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지난 12일 윤석열 정부가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취임 2년 만에 총 19번의 거부권을 행사하게 됐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 7인이 행사한 거부권 횟수(16회)보다도 많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방송4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실은 "야당은 제21대 국회에서 부결돼 이미 폐기됐던 방송3법 개정안을 다시 강행 처리했으며, 방통위법 개정안까지 더해 공익성이 더 훼손된 방송4법 개정안을 숙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시키려는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응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알려드린다"고 단언했다.
앞서 21대 국회 당시인 지난해 12월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방송3법'이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재표결에 부쳐졌다가 부결·폐기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단일 대오로 뭉쳐서 야당의 '입법 독주'를 반드시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 민주당 "기어코 공영방송을 장하겠다는 독재선언...거부권 중독"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19번째 거부권으로 민주화 이후 최악의 기록 경신이다. 이 정도면 거부권 중독"이라며 "뉴라이트가 신봉하는 이승만 45회 기록을 깨겠다는 결심이라도 한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그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은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대할 생각이 없고 국회입법권을 존중할 생각도 전혀 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대통령의 이 같은 묻지 마 거부권 남발이 정치실종의 최대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그는 1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4법 거부권 행사는 공영방송을 기어코 장악하겠다는 독재 선언"이라고 반발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어떻게든 공영 방송을 장악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감추겠다는 속셈을 국민께서 결코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방송4법이 재표결 결과 부결·폐기될 경우 수정·재발의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야당은 오는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장악 2차 청문회'를 열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에 대한 위법성을 따져 묻겠다는 계획이다. 청문회에는 1차 청문회에 불참했던 야당의 탄핵안 발의로 직무가 정지된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 여당 "입법 폭주가 불러온 당연한 결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방송4법을 '공영방송 장악법'이라고 규정하며 박6일 간 필리버스터까지 하며 저지에 나선 바 있다.
조지연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공영방송의 이사진을 자신들 입맛대로 구성해 방송을 영구 장악하겠다는 오만함과 입법 횡포에 대한 자기반성부터 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조 원내대변인은"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민주당의 입법 횡포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강행하는 법안이 민생 법안이라면, 여야가 충분히 숙의한 법안이라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리 있겠나"라고 물었다.
윤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방송4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오게 됐다. 재적 의원 과반 이상이 출석한 상황에서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재의결에 찬성표를 던지면 법률로 확정되지만 그러지 않으면 폐기된다.
야당 192석에 여당의 8석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여당 모두가 방송4법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 속 재의결 찬성이 어려워 보이는 모양새다.
◆ 정부, 尹에게 25만원법·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건의

이러는 와중, 정부가 13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회복지원법'과 '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윤석열 정부가 이를 재가할 시 정부는 두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하게 된다.
한 총리는 이 두 법안 심의·의결에 앞서 "거대 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가 계속되고 있다"며 "특정 정당과 진영의 이해관계만 대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막대한 국가재정이 소요되고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지우는 법안들을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도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25만원 지원법에 대해서는 예산 편성과 집행이라는 행정부 고유 권한을 침해하고 있어 "헌법의 토대인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너뜨릴 소지가 매우 크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소비 촉진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재정부담과 함께 민생경제에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대규모 국채 발생은 오히려 물가와 금리를 상승시켜 민생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때문에 "일률적인 현금성 지원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게 주장의 근거다.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이미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또한 "손해배상 원칙에 과도한 예외를 두어 불법파업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묻지 못하게 함으로써,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파업을 부추기고, 불법까지 보호함으로써 노사법치는 다시 역행하고 기업은 절망하는 경제·사회적 위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야당은 야당의 단독표결로 통과된 법안들에 대해 여당과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측한바 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는 13일 국무회의에서 방송 4법과 25만원 지급법,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예측되고 있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시 "거부권 중독이라고 규정하고 규탄 집회를 검토하는 한편 즉각 재발의 프로세스에 돌입하도록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민생회복지원법'과 '노란봉투법'까지 모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총 21번 째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는 셈이다.
8월, 정쟁을 멈추고 민생법안에 나서기로 했던 여야다.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거부권 대치 국면으로 또 다시 국회에 칼바람이 불 예정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그럼에도 8월 임시국회에서 민생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전세사기 피해지원법, 간호법, 구하라법 등 8월 국회에서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이 쌓여있다"며 "윤 정권이 민생을 외면해도 국민의 힘이 발목을 잡고 딴죽을 걸어도 민주당은 두 팔 걷어붙이고 민생을 살리기 위해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 목소리와 요구가 19번 째 묻히고 있다. 이번 정부에 정말 '민생'이란 존재하긴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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