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채상병 1주기 분향소'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헌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채상병 1주기 분향소'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헌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뜻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 안에 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절차에 착수하겠다"며 채상병 사건 진상 규명에 칼을 빼들었다. 

이에 여야 간의 입장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야당의 요구와 국정조사가 정치적 공세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는 여당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한 '수사외압'을 폭로한 박정훈 대령에거 검찰이 항명죄로 법적 최고형 3년을 구형하면서 '채상병 순직' 사건에 얽힌 진실 공방이 다시 한 번 불지펴지고 있다. 이날 방청석에선 시민들의 야유와 탄식이 쏟아졌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군 내 사고를 넘어 군과 정부의 대응 체계, 나아가 국가의 책임을 묻는 문제로 비화되며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진상 규명이라는 대의와 정치적 공세라는 논란 사이에서 여야의 입장은 어디로 향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 채상병 국정조사 착수 여부, 여야 평행선…진상 규명 vs 정쟁 양산

앞서 지난 19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채상병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의향을 묻는 공문을 송부하고 국정조사 가동을 위한 절차에 착수한 바 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에 따르면 "우 의장은 '채 상병 특검법'이 세 차례 폐기된 상황에서 진상 규명을 통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양당의 의견을 받고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음 절차를 밟을 것이다"고 말했다.

답변 시한은 21일 낮 12시까지로, 우 의장은 이후에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 추천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계획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회담에서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회담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회담에서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회담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당초 지난 6월  채해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 실시 요구서를 제출했던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지도 다섯 달을 꽉 채웠다. 시간은 계속 지나가는데 국정조사마저 계속 미룰 수는 없다"며 우 의장의 의견에 동의 및 국정조사 실시를 재차 요청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채해병 특검에 찬성 입장을 보였던 만큼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반대할 명분도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쟁만 양산하는 국정조사는 사양하겠다"고 거부 입장을 고집했다. 배준영 원내수석대표는 "국정조사는 그동안 여야 합의 정신으로 진행돼왔다"며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채상병 국정조사에 응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마른 수건을 쥐어짠다고 더 나올 것은 없을 것"이라며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데다 7월 경찰 수사 발표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 우원식 의장 "채상병 국정조사 착수...27일까지 위원 선임"

원식 국회 의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채해병 순직 국회 국정조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원식 국회 의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채해병 순직 국회 국정조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우원식 의장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계획한대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기국회 안에 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국민 의혹을 해소하고 국가와 국민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국회가 세 차례에 걸쳐 특검 법안을 의결했지만,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실현되지 못했다"며 "이제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국회의장의 판단"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국정조사는 여야 합의로 실시했다. 국회의장도 이 점을 두고 고심했다"며 "국회의 국정조사권은 헌법을 통해 국민께 위임받은 권한이다. 헌법적 가치와 국민의 뜻에 따라 엄격하게 행사돼야 한다. 국민의 요구와 동의가 분명해야 한다. 여야 합의는 바로 이 국민적 동의를 확인한다는 의미"라고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를 강조했다.

또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던 청년이 급류 속에서 맨몸으로 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목숨을 잃었다"며 "국가가 나서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밝히는 것은 지체할 이유가 없는 마땅한 책무이자 고인의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전했다.

우원식 의장은 여야간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를 인지한다며 "그러나 여야 합의의 목적, 국정조사의 선결 조건인 국민의 요구와 동의는 이미 충분히 확인됐다"고 짚었다.

우 의장은 "한시라도 빨리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제도 개선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며 "여당이 그 일을 함께해 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국민 보시기에도 합당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구체적인 국정조사 착수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원식 의장은 27일까지 국조위원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27일 이후에 위원회를 구성하면 계획서를 채택하고, 본회의에서 다시 표결하는 절차를 거친다.

우 의장은 "계획서를 채택하면 국정조사 절차에 들어가고 자료 요구가 시작되는 것"이라며 "국정조사 계획서가 언제 채택될 것이냐를 이번 정기국회 안에 하겠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27일까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한 위원 추천을 요청한 만큼, 여야 간의 협력 여부가 주목된다.

야당 소속이던 국회의장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여당이 비판하지 않겠냐는 우려에 우 의장은 "의장은 무소속이다. 여당 편도 야당 편도 아니고 국민의 편"이라며 "중간에 서서 합의가 안 되면 아무것도 못 하는 그런 의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채상병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는 당분간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두고 국민 여론을 등에 업기 위한 각자의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진상 규명을 위한 명확한 방향 설정과 함께, 정치적 논쟁이 아닌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개최했다.  경례하는 박정훈  수사단장 2024.07.19 사진=조​은결 기자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개최했다.  경례하는 박정훈  수사단장 2024.07.19 사진=조​은결 기자

박정훈 대령이 제기한 '수사외압' 의혹과 검찰의 항명죄 최고형 구형은 채상병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군과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국정조사가 그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원식 의장의 착수 선언 이후 여야의 입장 대립은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크다. 정쟁과 진상 규명이라는 대립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건의 본질은 정쟁이 아니라 진상 규명과 제도적 개선이라는 점을 여야 모두가 명백히 알아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국민들은 냉철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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