모습. 왼쪽부터 마윤종 교사, 한영란 조합원, 차은주 마을 교육팀장, 김소영 마을이사, 박정익 조합원, 최소옥 교사. 

'햇빛학교'가 되는 날까지...학생들이 만드는 친환경 미래 꿈꿔

국사봉중 학교협동조합은 에너지 자립도 100%인 '햇빛학교’가 되는 날을 꿈꾸고 있다. 

먼저 발전기를 확대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매점에 집중된 수익구조를 발전기 중심으로 가져올 계획이다. 김임영 이사장은 “학교부터 저탄소 배출을 위해 노력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기후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과 에너지, 기후에 대한 교육 과정도 꾸준히 개발할 계획이다. 최소옥 교사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에너지 교육을 정규과정으로 늘려갈 예정”이라며 “오늘 손수건 만들기 행사처럼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남다른 시각으로 환경을 바라본 학생들이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기대도 있다. 김소영 마을이사는 “협동조합 1기였던 학생들은 지금 다 졸업했다”며 “이 친구들이 사회에 나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진로를 가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차은주 마을 교육팀장은 “아이들에게 직접 답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갔다”며 “점차 삶의 주체로서 문제를 생각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생겼다”고 전했다.

성대골에서 환경을 생각하고 함께 숨쉬었던 학생들이 사회에 나오고 있다. 그들이 바꿀 친환경 사회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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