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에 환자 보호자가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에 환자 보호자가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최근 '응급실 뺑뺑이', '진료 취소' 등 의료 파업으로 인해 진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의 수가 늘면서 추석 명절을 앞둔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며 '의료대란'을 넘어서 '의료붕괴'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정부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의) 250명을 인력 충원이 시급한 의료기관에 파견하기로 했다. 응급의료체계 붕괴에 대해서는 전체 의료체계가 잘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충분히 극복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결국 의료 대란을 해결한다기 보단 '돌려막기'로 급한 출혈만 막는 셈이지 않냐, 머지 않아 다른 곳에서도 출혈이 생길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4일 더불어민주당은 '의료대란'에 나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를 만들자"고 여권에 제안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는 이날 고대 안암병원에 방문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진료 대응 여력 등을 살폈다.

◆ 박찬대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를 제안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응급 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되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며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의료계와 정부도 참여해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야 한다. 시급한 의료대란 사태 해결방안부터 중장기적 의료개혁 방안까지 열어놓고 대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점에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담에서 의료대란 해법 마련을 위한 대책기구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그는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고 고집 피울 때가 아니다"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길에 대통령과 정부도 동참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찬대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과 '김형석·김문수 해임', '해병대원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등을 요구하며 

"여당은 야당이 의회독재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진짜 독재는 대통령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당의 고성과 야유가 끊이질 않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여당 의원들도  있었다. 여당은 "협치를 걷어차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며 반발했다.

◆ 이재명, "군의관·공보의 도움 안 돼...근본 대책 없으면 의료 현장 붕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표는 안암병원 현장을 방문한 뒤 의료 현장의 한숨이 깊다며 "상황이 이미 좋지 않다"며,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어 "근본적인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지 않으면 의료 체계 붕괴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대 안암병원 현장 의료진에 따르면, 최근 안암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는 줄었지만 입원이 필요한 중증 환자는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다. 이는 다른 병원들이 수용하지 못한 중증 환자들이 안암병원으로 몰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지방의 의료 상황은 더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며 명절과 같은 특수한 시기에는 중환자가 발생했을 때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여야협의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협의체 구성에 공감했다"며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논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도 응급 대란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이재명 대표는 "예상되는 응급대란에 대해서 실효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을지 낙관적이진 않다"며 "정부에서 응급체계에 아무런 문제 없다고 얘기하면서도 군의관·공보의를 투입하겠다는 것 자체가 응급의료 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현장에서도 군의관·공보의 투입은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구동성으로 다른 근본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의료대란을 해결하는 것 못지않게 의대증원 문제도 풀어나가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화의 물꼬를 틀기 위해서 2026년 의대증원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되겠다"고 동의했다. 다만 "이 문제 발생의 근본원인이 의대정원 증원 문제를 놓고 규모나 기간, 증원의 의사결정 과정, 내용 등이 대화나 합리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돼서 생긴 문제다"라고 짚었다. 

이재명 대표는 "한편으론 너무나 일이 꼬여있고 특히 용산의 태도가 너무 요지부동이라 그런 논의가 의미가 있을까 자괴감까지 드는 상황이다"라고 말하면서도 "대화는 꼭 필요하다. 특히 현장의 당사자인 의료계와의 열려있는 자세로 대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 대표는 야당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더라도 정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야당이 여당과 협의해 의견을 도출한다 하더라도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낙관하기 어렵다"며 "현재 정부가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정부에 전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 역시 의료 현장에서 "군의관과 공보의 파견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들었다며 정부의 대응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박 의원은 의대생들의 교육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2학기 수강신청률이 4~5%에 불과하고 내년도 교육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의료 대란의 심각성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과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인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국민을 위기에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중대한 문제 앞에서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이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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