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신(新) 출입국 이민정책은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해법인가, 재앙인가?"

이주와 이민은 이제 한국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엄격한 비자 제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및 지역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으로만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사회적 접근은 세계화 관점에서 참여 민주주의인 풀뿌리 민주주의, 임금노동자 사회안전망 확보, 지방 자치 강화로 풀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지방소멸과 부족한 노동력 위기를 해소하고자 이민정책을 추진하려면 지역의 생활인구, 관계인구 개념을 도입해 이주민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야합니다.  <이로운넷>과 <아시아의친구>들이 공동 기획한 '이주와노동' 특집 연재 기획이 지역사회가 이주민과 공생하는 대안과 제대로 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불법체류자 추방시위 사진 (출처=재외동포신문 2007. 12. 19.자 뉴스기사)
불법체류자 추방시위 사진 (출처=재외동포신문 2007. 12. 19.자 뉴스기사)

"불법체류자 사면의 전제와 조건"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KNC)

불법체류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합법적인 체류자격 없이 체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제1항은 "외국인은 그 체류자격과 체류기간의 범위에서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다."고 규정하므로, 체류자격과 체류기간의 범위를 넘어서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모든 외국인은 불법체류자가 된다.

구체적인 불법체류의 형태는, 아예 입국심사도 받지 않고 밀입국해서 아무런 체류자격 없이 체류하는 경우부터, 합법적으로 체류자격을 받았으나 허가받은 체류기간이 지났음에도 계속 체류하는 경우, 허가받은 체류자격이 허용하지 않는 범위의 활동을 하며 체류하는 경우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위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제1항은, 그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불법체류들을 모두 규율하는 조항이다.

불법체류는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정부는 체류자격에 대한 허가를 통해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데, 불법체류자들은 그와 같은 정부의 관리 및 보호 범위를 벗어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려운 범죄 및 인권침해의 주체 또는 객체가 되기도 하고, 정부가 시행하는 여러 정책들이 원래의 목표와 전혀 다른 방향의 부작용을 낳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어려운 자격요건을 구비하여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받고 체류 및 취업을 하는 정상적인 외국인들에게는 허탈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그들의 준법의식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법무부에서 매월 발표하는 '출입국 통계월보'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불법체류자의 수가 42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0년에 약 16만 8천 명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2.5배가 넘게 증가한 수치이다.

'연도별 불법체류자 통계' /출처=법무부 출입국외국인통계월보(2023년 12월호, 2018년 4월호)
'연도별 불법체류자 통계' /출처=법무부 출입국외국인통계월보(2023년 12월호, 2018년 4월호)

이에 법무부는 2023년 초부터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추진하여 2023년에만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소속 단속 담당 공무원을 88명 증원했고(302명 -> 390명), 수시로 관계부처 합동단속을 시행했으며, 불법체류자들이 자진신고하고 출국하는 경우 불법체류에 따른 처벌이나 재입국 제한을 감면하는 방안도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노력들로 인해 2023년10월역대 최대인 43만 명을 돌파했던 불법체류자 수는, 2023년 11월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2024년 6월에는 41만 4천명으로, 2024년 9월에는 40만 8천명으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다만 단속이 강화되면서, 단속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2024년 9월경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40대 베트남 여성이 낭떠러지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건도 있었고, 2023년 8월경에는 불법체류자들을 태운 통근버스기사가 법무부 단속차량을 치고 달아나 공무원 11명을 부상 입힌 사건도 있었다. 

불법체류자 단속 현장 사진 (출처 = 산업일보 2018. 11. 16. 뉴스기사)
불법체류자 단속 현장 사진 (출처 = 산업일보 2018. 11. 16. 뉴스기사)

불법체류자를 줄이는 국가적인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불행한 사건사고를 막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으로 인해,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대규모 사면(합법화)을 시행하자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다만 사면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합법화 조치를 해주면 그 대상자들이 당장 불법체류자 통계에서 사라지게 되므로 불법체류자 숫자를 줄이는 손쉬운 방법일 수 있지만, 불법체류자들에게 '불법이라도 버티면 합법화된다'는 시그널을 주어 한국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고, 합법체류를 위한 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해 온 많은 외국인들에게 박탈감을 주기 때문에 부작용도 큰 방법이다. 

따라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에 따라 불법체류자 감소 추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사면을 논의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계속해서 단속인력을 증원하고, 적극적인 단속을 시행한다면, 불법체류자 감소 추세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만약 위와 같은 감소 추세가 꺾이고, 정부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체류자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로 바뀌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됨으로써 사면을 할 수 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아래와 같은 과거의 사례들을 검토하여, 엄격한 요건 하에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03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서 불법체류자를 18만 4천 명 정도의 대규모로 사면한 적이 있었으나, 그 중 상당수가 허가된 체류기간을 넘어 다시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

2011년에는 한국계 외국인들(동포) 중 ①10년 이상 불법 체류자 및 그의 배우자, ②직계비속, 부모 또는 배우자가 국적이나 영주권을 취득한 자, ③국내에서 자녀를 출산한 자, ④산재 후유증으로 치료가 요망되는 자, ⑤국민의 배우자 자격으로 체류 중 혼인관계가 파탄된 자, ⑥불법 체류상태로 국민과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자, ⑦방문취업자격으로 불법 체류 중인 자 등에 대해서는 일정금액의 범칙금을 납부하면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조치를 시행했으나, 그들 중 다른 체류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는 자들은 결국 다시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2021년에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대부분의 삶을 한국에서 살아온 불법체류 상태의 외국인 아동들에 대해 일정한 요건 하에 합법화 조치를 시행했다. 이 아동들의 경우에는, 성인이 될 때까지는 일반연수(D-4) 체류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고, 대학에 진학하면 유학(D-2) 체류자격을 받을 수 있으며, 취업을 하는 경우에는 그 직업에 맞는 체류자격을 허가받아 체류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허가제 철폐 시위 vs 불법체류자 추방 시위 사진 (출처 =세계일보 2018. 10. 14.자 뉴스기사)
고용허가제 철폐 시위 vs 불법체류자 추방 시위 사진 (출처 =세계일보 2018. 10. 14.자 뉴스기사)

위 사례들을 검토해보았을 때, 만약 앞으로 또다시 사면조치가 이루어진다면, 사면 대상이 될 불법체류자들을 한국에서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받고 장기간 체류할 수 있는 사람들로만 한정할 필요가 있다. 사면을 해주었는데 다시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면, 일시적인 불법체류자 숫자 감소를 위한 눈속임 정도의 의미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2003년 사면 조치의 예를 볼 때, 앞으로 사면이 이루어진다면 한국인 근로자가 거의 없는 직종이나 분야에서 종사하는 불법체류자들을 대상으로 그 직종에서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안정적으로 부여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의 농어업이나 제조업 등이 대표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직종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지역특화형 비자(F-2-R)를 통해 인구감소지역들에 체류할 외국인들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이므로, 그러한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갖춘 외국인들에 대해서만 사면을 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2003년 사면 조치 또는 2011년 사면 조치와 같이, 무분별하게 대규모로 사면을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사면이 필요한 최악의 상황이 닥쳐오더라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보완작용을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사면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K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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