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육상계의 샛별로 떠오른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 / 이미지 출처= KB금융그룹 홍보 영상 캡처
대한민국 육상계의 샛별로 떠오른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 / 이미지 출처= KB금융그룹 홍보 영상 캡처

신문에서 반가운 얼굴을 봤다. 한 번 인터뷰해보고 싶었던 인물이 한 금융기관의 광고 모델로 전면을 장식했다. 이름은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 안산 원곡고 3학년에 재학 중인 100m 육상 선수다.

‘내 꿈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는 것. 지금 내 기록 10초 69로는 어림도 없지만 언젠가는 9초대를 뛰는 최초의 대한민국 선수가 될 것이다’

부모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이지만 18살 비웨사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다. 한국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교육을 받고 자라난 그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전국 대회에서 우승한 후 “그가 원어민처럼 말하는 걸 보고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는 기자들의 반응을 보면 우리에겐 아직도 낯선 풍경인가 보다.

그를 발굴한 김동훤 코치는 “입문이 늦어 기본기는 부족하지만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발목 힘과 근력, 탄성, 회복력 등 신체 조건이 월등하다”라고 말했다. 동양인과 다른 신체 조건에서 오는 강점은 스포츠에서 노력한다고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척박한 한국의 단거리 육상계에 훌륭한 재원을 얻은 셈이다.

그의 활약은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한국에 사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에게 꿈을 실어줄 것이다. 마치 박세리, 박찬호 선수를 보면서 성장한 아이들이 세계무대에서 뛰듯이 말이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약 222만 명(2019 행정안전부 발표)이다. 총 인구의 4.3%를 차지한다. 외국인 주민이란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자, 한국 국적취득자, 외국인 주민 자녀를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외국인, 이민 2세, 귀화자 등이 5%를 넘으면 다문화 다인종 국가로 분류하는데 한국도 근접해가고 있다.

숫자는 이렇게 다문화, 다인종 국가로 달려가는데 우리의 인식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듯하다. 내가 비웨사 선수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를 포함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볼 때면 내가 잠시 살았던 독일과 캐나다에서 만났던 이주 한인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낯선 땅, 낯선 문화 속에서 한인 가족들은 휴일을 반납하고 열심히 일해 자산을 일구었고 그의 자녀들은 고등교육을 받고 그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했다. 그런 배경에는 탄탄한 공교육과 사회복지시스템이 뒷받침됐다.

지난달 남도 여행을 하면서 참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봤다. 식당과 건설 현장에서 농사짓는 밭과 관광지 섬에서도… 시골로 들어갈수록 젊은이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쩌다 보는 젊은이들 상당수는 외국인 근로자이거나 결혼이주여성들이었다. 그들은 흔히 말하는 3D 업종에서 인력난을 해소하고 대한민국의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 씨는 한국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미나리'를 만든 정이삭 감독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희망을 봤어요. 코리안 아메리칸이잖아요. 한국 사람의 종자로 미국에서 교육받아서 굉장히 세련된 한국인이 나온 거구나. 너무 희망적이었어요. 너무 좋았어요. 그 세련됨을 보는 게..”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은 2018년 11월 기준 23만 7506명이다. 10년 전에 비하면 5배나 증가한 수치다. 다문화 학생 비율도 2012년 0.7%에서 2019년 2.49%로 3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이들 상당수가 대한민국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200만~300만 원 미만이 제일 많았고 5세 미만의 자녀를 둔 결혼이민자와 귀화자들은 유사시 돌봄 공백과 한국어 교육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사회적 관계 ’없음’에 응답한 비율도 높았다.

몸이 아플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 자녀 교육과 취미생활을 같이 할 사람의 부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문화 다인종 국가로 가는 길목에 선 우리에게 외국인 거주자들에 대한 교육과 사회복지 시스템은 배려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된다.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언젠가 비웨사 선수가 꿈을 이루고 기자 회견장에 선다면 그를 바라보는 콩고민주공화국 사람들사이에 이런 말이 오갔으면 좋겠다.

“희망을 봤어요. 콩고민주공화국 사람의 종자로 한국에서 교육받아서 굉장히 세련됐구나”라고…

이런 세상이 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좁은 대한민국이란 땅을 한치라도 벗어나는 순간 우리 모두가 지금 이 땅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면 아마도 답이 보이지 않을까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