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 지 몰라 어쩌면~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세상 부속품의 상당 부분을 만드는 둥그런 나무는 맨 먼저 네모 모양으로 잘린다. 그렇게 ‘네모의 꿈’을 이루고 나서 버려지는 나무가 있다. 전문용어로 ‘피죽’이라 한다. 겨울이면 불쏘시개로 팔리지만 여름에는 적재해둘 곳도 마땅찮은 천덕꾸러기다.
?그 나머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있다. 폐목재를 활용해 친환경 포장 완충재 ‘우드쵸핑(Wood Chopping)’을 만드는 배준혁 ㈜처음애 대표다. 우드쵸핑은 에어캡의 대체재다. 에어캡보다 19% 높은 완충력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38%를 차지하는 에어캡 사용을 줄임으로써 환경 보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고용하니 장점 더 많아
‘처음애’는 발달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도 제공한다. 처음부터 특별히 뜻이 있었던 건 아니다. 제조업 인건비는 큰 부담이었고, 장애인 고용 시 제공되는 국가지원금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반전은 그 이후 찾아왔다. 섬세함과 정확성을 요구하는 업무에 발달장애인 직원들의 능력이 십분 발휘됐다. 이제는 장애인 고용의 장점에 대해 설파하고, 그들을 위한 더 안정적인 일자리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다.
?처음애에는 현재 대표를 포함해 10명이 근무한다. 그 중 발달장애를 가진 직원은 5명이다. 2016년 창업 이후 꾸준히 성장해 작년에는 3억 88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중 중국 수출로 얻는 이익이 약 25%다. 올해 4억 원 매출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서울권 안에 공장과 직원 기숙사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채용을 더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공장의 입지다. 그는 “서울은 임대료가 높아 김포에서 공장을 임대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직원들에게 접근성이 좋지 않다”며 “그래도 전망이 밝다. 내후년쯤에는 공장과 기숙사 설립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력단절여성들과 함께하는 업사이클 교육
?캐시카우(Cash Cow, 수익 창출원)로 우드쵸핑은 이미 자리를 잡았고, 폐목재를 활용한 생활용품과 놀이용품 등을 개발했다. 현재 가장 주력하는 사업은 교육사업이다. 폐목재로 직접 작품을 만드는 활동으로 어린이들에게 업사이클(활용성을 더한 재활용으로 가치를 높이는 일)의 개념을 알려준다. 배 대표는 “몸에 밴 행동을 바꾸는 게 어려운 어른들과 달리 어린이들은 업사이클의 필요성을 받아들이고 바로 실행에 옮긴다”며 새활용 교육의 보람을 표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인 We Start에 선정된 게 사업 확장의 계기가 됐다. 배 대표는 전에도 학교 방과후 수업에 출강하는 등 청소년 대상 목공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기구와 재료가 필요한 교육 특성 상 단발적으로는 지속하기 어려웠다. 기구를 매번 가지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We-Star 선정을 계기로 서울새활용플라자와 연계돼 고정 스튜디오에 목공 기구를 설치한 채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 교육에는 경력단절여성 15명이 강사로 활동한다. 서울시서부여성발전센터와 서울디자인재단은 직장을 그만 둔 미취업 상태 여성을 대상으로 ‘업사이클 환경전문가’를 양성했다. 배 대표는 이 사업에 강사교육을 맡았다. 그렇게 배 대표와 여성 강사들은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새활용플라자 스튜디오가 좁아 더 넓은 곳으로 옮겨 수업을 해야 할 정도로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다. 하지만 아직 시스템을 정착시키지는 못했다. 직접 강사들을 채용해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싶지만 가사 업무를 봐야 하는 강사들의 시간적 여건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그래도 교육을 더 집중해 보고자 강사들과 함께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려고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 오래, 함께 할 방법을 구상합니다”
배 대표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아이들’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이 없었으면 이 일을 계속하지 못했다”라는 그의 말에서 직원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배 대표는 “계절의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일이라 너무 더우면 일하기가 어렵다”며 계절에 따라 쉬는 시간을 늘리는 등 업무를 탄력적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하지만 직원들이 책임감이 너무 강해서 문제다.
“직원들이 정해진 게 있으면 상황이 어떻든 전부 해낸다. 현장에 있으면 조절을 해 줄텐데, 집에 바래다줄 때 더위에 잔뜩 지친 모습이 안타까울 때가 있다.”
맡은 자리에서 성실히 일하는 직원들과 함께했기에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배 대표는 강조했다.
?최근 배 대표는 발달장애가 있는 직원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업종으로 새로운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바로 소셜프랜차이즈다. 그는 “이 친구들이 가진 집중력, 정확성이 음식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프랜차이즈의 특성과 잘 맞는다”며 “직접 브랜드를 런칭해 운영하거나, 직원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타 프랜차이즈 업체로 인력을 보급하는 일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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