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2024년 추석 연휴 동안 전국적으로 발생한 응급실 대란이 예상대로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모양새다.
1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통 추석 연휴에는 평소 보다 교통사고 환자와 화상 환자가 각각 1.5배, 3배 가량 늘어나 응급실에 과부하가 걸린다. 이번 추석 연휴의 경우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대거 떠난 상황이여서 응급실의 환자 수용 역량이 더욱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응급 의료 인력 부족과 의료 공백 문제로 인해 많은 지역에서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응급실 대란의 대표적인 사례로, 25주 된 임신부가 하혈을 하며 긴급히 치료가 필요했으나, 전국 75개의 병원이 수용을 거부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 14일 오전 11시 25분, 충북 청주에서 "25주된 임신부가 하혈을 한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양수가 새고 있어 대학병원 이송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구급대는 충북 지역을 시작으로 서울·인천과 경기, 전라도, 경상도까지 모두 75곳의 병원에 이송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모두 "안된다"였다고 한다.
"산부인과 의사가 없다", "신생아 병실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송이 지연됐으며, 결국 임신부는 6시간 만에 겨우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광주에서는 손가락이 잘린 환자가 4곳의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하고 2시간 만에 100km 떨어진 전북 전주의 병원에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외에도 경기 파주에서는 4개월 된 아이가 긴급한 상황에서 12개 병원에서 수용 불가 답변을 받는 등 응급 의료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났다.
앞서 정부는 이러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연휴 기간 동안 당직 병원 수를 늘리고 응급의료 수가를 한시적으로 인상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했다. 또한,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를 분리하고,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일평균 7931개의 병원과 의원이 운영된다. 연휴 첫날인 14일에는 2만 7766곳이 문을 열고, 15일에는 3009곳, 16일에는 3254곳, 추석 당일인 17일에는 1785곳,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3840곳이 운영될 예정이다.
응급실은 전체 409곳 중 2곳을 제외한 407곳이 24시간 운영된다. 다만 건국대충주병원은 추석 연휴 기간인 14일부터 18일까지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충주의료원과 제천, 청주, 원주 등 인근 지역의 병원들이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할 예정이다. 명주병원은 최근 비상진료 상황과는 상관없이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대책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지적하고 있다. 근본적인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 추진을 멈추고 의료 현장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를 향해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소방관 입틀막한다고 '응급실 뺑뺑이' 감춰지나"

이런 가운데 소방청이 일선 소방대원이 언론접촉을 하면 보고하도록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소방대원들의 언론 접촉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두고, 응급실 대란의 실상을 숨기려 한다고 비판하며, 정부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15일 소방청이 추석 연휴 기간 중 소방대원들의 언론 접촉을 통제하는 지침을 내린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응급실 대란의 실상을 숨기려 소방대원들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며, 이는 의료대란의 현실을 외면하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조 대변인은 특히 국무총리가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을 '가짜뉴스'라고 규정한 점을 언급하며,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진실을 숨기려는 태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국민들이 연휴 기간 동안 응급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지만, 정부는 실상을 숨기고 문제 해결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국민의 안전보다 문제를 은폐하는 데 급급한 정부의 태도는 매우 참담하다"고 비판하며, 정부가 즉각적으로 의료대란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번 응급실 대란은 정부위 준비되지 않은 즉흥적인 의대정원 확대 정책 강행으로 응급의료 체계가 명절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