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아침부터 카페 안이 북적북적 하다. 나이가 지긋한 노인부터,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엄마들이 커피를 앞에 두고 삼삼오오 대화를 나눈다. 김회경 그라나다 보호작업센터장(이하 센터)은 “카페에 손님이 많은 이유는 커피 맛이 좋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그러고 보니 커피 맛이 예사롭지 않다. 커피 맛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깊은 풍미와 진한 향과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깊고 진한 커피 맛에 반해 그라나다카페 찾는 사람들 많아
그라나다보호작업센터에서 가장 주력하는 사업은 커피(원두)다. 2007년 문을 연 그라나다 카페는 10년 이상 지역주민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카페에는 6명의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그룹으로 나눠 일한다. 장애 정도와 업무수행 능력에 따라 카페와 인가공 등을 병행하기도 한다. 김 센터장은 “카페를 처음 오픈할 때는 접근성이 좋지 않아 우려했다”면서 “카페 인근에 구암근린공원이 있어 공원을 찾아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잠깐 들러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리적 장점도 있지만 사람들이 그라나다 카페를 찾는 이유는 커피 맛 때문이다. 정직한 방법으로 제조하는 건 물론, 직접 원두를 로스팅 하는데다 로스팅 정도가 적당해 지역민들에게는 이미 입소문이 났다. 원두 또는 드립백 커피만 구매하는 손님들도 있다. 김 센터장은 “커피 로스팅은 그라나다보호작업센터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라며 “커피 맛 때문에 우리 센터에서 생산한 원두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라나다보호작업센터에서 생산한 원두와 드립백커피, 삼각티백커피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e-store 36.5+에도 입점되어 있다.
2007년 발달장애인 근로자 35명과 시작해 지역 명소 되기까지
“그라나다보호작업센터의 소셜미션은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이에요. 느리더라도 지역사회에서 근로하고, 지역주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근간을 만드는 게 주요 목적이죠.”
그라나다보호작업센터는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2007년 35명의 발달장애인 근로자들과 함께 시작했고, 2010년에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설립 초기에는 카페, 우편발송, 음식(양갱) 생산 등 다양한 품목을 생산했다. 김 센터장은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로스팅 사업에 관심이 생겼다”며 “발달장애인 직무로 카페 바리스타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곳의 사례를 보며 사업을 확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그라나다보호작업센터는 발달장애인 근로자 41명, 비장애인 근로자 8명 등 총 49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이들은 카페, 로스팅, 형광펜이나 쇼핑백 등 문구류를 포장하는 임가공 등의 직무를 수행한다.
“발달장애인이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 고민 이어갑니다“
김 센터장에게 그라나다보호작업센터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자 “근로사원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지원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센터가 설립된 지 올해로 12년차. 노화로 인한 집중력 저하, 생산성 하락은 센터가 풀어야할 숙제가 됐다. 김 센터장은 “비장애인도 노화가 진행되면 생산성이나 집중력이 떨어지는데, 발달장애인들은 스스로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장애인에 비해 비교적 노화가 빠르다”면서 “카페 초창기 함께했던 30대 청년 발달장애인들은 세월이 지나 이제 40대 후반~50대 초반이 됐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고령화가 되면서 신체적 인지적으로도 노화되다 보니 점차 수행 속도나 정확도가 떨어지죠. 이들 연령대에 맞는 쉬운 직무를 찾아야 해요.”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하고 싶은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 센터장은 “우리도 신체·정신적 조건과 관계없이 하고 싶은 게 있는 것처럼 발달장애인들도 마찬가지”라며 “이들은 직업에 대한 정보가 없어, 하나씩 나열해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원두 로스팅, 그라나다카페, 인가공 등 세 가지 업무를 발달장애인 특성에 맞게 배치하고 있어요. 이들이 더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로스팅한 원두를 소분, 포장, 라벨 부착 등 더 세분화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삶’ 기업 이끄는 가치”
“누구나 지역에서 살 권리가 있고, 여가를 즐길 권리가 있으며, 살고 싶은 곳에서 끝까지 살 권리가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당연히 권리를 부여받고 함께 사는게 중요하죠.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서로에게 품이 되어주는 것’이고요.”
김 센터장은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주민에게 품을 낼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됐으면 한다”면서 “우리가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걸 알아가고, 의미를 찾듯이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하고 품을 내주며 삶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회경 원장은 앞으로도 매일 오늘 하루동안 여기 머무르는 발달장애인 사원들을 중심의 가치로 생각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더불어 비장애인직원과 지역주민, 고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방법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하루가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지만, 저와 함께하는 발달장애인이 오늘 하루 이곳에서 잘 지냈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어요. 발달장애인과 보호자들에게 내일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김회경 센터장이 말하는 강소 사회적기업의 포인트> 1. 사람’을 우선시 하는 태도 사회복지분야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심이다. 그라나다보호작업센터도 영업, 마케팅을 해야 하지만, 이를위한 요령을 파악하기 전에 사람에 대한 가치를 어떠한 형태로 만들것인지 고민하고, 생각한다. 2. 비장애인 직원과의 소통 비장애인 직원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나 혼자만의 가치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들과 '가치에 대해 소통하는 것'도 필요하다. |
사진. 박재하 이로운넷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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