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이주민은 240만명에 육박한다. 이 수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주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낮은 국가로 꼽힌다. 이에 <이로운넷>은 이주민의 차별을 진단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이 요구되는 이유를 다루고자 한다.

#1. 드엉티 바오짱 씨(33세)는 베트남 출신으로 사촌의 소개를 받아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다. 외출할 때마다 시선에 노출된다. 대놓고 쳐다보는 사람도 많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타면 특히 심하다. 드엉티 바오짱 씨는 “당황스럽고 무서워요”라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5년이 넘었지만 그런 경험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2. 양진리 씨(39세)는 중국에서 출생했다. 남편과 결혼하며 한국에 온 지 10여 년째다. 그는 결혼이주여성 친구들과 간혹 산행을 간다. 주로 중국어로 이야기하는데 마주 오는 등산객은 “니네 나라 말 하고 싶으면 그 나라로 꺼져”라고 욕했다. 식당에서 같이 일하는 필리핀 출신 이주 여성 친구는 손님에게 받은 모욕적인 경험을 성토했다. 손님은 친구가 이주 여성인 걸 확인하고 “냄새 날 것 같다”며 먹지 않았다. 양진리 씨는 본인을 포함한 결혼이주여성이 이와 비슷한 일을 많이 겪는다고 말했다.

“너희는 ‘우리’가 아니다”

한국은 이주민에게 가혹하다. 이주민들은 일상적으로 차별에 노출된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지난해 3월 발표한 ‘한국 사회 인종차별 실태와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법제화 연구’에 따르면 이주민 중 ‘언어적 비하’를 경험한 이는 56.1%, ‘기분 나쁜 시선’을 겪은 이는 43.1%다. 

한국에서 이주민이 받는 차별유형./출처=국가인권위원회.
한국에서 이주민이 받는 차별유형./출처=국가인권위원회.

김민정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유독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가 심한 이유로 ‘혈통주의’를 꼽았다. “한국은 ‘5000년 역사를 가진 단군의 한민족’이라는 종족 정체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빠른 산업화를 이뤘다. ‘한민족’이 아닌 외국인은 ‘우리’의 테두리에 포함되지 못했고 배제하는 문화가 조성됐다.”

90년대부터 이주노동자를 저임금노동자로 받아들이며 이주민 숫자는 급격히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2006년 ‘다문화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한다. 이주민과의 사회통합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 본격적으로 ‘다문화’ 정책이 추진된 게 이때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 소장은 이주민 혐오가 점화된 시기 역시 이즈음 부터라고 진단했다. 정책대상에 이주민이 오르내리며 ‘퍼주기’식 지원이 이뤄진다는 인식이 생겨서다.

김형완 소장은 “(이주민에 대한 혐오는) 내 자리가 박탈될 거라는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이들이 정책의 수혜를 받으면 나를 앞지를 거라는 인식이 분노와 차별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정책반대’, ‘다문화바라보기실천연대’, ‘외국인노동자대책시민연대’, ‘단일민족코리아’ 등 반(反)다문화 조직이 설립되고 거리 시위도 조직화됐다. 앞서 언급된 인권위 보고서를 보면 이들이 반다문화를 외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이주민이 일자리를 잠식해 서민의 경제난을 가중하고, 이주민을 ‘우대’함으로써 한민족을 차별하며, 불법체류자를 방조함으로써 범죄가 만연하다”

“경제난 가중, 우대, 잠재적 범죄자”...차별적 인식 확대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인식은 정확할까. 김형완 소장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주노동자의 태반이 비숙련 저임금 노동에 종사한다. 한국인이 거들떠보지 않는 일을 이들이 맡고 있다” 한국은 소위 ‘3D’라 불리는 업종에서 취업 기피 현상이 일어난다. 이 인력을 이주노동자가 메웠다. 김형완 소장은 “염색, 도급, 농·어촌 등의 노동현장에서 사용자의 인권탄압에 시달리며 일하는 게 이주노동자”라고 말했다.

‘우대’도 근거 없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지금 우대라고 호명되는 정책들은 ‘적극적 평등화 조치’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적극적 평등화 조치란 단기간 내 특정집단의 차별을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채용·입학 등으로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일시적이고 결과적 평등을 위해 취하는 조치다. 영원히 지속되는 성격도 아니다. 홍성수 교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일부 조정하는 정책을 ‘역차별·우대’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이라고 말한다. 

범죄가 만연해진다는 주장은 ‘불법체류자=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 인식은 ‘불법’이라는 용어 사용에서 기원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검거 인원 지수는 외국인이 1353명인 반면, 내국인은 3481명이었다. 이 중 ‘불법체류’ 상태의 이주민은 ‘합법체류’ 이주민보다 범죄율이 더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미등록이주민을 ‘불법체류자’라고 부르는데, 김민정 교수는 이것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빨간불에 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불법보행자’라고 이름 붙이는가? 아니다. 그러려니 한다. 미등록이주민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보니 비자가 만료됐거나 사용자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장에서 이탈해 체류자격이 취소된 이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불법’이라는 용어를 붙임으로써 이주민이 범죄자라는 인식이 확대된다.” 

제도 정비가 필요

#3. 여성가족부는 3년 주기로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를 시행한다. 질문에는 ‘배우자에 대해 얼마나 만족합니까’, ‘생활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때 귀하께서는 현재 삶에 얼마나 만족합니까’등이 포함됐다. 유옥래(가명)씨는 그런 질문에 답하며 위화감을 느낀다. 그는 “‘다문화가정을 지원대상으로 상정하고 꾸린 질문 같다”며 “저 문항에 ’귀하의 가정이 다문화가정임에도 불구하고‘라는 문장이 괄호쳐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제도는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확장한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이하 지원법)’에서 다루는 다문화가족 정책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정의하는 ‘다문화가족’은 한국 땅에서 한국인에 의해 출생한 사람과 결혼이민자가 결합한 ‘가정’을 뜻한다. 정부는 이주민을 한국사회에 편입시키기 위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2018년 건강가족지원센터와 통합)를 운영하는 등 여러 지원정책을 펼친다. 혼인 후 2년이 지나면 결혼이민자는 한국인으로 귀화되는데도 지원대상에 포함된다. 유옥래씨의 사례처럼 ‘다문화가정 임에도 불구하고 괜찮은지’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김민정 교수는 이 때문에 차별적 낙인이 생긴다고 말한다. “한국사회에서 이들은 개별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정책은 다문화가족을 별도로 분류하며 이들이 ‘정상적인’ 한국인이 아니라는 인식을 만들어낸다.”

즉, 다문화가족은 ‘취약계층’으로 동일시된다. 제도는 ‘나’와 ‘그들’이 다르다는 생각을 생산하고 원주민이 이주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의식도 태어난다. ‘도움을 줘야 한다’는 태도가 오히려 인종적 위계를 강화하는 효과를 낳았다. 김민정 교수는 “(이주민을) 다르게 호명하고 구별 지음으로써 차별의식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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