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수도권 집중화와 초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면서 빈부격차 등 사회적인 문제도 같이 야기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 예정된 미래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지방분권이 그 어느 때 보다 당면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미디어 이로운넷과 지방분권전국회의는 올 한 해 동안 '지방분권'에 관한 담론들을 이슈화하는 데 서로의 역량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이로운넷과 지방분권전국회의는 공동기획 세 번째 의제로 <기타 지방분권 균형발전>이라는 주제로 △남부권 메가리전 추진 △시도 통합 추진 △행정수도 완성 △공공기관 이전 △분권형 대학정책 추진 △사법 분권을 의제로 기획 특집 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지역혁신의 주체로서의 지역대학"
안현식 동명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지역의 대학들이 안팎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의 가장 기초가 되는 입시 정원을 채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동시에 입시에서부터 '인서울'(In-Seoul)이라는 엉뚱한 프레임에 갇혀서 우수한 교육비와 연구비를 가지고 있는 지역대학 조차도 지역의 수험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외부적으로는 챗GPT4o의 등장과 함께 지식의 산실로서의 대학의 고유 역할과 위상은 AI라는 거대 지식 제공자에게 도전받고 있다. 이러한 중첩적 위기와 도전은 어떻게 극복되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대학이 생존할 뿐 아니라 AI 시대에 응전하며 대학 고유의 역할과 지역 발전을 견인해 낼 수 있을까? 대학과 지역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전략과 이를 지원하는 제도적 뒷받침의 방향에 대해 검토해 보자.
대학의 전통적인 고유 기능은 교육, 연구, 봉사이다. 그동안 대학들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고급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는 교육의 역할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대학의 교육 기능은 상당한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와 개방형 온라인 지식 플랫폼이 IT 분야에서부터 점점 확대되고 있다. 만물박사와 같은 언어-신호 통합형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으로 조만간 개인 맞춤형 교육과 언제 어디서나 교육 컨텐츠를 접하며 교육 받을 수 있는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이미 대학은 온라인 비디오 수업에 익숙해 있고 유튜브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교육 컨텐츠가 대학 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지점에 와있다. 교육에 목매어서는 대학이 존립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교육의 기능이 위축된 상황에서 대학은 어떠한 기능으로 자신의 효용성을 내세울 수 있을 것인가?
대학의 또 다른 기능인 연구 기능에 중요도를 높여야 한다. 대학의 연구역량의 중요성은 미국 대학의 예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바다. 클라크 커어(Clark Kerr)가 설명하는 바와 같이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든 힘은 곧 대학의 힘이며, 그 대학의 효용성은 결국 우수한 연구 역량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연구는 과학기술 영역 뿐 아니라 인문과 예술을 포함한 전 영역에 적용되는 것으로서 다양한 혁신역량을 의미한다. 대학이 혁신역량을 보유하고 있을 때 결국 지역 혁신을 주도할 주체로서의 역할이 가능한 것이며 그러한 혁신 역량이 있어야 세 번째 대학의 기능인 봉사 기능도 가능해진다. 이것은 지식의 습득보다 창의성을 강조하는 4차산업 시대의 흐름과도 일치한다.
