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1년 5개월. 숫자로 보면 짧지만, 그 안에 담긴 갈등과 불신, 사회적 비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사태가 500여 일 만에 전환점을 맞았다.
의대생 전원이 "국회와 정부를 믿고 복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의료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시민사회는 "이제야 정상화"라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기뻐하기엔 이르다. 여전히 유급 문제, 학사 일정의 혼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신뢰 회복’이 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 이재명 대통령 "늦었지만 다행…당국은 신속히 후속조치하라"
이재명 대통령도 반응했다. 15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교육 당국이 필요한 후속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역의료, 필수의료, 응급의료의 공백을 면밀히 점검하고, 보완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라"는 지시도 덧붙였다.
더 인상적인 대목은 의대생을 향한 메시지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예비 의료인"이라며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누구의 탓이라고 할 수 없지만 우리 사회엔 대화가 부족하다"는 고백 역시 의미심장하다. 이는 곧 전임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정치화'했는지를 에둘러 비판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 윤석열 정부가 망가뜨린 의료정책, 이재명 정부가 봉합 중
사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전임 윤석열 정부의 이해 못할 '정책 독주'였다. 윤석열발 '의료 파국'은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킬 정도의 혼란 그 자체였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심지어 전문가 협의 없이 던진 '의대정원 2000명 확대'는 마치 20년 전의 군사식 통치처럼 느껴졌다. 대화를 생략한 일방통행의 결과는 의대생 집단 이탈이었고, 그 여파는 필수의료와 지방의료에 고스란히 전가됐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한 건 국민이다. 응급실에서 의사가 부족해 이송을 거부당한 환자, 출산을 앞두고 지방에서 수도권 병원을 전전한 산모들, 불안 속에서 의료 공백을 감내한 수많은 환자와 가족들.
지금 이재명 정부가 하는 일은, 이 파편을 하나하나 주워 담는 일이다. 갈등을 수습하고, 상처를 봉합하며, 다시 협치의 테이블을 세우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의대생 복귀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 특혜 없는 복귀가 가능할까…형평성과 유급 문제가 남았다
복귀 선언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것이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복귀 시점을 넘긴 8350명 학생들은 이미 유급 기준을 초과했다.
만약 이들이 예외적으로 학사일정을 조정해 복학한다면, 그동안 수업을 이어온 학생들과의 형평성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또, 복귀하지 않은 이들을 향해 '기수 열외' 등의 압박을 했던 대학 당국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무원칙한 봐주기로 일관한다면 의료 개혁은 멀어진다'는 경도도 나온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복귀 자체는 존중하되, 학사 운영의 기준과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대생들에게도 묻는다. 국민은 여러분에게 의료라는 직역의 특권보다 '공공재로서의 사명'을 기대한다. 의료를 배운다는 것은 곧, 사회의 생명선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집단적 휴학은 저항일 수 있지만, 동시에 신뢰의 붕괴이기도 했다.
이제 복귀한 자리에서, 단지 책상 앞에 앉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그간의 선택이 국민에게 어떤 혼란을 남겼는지, 의료 현장이 얼마나 멍들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전문직의 윤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의료정책은 단기성과의 도구가 아닌,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다. 이번 복귀가 진정한 변화의 출발점이 되려면, 대화와 공감, 책임과 제도의 균형이 뒤따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모든 영역에서의 대화"가 진심이라면, 그 첫 번째 실험대는 지금 바로 의대 복귀 이후의 학사운영과 의료개혁이 되어야 한다.
- [이로운시선]尹에 이어 김건희식 마이웨이…추석 밥상머리 민심 1순위는 '김건희 리스크'
- [이로운체크] 추석 연휴 전국 곳곳서 응급실 뺑뺑이 잇따라…"소방관 입틀막" 까지?
- [이로운넷현장] 민주당 "여야의정 협의체, 무능·무책임 떠넘기는 수단으로 쓰지 마라" 경고
- 여야 대표회담, 이재명 "의료대란은 국민생명 문제…해병 특검도 결단해야"
- [이로운시선] 가상세계에 빠진 윤 대통령의 자화자찬식 기자회견
- [이로운시선]의료대란을 넘어 '의료붕괴'로 윤석열발 '의료내란' 사태
- [이로운넷시선] 尹정부가 자초한 '의료파국'…윤대통령-이재명 영수회담서 풀어야
- [이로운넷시선] 예고된 의료대란, 한동훈 반짝 효과 물 건너가니 尹까지 나서
- [이로운넷 데스크 칼럼] 의료대란은 현실로, 의료계 vs. 정부 "누가 이기나" 대결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