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신(新) 출입국 이민정책은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해법인가, 재앙인가?"

이주와 이민은 이제 한국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엄격한 비자 제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및 지역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으로만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사회적 접근은 세계화 관점에서 참여 민주주의인 풀뿌리 민주주의, 임금노동자 사회안전망 확보, 지방 자치 강화로 풀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지방소멸과 부족한 노동력 위기를 해소하고자 이민정책을 추진하려면 지역의 생활인구, 관계인구 개념을 도입해 이주민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야합니다.  <이로운넷>과 <아시아의친구>들이 공동 기획한 '이주와노동' 특집 연재 기획이 지역사회가 이주민과 공생하는 대안과 제대로 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농업인력 문제, 정부는 제대로 이해는 하고 있나?" 

조경호 (지역농업연구원 원장, 아시아의친구들 운영위원)

작년 봄,  여주시농민회를 비롯한 농민단체들이 여주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농번기! 정부의 대책 없는 외국인인력 단속, 즉각 중단하라!!"

"농업인력 부족, 농촌이 붕괴된다! 정부는 책임지고 대책을 마련하라!!"

이후 농민들의 이러한 항의는 전국 각지로 번졌다. 

같은 시기, 부여에서 농민들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던 필자는 교육을 받던 한 분이 갑자기 전화를 받고 다급하게 뛰어나가는 것을 보았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농장에 외국인 노동자(불법체류자)가 있는데, 갑자기 단속반이 들이닥쳐서 잡아갔다."는 것이었다.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못해 무척이나 당황해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이었다. 물론 잡혀가신 분들에 대한 걱정도 있겠지만 아마도 당장 농장 일을 누가 해야 될 지가 더 큰 걱정이었을 것이다. 

'부지깽이도 한 몫 한다는 농사철'에 불법 이주노동자 단속은 농민들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추진하였고, 그 첫 번째 '시범 케이스가'농촌의 이주노동자였다. 

농민들이라고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합법적으로 노동자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고, '때'가 있는 농사일은 그 ‘때’를 놓치면 일 년 농사를 망친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이 사실을 '정부'만 모르고 있었다.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가르침이었건만, 이 정부는 왜 이다지도 무지하고, 무정한지... 전국의 농민들이 한탄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앞의 글에서 필자는 오늘날 농촌의 현상은 농업근대화론에 기반을 둔 농업정책의 결과라고 언급하였다. 그렇다면 농촌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할 주체는 정부이다. 논농사야 기계화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사람 손이 많이 타는 밭농사나 시설하우스는 여전히 노동집약적이다. 

급기야는 일부 지자체가 나서기 시작했다. 농민들의 현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던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아시아 국가의 지자체와 MOU를 통해 계절근로자를 불러들였다. 직접 현지에 가서 인력을 선발하고 출입국 절차를 진행하였으며, 입국 후 교육과 농가 배치 등을 추진하였다. 국내에서도 계절근로자 고용을 희망하는 농가에 대한 선발‧교육의 과정을 거쳤다. 물론 초기 과정에서 농민들의 인식과 준비 부족으로 기본적인 인권‧숙소 등과 관련한 문제들이 발생하여 이슈화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자체나 농민들도 인식 변화와 스스로 자정하는 노력을 기울여 조금씩 변화해가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리버리 (연세대 사회복지학 4) 씨가 베트남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아시아의친구들
리버리 (연세대 사회복지학 4) 씨가 베트남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아시아의친구들

농업인력 문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이는 국민이 먹어야할 식량을 생산하는 것 외에 농업이 지닌 다원적 기능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중요한 기능과 역할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정부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잘 인식이 되지 않고 있다. 농업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심각성과 위기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필자는 작년에 진안군의 이주노동자가 우리 농업생산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조사결과에 의하면 이주노동자(합법적 계절근로자)를 고용한 농가의 농업생산에서 이주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62.5%였으며, 이는 이주노동자 1명이 농가당 평균 3500만원의 생산액을 담당한 것이다.

또한 이주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국내 노동자 고용 대비 인건비를 41.7%를 절감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농가는 1인(5개월) 고용 시 700여 만원, 3명 고용 시 2100만원을 아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경제효과는 역으로 이주노동자를 통하지 않을 경우 이 만큼의 농업생산과 농가경제에 부(-)의 효과가 발생함을 의미한다.

흔히 이주노동자를 농업인력의 대체재라고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이주노동자 자체는 대체불가재가 되었다. 즉 취약한 부분부터 생산이 감소(심할 경우 중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가 나서야 할 이유이다. 

농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적어 놓은 배추 수확 스케줄 ./사진제공=아시아의친구들
농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적어 놓은 배추 수확 스케줄 ./사진제공=아시아의친구들

이제 이주노동자는 '새로운 생산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행이 각 지자체가 최근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고, 또한 적극적 역할을 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이는 단체장과 몇 몇 적극적 공무원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이주노동자를 단순히 '노동력 공급'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 경제적으로만 보아도 이들이 농촌현장에서 어떻게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고, 이들이 얼마만큼의 생산성을 발휘할 것인가는 앞으로 우리 농업생산에서 절대적 역할을 차질할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단순히 '노동력'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인간은 단순히 '경제적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가 이 땅에서 느끼는 감정, 유대감, 노동에 대한 성취감 등은 향후 한국농업과 이주노동자 간에 서로에게 '공생'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 지역농업연구원 30차 세미나,  노동인력, 인구정책이 도입될 때 필요한 의제들을 제안하는 참여자들 ./사진제공=아시아의친구들
(사) 지역농업연구원 30차 세미나, 노동인력, 인구정책이 도입될 때 필요한 의제들을 제안하는 참여자들 ./사진제공=아시아의친구들

이를 위해 이주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안전하게 일하며, 개인적으로 성장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여기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선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에 계절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이주노동자 정책을 총괄/조정할 수 있는 지원조직을 설치해야 한다. 이 조직을 통해 선발/공급/관리 위주의 운영체계에서 교육/훈련/안전/복지/문화적 적응 등 안정적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중간활동가(Aid Worker)를 양성하고, 현장에서 농민과 이주노동자의 애로사항을 개선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언어교육, 의료보험, 이동수단 지원, 소통 지원, 문화교류, 숙소 등의 분야에서 민간영역의 참여를 늘리고, 이를 통합적으로 기획‧운영하는 역할을 위 조직을 통해 수행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를 단순히 ‘일꾼’으로 보는 시각을 넘어 잠재적 지역 주민, 즉 관계인구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자적 대응에 머무르지 말고 국가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이다. 

사용주와 공공의 협조로  농촌 노동자 주거실태를 돌아보는 필자. /사진제공=아시아의친구들
사용주와 공공의 협조로 농촌 노동자 주거실태를 돌아보는 필자. /사진제공=아시아의친구들

 

필자: 조경호/ 지역농업연구원 원장, 아시아의친구들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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