그런데 지역의 형편을 살펴보면 지속적으로 연구 역량이 위축되어 온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극소수의 대학만 연구중심대학이고 다수의 대학들이 교육중심대학이라는 틀 속에서 다수의 지역 대학들이 산업계 인력 생산 기지로서의 역할에 만족하는 흐름이 있어 왔다. 정부의 재정 지원 사업도 그러한 분업적 기능에 맞추어 오면서 다수의 지역 대학의 연구역량이 위축되고 있는 지점을 포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교육부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공모 사업들은 산업 인력 공급이 주요 목적인 경우가 다수이다. 애초에 지역 대학의 연구와 혁신 역량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학부 학생들이 창업해서 지역 혁신을 이루겠다는 몽매한 내용이 추진되어 왔다. AI, 메타버스, 지능로봇,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등의 4차 산업은 보다 고도화된 기술지식 역량을 요구한다. 학부 중심 교육을 통해 지역 산업의 4차산업 혁명을 끌어낼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넌센스이다. 지역대학이 학부 중심의 교육에 매몰되기보다 대학원과 산학협력단을 중심으로 한 나름대로의 혁신역량을 갖추도록 유도했어야 했다. 전문대학도 교수를 중심으로 혁신역량을 발휘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난이도에서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대학의 인력들이 힘을 합하면 지역 산업계와 지역의 사회에 산재한 과제를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교육부 외의 산자부나 정통부 관련 R&D 사업들에서도 지역의 위축된 모습이 나타난다. 지역적 배려 없이 역량 중심으로 평가하다 보니 지역 대학들이 혁신역량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 10여 년간의 정부 재정 지원 수주 금액 수준을 살펴보면, 국내 주요 3개 대학에서는 10배에 육박하는 압도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지역을 비롯한 다른 대학들은 평균 3.5배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 근저에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논리가 그럴듯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R&D 재원 분배 방식은 결국 소수의 대학과 소수의 교수들에게 집중 배분되는 결과를 낳았고 연구중심 대학이 집중된 수도권과 지역의 차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대학의 10% 정도의 대학과 교수들에게만 연구 재원이 집중됨으로써 거의 90%가 되는 대학의 연구역량 발휘의 기회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결국 국가 경쟁력의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흐름을 끊고 지역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R&D 재원을 지역으로 일정부분 배분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는 우수한 연구 인프라와 인력을 보유한 대학뿐 아니라 모든 대학들이 지역의 크고 작은 산업적 사회적 과제들을 해결해 내는 포괄적 혁신역량을 발휘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연구 성과가 혁신적 산업을 일구고 고용을 창출하게 된다면 자연히 지역 발전의 모멘텀을 생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학마다 잔여 공간에 스타트업 센터를 만들고 여기에 지자체는 혁신역량 발휘를 지원하여 다수의 스타트업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게 할 수 있다. 현재도 대학 내 스타트업 기업을 유치하고 있으나 수십여 개가 아니라 수백여 개의 규모로 확대하여 지역 혁신의 중심으로서의 기능을 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과 지역 발전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제도적 부분은 어떻게 구축되어야 할까? 현재 대학사회는 '글로컬 사업'과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RISE)'와 관련된 의견들로 분분한 중이다. 글로컬 사업은 공모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성과보다는 서류 맞추기 형식의 성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과거 PRIME 사업에서 본 것과 같이 재정 지원이 완료되면 사업 내용이 사업 전 수준으로 돌아오는 문제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RISE 사업의 경우는 RISE 센터를 중심으로 행정 및 재정 권한을 지자체로 위임하고 지·산·학이 참여하는 '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구성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지역에 관할권을 위임한다는 것은 지역과 지역대학이 스스로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혁신모델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의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검토되어야 할 부분 몇 가지 살펴보자.
우선 사립대 고등교육의 관할권을 지역에 위임한다고 했을 때 대학들이 소재한 위치의 지리적 특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대학의 경우 수천 명의 규모로 거주지의 지리적 위치와는 무관하게 소재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도(道) 내에 주소지가 있으면서 광역시와 근접한 대학의 경우 주소지 단위로 관할 주체를 분리하는 것은 문제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고등교육 관할 주체를 시도를 넘어 광역단위로 확장하여 운영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나 대·경(대구·경북) 등으로 광역 단위로 결합하는 형식이다. 또한 광역 단위의 고등교육 거버넌스는 구축을 위해 '광역고등교육청'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이 조직은 지자체의 하위 조직으로 두기보다 광역단위의 지자체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외부의 조직으로서 각 지자체가 담당 업무 분량 단위로 실무 인력을 지원하고 협력하는 형식이다. '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구성함에 있어서도 지·산·학 주체가 참여할 뿐 아니라 전문성과 공공성의 확보를 위해 교수단체나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형식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중심으로 지역 내에 소재하는 대학 간의 지나친 경쟁이 아닌 협력 구조를 조기에 정착시켜야 한다. 지역의 교육 주체들의 협력을 통해 시설 공유, 학점 공유, 강의 공유, 취업 정보 공유 및 평생교육 시스템 공유 등의 고등교육 공유체제를 확립할 수 있다. 또한 지역 내의 대학들의 연구 인력을 풀로 만들어 범 대학 컨소시엄 형식의 혁신역량의 극대화를 위한 연구 공유체제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대학들이 지역 혁신의 주체로 역할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쇠퇴와 지역 대학의 위기 속에 있지만 지역의 주체들이 함께 힘을 모아 대학의 혁신역량을 극대화하는 전략과 제도적 뒷받침으로 지역이 소생하고 마침내 국내외 성공 케이스로 우뚝 서기를 소망해 본다.

안현식: 동명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전)동명대학교 교수협의회 의장, 부산경남사립대학교수연합회 회장,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 (재)부산지역사업평가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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