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수도권 집중화와 초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면서 빈부격차 등 사회적인 문제도 같이 야기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 예정된 미래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지방분권이 그 어느 때 보다 당면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미디어 이로운넷과 지방분권전국회의는 올 한 해 동안 '지방분권'에 관한 담론들을 이슈화하는 데 서로의 역량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이로운넷과 지방분권전국회의는 공동기획 세 번째 의제로 <기타 지방분권 균형발전>이라는 주제로 △남부권 메가리전 추진 △시도 통합 추진 △행정수도 완성 △공공기관 이전 △분권형 대학정책 추진 △사법 분권을 의제로 기획 특집 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광역행정통합 논의의 세가지 지평"
김영철 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명예교수
최근 대구경북행정통합 논의가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어설픈 욕심이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시민은 어이가 없고 한편에서는 분통이 터진다.
대구경북행정통합 논의는 전임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어렵게 불을 붙인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의 발발과 정치적 일정의 급박함으로 인해 논의가 잠정적으로 보류되었다. 그런데 2022년 홍준표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그동안의 행정통합 논의를 '난센스 중의 난센스'라며 걷어차 버렸다.
그런데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인 지난 6월에 홍준표 시장은 앞뒤 설명없이 행정통합이야말로 대구경북의 미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논의를 재개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논의 재개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홍준표 시장은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상대방을 설득하는 제스처 하나 없이 논의 자체를 다시 없는 것으로 돌려버렸다.
이게 무슨 일인가? 봉건시대의 군주도 이 같은 중차대한 사안을 두고 이런 정도의 변덕을 대놓고 부리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그 변덕이 대구경북의 미래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많은 시민들이 눈치채고 있음에야! 21세기 대낮 동성로 거리에 어디 벌거숭이 임금이라도 현현하였는가.
홍준표 시장의 몽니를 보다못해 시민단체인 ‘통합 우리 손으로’는 대구경북행정통합과 관련된 논의를 시민 주도의 방식으로 진행할 것을 선언하고 행정통합에 따른 특별법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제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은 단순히 두 명의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을 한 명으로 만들어 뽑고, 두 개의 행정 단위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상의 것이다. 선출된 광역단체장이라 하더라도 이 문제를 혼자서 독단적으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은 명약관화하다.
광역행정통합은 그것을 이해하는 관점과 지향에 따라 차원을 달리하는 지평을 가진다. 여기에서 시민의 참여와 관심은 필수적이다. ‘통합 우리 손으로’라는 시민단체의 이름이 지시하는 바이다. 광역행정통합 논의는 그 관점과 지향에 따라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지평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 광역행정단위의 통합과 규모의 경제 추구
광역행정통합을 논의할 때 기본적으로 논의되는 내용이다. 복수의 광역자치단체장이 한 명이 되고 이를 통해 그동안 광역단위로 집행되는 행정의 일원화를 통해 효율성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 가장 뚜렷한 외형적인 변화이다. 다음으로 초광역경제권 조성을 통해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는 효과를 기대하고, 초광역 교통망 구축 등 생활 SOC 투자의 기대효과 상승과 의료 등 복지 서비스 체제의 강화를 통해 시민의 행복권의 증대를 추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행정통합 논의를 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지방의 정치인과 공무원이다. 광역자치단체장을 포함하여 선거를 통해 뽑힌 지방의 정치인은 행정통합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기득권의 상실을 두려워한다. 공무원은 행정조직의 통합에 따라 인원 감축, 승진 기회 지체, 근무지 이동 등에 따른 리스크를 감당하기를 꺼려한다. 지방의 정치인과 공무원에 의한 행정통합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출할 때 대체로 그들은 스스로 당사자로서 이해관계를 감추고 시민과 주민의 관점에서 그들의 권리와 이해가 침해된다는 식으로 포장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준표 시장이다. 그가 대구경북행정통합에 대해 태도를 돌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중앙 정치를 지향하는 자신의 정치적 셈법이 계속 바뀌는 결과이지 결코 대구경북의 미래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을 고려한 판단이 아닌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보통 사람의 관점에서 행정통합에 따른 이해득실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경제학 전공자로서 판단하여 볼 때 이른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말하자면 모든 사람의 득실을 합산한다고 했을 때 득이 실보다 커서 전체적으로 합이 플러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행정통합이 최소한 중단기적 관점에서 모든 사람에게 득이 되는 윈-윈 게임(win-win game)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 때만 행정통합은 비로소 정당성이 확보된다.
