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저마다의 표정과 색깔이 있다. 그 도시의 사회적경제도 조금씩 다른 모습이고 다른 표정이다.

세종시는 2012년에 출범한 9년차 신생 도시다. 인구증가율 전국 1위와 출산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구가 줄어드는 여느 지역 도시와 달리 트렌드(?)에 역주행하는 특이한 도시다.  세종시는 또 16년만에 재점화된 행정수도 이전,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이슈로 관심이 뜨겁다.

이슈메이커로 받는 스포트라이트의 이면엔 신도시 조성, 인구유입에 따른 생활과 사회서비스의 과도기적 부재, 새로운 정체성과 공동체의 형성, 원도심과 신도시, 읍면 지역민과 동지역민간 격차해소 등 다양한 지역사회 현안이 있다. 

그 안의 사회적경제 기업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다른 표정을 가지고 있을까 ? 2년차 신생 협동조합, 세종시 도심에서 라라언니 과자점을 운영하고 있는 앤서니 협동조합의 박정선 이사장을 만나 물어보았다.

아래는 박 이사장과의  1문 1답.

앤서니 협동조합 박정선 이사장 / 사진=박창호 기자

Q. 어떻게 세종시에서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을 시작하게 되었나 ?

- 세종은 마음열기가 쉽지 않은 신생 도시다. 이 도시에는 이사가 빈번하다. 이웃들만 봐도 10명중 9명은 이사를 떠난 듯 하다.

서로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민원제기가 많아서 서로의 관계가 조금 각박한 것이 현실이다. 사람들이 어디엔가 온전히 정착했다는 안정감을 가지려면 한참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그래서 협동조합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햇살좋은 전북 순창이 고향이다. 대전에서 꽤 오래 살았고 세종이 3번째 도시다. 어렸을 때 추억을 돌이켜 보면 우린 늘 모였던 듯 하다. 어느 집에서 팥죽을 쑤어 내면 가족이 아니더라도 다 모였다. 고향 순창에서의 추억이 이곳에서도 가능할 수 있게 엄마들끼리 모여 무언가를 같이 만들고 팔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앤서니 협동조합'과 '라라언니 제과점'의 시작점이었다.

현재 '앤서니 협동조합'은 강정 디저트사업을 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모여 수다 떨며 함께 제품을 만들어 팔고 이익금으로 조합원들이 함께 자녀들을 동반해 여행도 가고 있다. 비전은 협동조합이 자리를 잡아 꾸준한 이익기반을 마련하면 교육사업을 강화해보고 싶다. 올해가 협동조합 2년차 해인데 코로나19 등으로 수익을 만들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지만, 우리들의 비전에는 변함이 없다.

앤서니협동조합 조합원 자녀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함께 하는 '퐁당퐁당 마을학교'..매달 한번 필요가 없는 물건을 가져와 파는 벼룩시장, 역사탐방, 지역체험 등의 행사를 갖고 있다.. 사진 제공.=앤서니 협동조합
앤서니협동조합 조합원 자녀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함께 하는 '퐁당퐁당 마을학교'..매달 한번 필요가 없는 물건을 가져와 파는 벼룩시장, 역사탐방, 지역체험 등의 행사를 갖고 있다.. 사진 제공.=앤서니 협동조합

Q. 사회적경제가 세종시에서 어떤 영향을 만들고 있나 ?

세종시는 이주민들의 도시다. 이주를 했다면 대게는 부부중 한쪽이 해오던 일을 그만둔 경우가 많다. 대게는 그만두는 건 엄마쪽이다. 그래서 그런 경력단절 엄마들을 위해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에 가 있는 동안의 3~4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제형 일자리가 필요하다. 문제는 엄마들이 하고 싶은 일과 실제로 가능한 일이 현실에서는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협동조합같은 사회적경제가 세종시의 그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세종시는 출산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다. 지난해 우리나라 16개 시도의 출생아수가 모두 감소했는데, 세종시만 유일하게 증가했다. 첫째나 둘째가 아니고 세째 이상이 많은 도시가 세종시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가면 교육비 등 지출이 훨씬 더 많아진다. 경력이 단절된 엄마들이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참여해 시간제형 일자리를 얻게 되면, 가계소득에 보탬이 됨은 물론 독박돌봄, 소외감, 우울증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협동조합같은 사회적경제가 여러 면에서 도시의 구성원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니, 이런 기회가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한다.

앤서니협동조합 회원들이 세종시가 개최한 '문화가 있는 플리마켓'에 참석했다. 사진=앤서니 협동조합
앤서니협동조합 회원들이 세종시가 개최한 '문화가 있는 플리마켓'에 참석했다. 사진=앤서니 협동조합

Q.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다. 힘든 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있나 ?

시가 최근에 강정 패키지 디자인 개선작업을 지원해주고 있어 거기에 몰두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만드는 제품의 디자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세종시내 공공기관들이 보내와서 시작된 사업이라고 한다. 11월말쯤이면 작업 완료 예정인데, 우리 강정이 선물로서의 상품성이 강화될 수 있어 공공기관 B2B 매출이 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의 유통거점인 코스트코 같은 회사들이 소상공인 홍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어주는 사회적 경제 플리마켓 팝업에도 참여해보고 있다. 제품판매와 기업의 존재를 알리는 홍보에 분명히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세상의 변화를 보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제는 이전처럼 고객을 잘 만날 수 없으니, 만나지 않고도 연결되는 길을 스스로 찾아보고 있다. 유튜브와 스마트 스토어에 대한 공부를 막 시작했다. 초등학생인 두 아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유튜브를 이용한 홍보물 시험판 제작도 해보고 있다. 배워가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듯 하다. 사회적경제도 앞으로는 비대면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듯 하다. 아무리 사회적 경제의 뜻이 좋다한들 좋은 뜻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앤소니협동조합이 제작한 동영상 홍보물.  이미지=유튜브 화면캡처

Q. 세종시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위해 더 필요한 점은 ?

세종시는 의무구매나 사회적 투자기금 설치 조례의 제정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적극적 행정을 펼치고 있다. 다만 시 산하 공공기관의 의무구매가 대부분은 자활기업, 장애인단체를 우선하고 A4용지 구매같은 행정용품으로 채워지다 보니, 다른 협동조합들이 실감할 수 있는 폭은 상대적으로 적다. 일반적인 협동조합을 위해서는 새로운 판로개척이 필요하다. 세종시에 있는 중앙 정부기관과 국책연구단지의 공공기관들이 세종시 사회적경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시도 조금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또 사회적경제와 관련한 교육이 많은데 반해 교육의 실용성이 다소 부족하다. 교양이나 지식으로서의 사회적경제 교육보다는 경영주체들의 사업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 좀더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패키지 디자인 개선지원처럼 실제로 경영에 필요한 지원이 많아지면 좋을 듯 싶다. 

마지막으로 세종시는 참여공동체과에서 사회적경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담당자가 보통은 2년에 한번 순환근무를 하는 데, 사회적경제가 조금 더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열정을 가진 담당자들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오래 전문직위로서 근무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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