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가치가 화두다. 현 정부의 핵심 철학으로 사회적가치가 선포되면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에서도 공공성이 중요해졌다. 많은 공공기관들이 사회적경제 조직과 협력하는 등 발걸음이 빨라졌다. 개별 공기업의 고유한 사업 가치가 여러 사회적경제 분야와 만나 사회적가치로 확대되는 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로운넷>은 사회적경제와 동행에 나선 대표적 공공기관을 만나 이들이 추진하는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 사업을 살펴본다.

“도서관과 서점 모두 책을 매개로 지역주민들에게 서비스 하는 지역문화공간입니다.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갖게 됐고, 현재까지 지역서점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이하 공단)은 서대문구에서 공공 시설물을 위탁받아 관리 운영하며, 가까운 곳에서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특히 2016년부터는 ‘도서구매를 통한 지역서점 활성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으로 공단이 관리하는 구립도서관의 약 2억원(연간)의 자료구입 예산 중 일반도서는 지역서점과 수의계약을 통해 구매중이다.

공단의 이같은 노력은 지역서점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대형서점이 시장을 독식하면서 설곳이 사라졌던 지역서점들이 점차 살아나기 시작했고, 서대문구에 소재한 6개의 지역서점 대표자들은 서대문서점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 외에도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외국인 야간 감옥 체험, 독립의 별을 따라 걷다’ 사업을 진행하며, 사회적기업과 협력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 하고 있다.

서울시 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전체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김경미 경영안전팀장과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지역사회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공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경미 서울시 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경영안전팀장./사진=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김경미 서울시 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경영안전팀장./사진=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Q. 서울시 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공단은 2004년 1월 설립돼 체육시설, 문화·역사시설, 주차시설, 자원화시설 등 6개 분야 총 17개소에서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독립과 민주의 현장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시민들의 여가 문화와 건강을 책임지는 서대문문화체육회관, 책을 통해 지식·문화 공유와 지역주민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잡은 이진아기념도서관 그리고 2개의 구립도서관(남가좌새롬, 홍은도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공영주차장, 거주자우선주차 등 주차시설과 대학생 임대주택, 궁동체육관과 홍제배드민턴장 등의 실내체육시과 서울시 창업지원센터, 난지음식물류 자원화시설 등 다양한 시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공단이 창립하던 2004년도에 입사해 17년째 서대문구도시관리공단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혁신기획팀장, 주민들의 주차관리를 책임지는 주차사업팀장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지금은 공단 운영 전반에 필요한 예산, 경영 전략 수립 등 공단 전체 살림을 책임지는 경영안전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10월 27일에 진행된 지역서점 연계 독서문화 프로그램. 전문 북큐레이터들이 서점에 방문해 큐레이션 및 촬영을 진행했다./사진=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10월 27일에 진행된 지역서점 연계 독서문화 프로그램. 전문 북큐레이터들이 서점에 방문해 큐레이션 및 촬영을 진행했다./사진=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Q. 공단에서 진행하는 ‘도서구매를 통한 지역서점 활성화 사업’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쉽게말해 지역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하는 사업입니다. 우리 공단이 운영하는 구립도서관에서는 매년 예산을 확대해 지역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2016년 8900만원, 2017년 9200만원, 2018년 1억800만원, 2019년 1억1700만원, 2020년 2억200만원(예정)의 도서를 구매했습니다.

2018년부터는 지역서점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책’ 프로그램을 지원해, 2개의 지역서점에서 저자강연회 등 3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요. 이와 더불어 2019년부터는 서대문 책으로 축제에서 지역서점 도서 판매 부스를 운영 중 입니다. 올해에는 지역서점 3곳에서 ‘찾아가는 북큐레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구립도서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중계해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Q. 추진하시는 사회적 가치 활성화 사업이 타 구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이전에는 각 자치구별로 도서관에서 도서를 구매할 때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고, 도서를 구입했었습니다. 우리 공단도 매년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고 도서를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서점 활성화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지역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지역서점과 공단이 처음 계약을 맺고 도서를 구매할 때만해도 계약 서류 처리, 기한 내 도서 납품 등에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공단과 지역서점이 수평적 관계에서 논의하고 방법을 찾으며 해결책을 찾아냈습니다.