그런데 행정통합을 빠른 기간 내에 윈-윈 게임으로 전환시키고 그 합을 키우는 것은 통합행정 단위에서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변화된 노력이다. 행정통합은 행정통합으로 기대되는 가능성을 현실로 전환시키는 보통사람들의 적극적인 의지를 얼마나 동원해낼 수 있는 가에 최종 결과가 결정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구경북행정통합이 그것의 실질적인 주체인 보통사람들을 제쳐두고 광역단체장의 합의만으로 추진하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이해할 수 있다.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주민의 동의를 구하고 그들을 행정통합의 실질적인 주체로 삼는 것이 행정통합의 성과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2. 수도권 일극 중심의 해체 및 분권과 자치의 시대정신 구현
대구경북행정통합 논의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농담이자 자학적인 질문이 있다. ‘거지 두 명이 함께 살아간들 부자가 될 수 있을까?’ 현재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내부 성장 동력이 거의 소진되어 누군가 과장해서 거지라고 한들 역정을 내며 반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이 가능하다. 왜 그들은 거지가 되었을까? 두 가지 원론적 대답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내부적 요인이다. 게으르고 무능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외부적 요인이다. 외부적 요인이 모든 잠재력과 가능성을 박탈하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소멸위기에 빠진 것은 수도권 일극 중심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 외부적 요인에 의해 지역 소멸과 ‘거지화’가 초래되었다.
이렇게 볼 때 광역행정통합 논의는 수도권 일극 중심의 해체를 전제할 때 비로소 성립한다. 그러나 수도권 일극 중심 체제는 이미 반역사성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되어 강력한 자기방어 기제가 작용하고 있다. 광역행정통합 논의가 전향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그 논의 구조를 보다 고차원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수도권 일극 중심 체제의 대안 이데올로기로서의 지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분권과 자치의 시대정신이 광역행정통합 논의를 관통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렇게 될 때야 비로소 광역행정통합 논의는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지역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극대화시켜 이른바 ‘Local Initiative’ 기반의 새로운 한국 사회의 발전 모델 구축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현행의 광역행정단위는 수도권 일극 중심의 국가 운영 방식과 이를 내면화시키고 있는 한국 사람들의 의식 구조와 최적의 방식으로 상호 호응하고 있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은 부산과 경남, 광주와 전남 등에서의 광역행정통합 움직임과 더불어 이러한 도식의 균열을 가져오게 되고, 궁극적으로 한국행정 체계의 일대 개혁을 통해 수도권 일극 중심의 해체를 자연스럽게 촉진하게 될 것이다.
광역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야기되는 수도권 일극 중심의 해체는 그 실현을 위해 필연적으로 정치적인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현재 한국 정치의 서울 중심주의는 수도권 일극 중심의 해체 문제에 또 다른 암초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지역의 관점에서 정치적 아젠다를 생산하는 지역 정치의 활성화가 불가피하다. 광역행정통합 논의가 지역 선거구제의 조정을 통한 다양한 정치세력의 등장과 지역정당의 출현을 위한 물꼬를 틀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3. 국가주의 극복과 '동아시아 공동의 집' 건설
21세기 세계적인 흐름의 하나는 도시혁명이다. 산업혁명을 뛰어넘어 바야흐로 도시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도시혁명은 국가주의에 의해 강요된 다양한 형태의 억압에 저항하고 도시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연대감을 회복하고 서로 다른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광역행정통합의 목표 혹은 수도권 일극 중심 체제의 극복은 국가주의에 의해 강요된 ‘거지화’를 벗어나는 것이리라. 그리고 광역행정통합으로 새롭게 구성된 지역의 주체적 관점에서 21세기 들어 세계적으로 실험되고 있는 도시혁명을 주도하는 것이리라.
도시혁명은 자연스럽게 국가를 뛰어넘어 도시 간 교류를 활발하게 촉진하게 된다. 유럽이 그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local-to-local의 방식의 도시간 교류는 보다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20세기 중 냉전의 구도 속에서 국가주의를 앞세운 반목과 갈등의 전쟁터인 동아시아를 21세기형 지속가능한 ‘동아시아 공동의 집’을 건설하는 희망을 담지하는 장소로 변화시키는 기대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는 동아시아에서 대안적 근대성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회복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영철 : 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명예교수/ '통합 우리손으로' 준비위원/ 경상북도 행정통합민관합동추진단 위원/ 대구경북학회 이사장/ 대구지역문제해결플랫폼 공동추진위원장/ 전 계명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전 대구사회연구소장/ 전 대구시민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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