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녹취파일을 공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녹취파일을 공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윤석열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명태균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지난 2022년 5월9일, 제22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일개 지방의 정치 브로커 명태균 사이에 나눈 통화입니다. 전날(10월 31일) 공개된  통화 내용은 명태균이 들려준 녹음을 제보자가 녹음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자신을 지켜줄 동아줄로 여겼던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이 세상에 알려진 후 명태균 씨의 반응을 보면 명씨도 이런 녹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큽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 씨와 주고받은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민심은 요동치고 있습니다.

설마했던 '윤석열-명태균' 음성파일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도 시동을 걸었습니다. 시민사회원로들은 윤석열 임기단축 개헌 논의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와 동시에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10%대로 하락해, 정치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통화 육성이 공개된 지 이틀째인 1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부끄럽고 참담하다'는 반응이 나왔아고 합니다. 여권 내부에선 추가 녹취 공개에 대한 긴장감도 감돌고 있다고 합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은 이날 '김건희 특검법'을 완수하자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민주당이 채택한 결의문에는 ▲국민의 정권심판 열망을 담아 전국민적 행동 개시 ▲국정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김건희 특검법 완수 ▲윤석열 정권에 맞서 승리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명태균 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경선 기간 동안 거의 매일 통화했다"고 주장한바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과 잇따른 제보자의 폭로는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과 맞물려 국정농단의 개연성을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마침내 한국갤럽이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19%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취임 이후 최저치로, 20%대 지지율마져 무너져 내린 결과입니다.

심지어 이른바 '보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의 지지율 또한 18%에 그쳤습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TK 지역의 지지율은 직전 조사에서 26%로 나타났지만 이번 조사에서 8%포인트나 하락해 성난 민심이 대통령 곁을 떠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부정 평가 이유 1위로는 '김건희 여사 문제(17%)'가 꼽혔습니다. 직전 조사에서 처음으로 부정 평가 이유 1위를 기록한 김 여사 문제는 이번 조사에서 2%포인트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특검 도입과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되는 등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야당은 "국정 운영의 신뢰가 무너졌다"며 강력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으며,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것은 심각한 레임덕을 의미합니다.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이 예상됩니다. 이쯤되면 대통령의 령이 서지 않게 되는 현상이 정부 기관 곳곳에서 벌어진다고 합니다.

대통령실은 "명태균 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나, 국민들의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대통령 부부의 각종 의혹에 대해 보여준 대통령실의 오락가락한 해명이 오히려 국민감정을 촉발시키며 탄핵 여론 마일리지는 쌓여만 갑니다.

만약 대통령이 여당의 공천에 개입했다면 공직 선거법 위반이 됩니다. 다만 이 대화는 취임식 하루 전이니 당선인 신분이라 이에 대한 해석은 아직은 분분합니다. 공직선거법에서는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명태균 씨, 김영선 전 의원./MBC자료사진
김건희 여사, 명태균 씨, 김영선 전 의원./MBC자료사진

명태균 씨가 "김건희가 우리 명 선생님 선물은 김영선, 박완수라더라"고 한 녹음도 공개됐습니다.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도와준 대가로 공천을 줬다는 취지의 말로 해석됩니다. 

"장관 앉혀, 뭐 앉혀, 아무것도 모르는데" 2022년 6월15일 명태균 씨가 다른 누군가와 나눈 통화 내용은 가관입니다. 

명태균 "'아니 오빠, 명 선생 그거 처리 안했어? 명 선생님이 아침에 이렇게 놀라서 전화오게끔 만들고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이 있는거야?' 그래서 (윤석열이) 나는 분명히 했다고 마누라보고 이야기하는거야. 장관 앉혀, 뭐 앉혀 아무것도 모르는데 xx 이거 앉혀라 저거 앉혀라."

김건희(대통령 부인)가 실제로 그렇게 말했다는 게 아니라 그런 상황이었다는 명태균 씨의 주장입니다.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간의 추가로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김건희한테 딱 붙어야 먹고 산다고." "내가 지시받았댔잖아. 오더 내려왔다 했잖아. 본인이 그러면 김건희한테 얘기하이소. (중략)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두 번이나 전화 왔어요, 두 번이나! 정리해달라고. 김건희한테 딱 붙어야 본인이 다음에 6선을 할 거 아닙니까."

"우리 명 대표님은 이제 영남의 황태자."-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저 조은희도 만들어 주셨고, 김영선도 만들었으니까, 이제 우리 명 대표님은 이제 영남의 황태자십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위해 돌출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위해 돌출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의 음성이 공개되면서 이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평가도 이어집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당시 탄핵에 이르게 된 태블릿피씨와 같은 스모킹 건에 해당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제 임기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이 판단할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국민의 분노가 윤석열 탄핵 요구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윤석열-명태균 통화에 대한 관심사입니다.

민주당에 따르면 확보된 녹취록이 더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은 "'장님 무사'와 '오빠'라고 하는 부분을 확인했다"고도 합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은 이날 '김건희 특검법'을 완수하자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최근의 상황이 박근혜 탄핵 때와 비슷한 구도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여소야대에 여당이 분열돼 있고 대통령이 국회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 그렇습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을 장악하고 있다는 게 큰 차이일 뿐입니다.

하지만 대통령 부부, 특히 부인인 김건희 씨에 의한 국정농단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탄핵이라는 단어가 이제 낯설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자업자득인 셈입니다.

국민은 지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윤석열-김건희 공동 정권이라는 비판도 모자라 국정운영에 비선조직이나 사인이 개입했다는 반복된 역사 앞에 시민 불복종이라는 강력한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레임덕을 넘어 곧 식물 정권으로 몰락해 산소 호흡기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윤석열 정부는 시한부 정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시민의 집단 지성이 그냥 이대로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습니다. 박근혜 탄핵 전야 데쟈뷔를 보는 것 같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탄핵 여부는 여야 정치권이 아닌 민심에 달려 있는 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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