그 결과 2018년에는 서대문구 내 6개 지역서점 대표님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경제기업(서대문서점협동조합)을 결성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 9일 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과 서대문서점협동조합 업무제휴 협약식 모습. 지역서점 대표자들과 구립도서관장, 직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지난 4월 9일 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과 서대문서점협동조합 업무제휴 협약식 모습. 지역서점 대표자들과 구립도서관장, 직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Q.협동조합까지 설립하셨다는게 흥미롭습니다. 협동조합을 설립한 이후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공단과 계약할 때 각각의 지역서점이 아닌 협동조합과 계약을 진행하게 됐고, 창구가 일원화되고 행정적 업무 처리가 간소화 되면서 업무 진행이 빨라졌습니다. 지역서점 대표님들도 행정 처리가 편해지고, 도서 판매로 발생하는 수익금을 조합원들이 나누는 형태로 운영돼 회계 처리도 투명합니다.

또 사회적경제기업인 서대문서점협동조합에서는 공단과의 거래를 통해 발생한 수익금의 일부로 책을 구매해 소외계층에게 기증하는 등 사회적으로 환원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어 지역사회에서도 모범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10월 28일 진행된 지역서점 연계 독서문화프로그램 중 하나인 찾아가는 북큐레이션 모습.전문북큐레이터들이 서점에 방문해 북큐레이션을 진행했다./사진=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10월 28일 진행된 지역서점 연계 독서문화프로그램 중 하나인 찾아가는 북큐레이션 모습.전문북큐레이터들이 서점에 방문해 북큐레이션을 진행했다./사진=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Q. 지역서점 활성화 사업이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많은 지역서점들의 주요 수입원은 문제집, 교재 등의 판매입니다. 운영 환경 역시 1인이 운영하는 방식으로 매우 열악합니다.

하지만 지역서점은 온라인서점, 대형서점이 등장하기 전부터 적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 간 지역에서 운영되며 지역의 문화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단의 지역서점 활성화 사업은 지역서점에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지원하며, 주민들에게 문화를 확장시키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진행한 ‘찾아가는 북큐레이션’ 프로그램은 큐레이션을 진행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되는 1인 운영 지역서점에 전문가 인력을 지원해 서점 운영에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Q. 지난해 ‘서울시 서대문구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 조례’가 지정됐습니다. 조례 지정 이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조례는 △지역서점의 정의 △구청장의 책무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계획 △지역서점과의 우선조달계약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중 지역서점 등과의 우선조달계약 항목에 구립도서관 및 관내 학교에서 도서 구매시 지역서점에서 우선 구매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지역서점과의 도서 구매 계약 시 근거 조항으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조례가 지정된 이후 지역서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지역 내 학교와의 거래도 증가했다고 합니다.

Q. 코로나19로 인해 공단은 물론이고, 지역서점도 직격탄을 맞았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 공단에서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및 지역서점 방문객 감소, 각 급 학교의 개학 연기 및 공공기관이 휴관하면서 지역서점의 도서 구입량이 급감했습니다. 지역서점 역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입니다.

공단에서는 올해 지역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할 때 할인 없이 도서 정가 그대로 구매하기로 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도서 완전 정가 구매를 통해 코로나19로 경영난에 처한 지역서점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코로나19로 사업부서 휴관이 장기화되면서 사업장의 정상화와 주민 안전에도 고민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안전대책을 발 빠르게 수립하고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열화상카메라 등 방역물품 구매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는 등 사업부서의 운영재개를 도왔습니다.

지역서점에서 도서관에 납품한 도서./사진=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지역서점에서 도서관에 납품한 도서./사진=서대문구 도시관리공단

Q. 향후 사회적 가치 확대를 위한 공단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우리 공단은 주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운영하는 것을 최우선에 두고 사회적 가치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회적가치실현을 위해 사회적가치실현단을 구성했습니다. 앞으로 혁신을 지향하면서 △인권·윤리경영 강화 △사회형평적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균형 발전 등에 힘쓸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고객중심 경영을 바탕으로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 다시 찾고 싶은 시설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입니다.

Q. 팀장님이 생각하시는 사회적 가치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경제, 사회, 환경 영역을 총 망라하고,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가 함께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는 사업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목적과 계획에 부합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사회적 약자 우대, 반부패, 윤리경영,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환경경영 이행 등도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