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의 전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국장 스콧 고틀리브(Scott Gottlieb)의 트윗이 화제가 되었다. 그의 트위터 댓글에는 누적 2만 케이스를 진단하고 하루 3천 개를 진단할 수 있는 한국의 코로나19 진단력에 대해 놀랐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고틀리브 국장이 이 트위터를 올린 지 일주일이 된 지금 한국은 9만 건이 넘는 진단을 완료했으며(3월 1일 기준), 하루 최대 2만 건 검사까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568개의 선별 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하며 약 80개 검사기관에서 신속하게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진정 세계가 놀랄 일이다!
“놀라운 검사 속도, 검사 결과에 대한 투명한 공개”라는 한 줄의 기사 제목에는 다 담지 못하는 로봇이나 AI로 대체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진단 과정은 이렇다. 의심 환자는 선별 진료소에서 진료를 받고 검체를 채취한다. 검체는 상기도와 하기도 두 곳에서 채취하는데 상기도의 경우는 구인두(Oropharyngeal, OP)와 비인두(Nasopharyngeal, NP)에서 채취한다. 쉽게 이야기해 구인두는 혀 뒤쪽의 인두벽을, 비인두는 콧구멍을 멸균된 면봉으로 문질러 채취한다. 하기도는 기침을 유도해 가래를 뱉는 방법으로 채취한다. 환자를 직접 대면해야 하는 가장 위험성 큰 과정이다.
채취된 검체는 검사기관으로 배송된다. 실험실의 '생물안전 케비넷(Bio Safety Cabinet, BSC)'이라 불리는 유리막과 공기 벽으로 차단된 실험 공간으로 검체를 옮긴다. 채취된 검체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재검사를 위한 소분 과정과 유전자를 추출하기 위해 용해액과 섞는 과정을 진행한다. 직접 채취된 검체를 다루며, 여러 검체가 한 공간에 있어 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한 민감한 과정이다.
용해액과 섞인 검체는 유전자 추출을 할 수 있는 기계에 넣어 단시간 내에 유전자를 추출하고, 추출된 유전자는 진단키트를 이용해 '실시간유전자 증폭검사(Real-time RT-PCR, rRT-PCR)'를 수행한다. 다른 분야의 진단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이를 판별하는 기술이 나오긴 했지만, 현장에서는 각 샘플의 Ct 값을 확인하는 작업이 수행된다. rRT-PCR 과정은 아주 적은 양의 유전자만 있어도 검출 가능한 민감도가 높은 과정이다. 동시에 유전자 오염의 위험성이 높아 주의를 요하는 과정이며, 결과를 추출·조합·보고하는 과정 또한 진단에 한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진단 숫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곳에는 “사람”이 있다.
위험 정도와 보호복 종류는 다 다르지만, 그들이 가진 책임의 무게는 다 같다. 이들의 손에 방역정책과 의료기관의 결정이 달려있다. 검사받은 의심 환자의 인생도 걸려있다. 그리고, 그들의 가족도 달려있다. 몸 전체를 감싸는 보호복을 입고 마스크, 고글, 장갑을 껴도 혹여나 하는 마음에 집으로 쉬이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이들도 있고, 안전한 BSC에서 검체를 다뤘어도 혹시나 바이러스가 내 가족에게 감염되면 어쩌나 싶어 집에 들어서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몸을 박박 닦는 이들도 있다. 실험실을 드나들며 하루에 수십 번을 씻어대는 통에 손은 갈라지고, 오염이 될까봐 실험실 여기저기 뿌려대는 알코올과 락스 냄새는 후각을 마비시킨다. 의심 환자가 늘어나고, 쏟아져 들어오는 검체를 매일 맞닥트리는 상황은 쉽지 않을 터. 당장 눈앞에 끝이 보이지 않고 스트레스와 피로가 누적돼도 그들은 그곳에 있다.
숫자 뒤에 “사람”이 있다.
좌우가 아닌 앞을 향해 묵묵히 자기 일을 해 나가는 그들이 있다. 바다 건너 다른 땅에서 전해줄 말이 이것밖에 없어 미안하다.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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