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남기창 기자

'조금 더 내고 조금 더 받자'가 골자인 국민연금개혁안이 이제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회로 넘어갔다.

지난 22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민대표단 492명 중 56.0%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도 40%(2028년 기준)에서 50%로 높이는 방안(1안)을 선호했다.

국민 절반 이상이 "조금 더 내고 조금 더 받자"라는 방안을 선호한 셈이다. 의무가입 연령을 64세로 올리는 방안에는 80.4%가 찬성했고, 현행유지는 17.7%였다.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유지하는 방안(2안)은 42.6%가 선택했다. 소득보장론을 담은 1안, 재정안정론을 담은 2안의 차이는 13.4%p였다.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시민대표단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현행보다 '더 내고 더 받자'는 이른바 '소득보장론'을 선택한 응답자가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뉴시스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시민대표단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현행보다 '더 내고 더 받자'는 이른바 '소득보장론'을 선택한 응답자가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뉴시스

국회 연금특위에 따르면 최근 4차례에 걸쳐 492명의 시민대표가 참여한 숙의 토론회를 진행했다. 시민대표는 만 18세 이상 일반 국민 1만명 중에서 성별, 연령, 지역, 연금개혁에 대한 입장 등을 고려해 무작위 추출 선정했다.

공론화위는 지난달 2박3일 간 이해관계자를 중심으로 의제숙의단 워크숍을 거쳐 공론화 의제별 대안을 개발했고 이달 13~14일과 20~21일 총 4일간 시민대표단 숙의토론회를 가진 후 지난 21일 최종 설문조사를 실시해 공론화 과정을 마무리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출산크레딧을 첫째 자녀까지 확대하고, 자녀당 크레딧 부여 기간을 2년으로 늘린다'(82.6%), '군복무 크레딧 부여 기간을 6개월에서 전체 군복무기간으로 확대'(57.8%)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번 조사에는 기금 고갈 연장 시점에 대한 부가 문항도 포함됐다. 현행 2055년에서 소득보장론을 운용할 경우 고갈 시점이 2061년으로, 재정안정론을 적용할 경우 2062년으로 미룰 수 있다. 

1년 차이지만, 국회 예산정책처 추산 결과 소득보장론으로 개혁 시 2093년 기준 누적 적자액이 702조4000억원까지 늘어나는 반면, 2안은 1970조원 감소하게 된다. 기금고갈 연장 시점에 대해 가장 길게 제시한 '2090년 또는 그 이후'를 택한 응답자가 24.1%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2070년까지 연장'이 17.2%로 높았다.

퇴직급여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선 "퇴직금, 퇴직연금 중 일부를 별도 기금으로 적립, 운용해 준공적연금으로 전환한다'는 항목을 택한 응답자가 46.4%로 가장 높았다.

이번 설문조사는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는 ± 4.4%p이다. 국회 연금특위는 이를 바탕으로 21대 국회 임기 내에 최종 개혁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금특위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대한 상세 분석이 필요하며 상세 결과 보고서는 다음 주 정도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도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국회의 연금개혁 방안이다. 즉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 된 셈이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 결과에 대한 노동시민사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4.23. /뉴시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 결과에 대한 노동시민사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4.23. /뉴시스

노동계 국회가 신속히 입법에 나서야…여 "개악 포퓰리즘" vs 야 "국민 뜻"

공적연금제도 개혁을 위한 시민대표단 과반이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선택한데 대해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하면서 "국회가 신속히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22일 오후 성명을 내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민연금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지난 23일 오전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 결과에 대한 노동시민사회가 입장을 발표하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이행 입법을 촉구했다.

국민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 노동시민사회도 환영하고 있는 반면 입법화에 칼자루를 쥔 여야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여당인 국민의힘 간사 유경준 의원은 23일 공론화위 숙의토론 결과에 대해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라는 측면에서 명백한 개악"이라고 규정했다.

유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 연금 개혁과 우리나라 연금 개혁의 취지가 기금고갈을 방지하고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으로의 전환이라면, 모수개혁 1안은 근본적으로 이 취지에 반대되는 안이라는 점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수지균형 측면에서 보험료율 1%포인트 인상이 커버하는 소득대체율은 개략적으로 2%포인트"라며 "(1안을) '더 내고 더 받는 안'이라고 포장한 것은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에 지친 서민을 교묘하게 희롱하는 포퓰리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미래세대의 등골을 부러뜨리는 '세대이기주의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제1야당인 더불민주당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환영하며 공론조사의 결과를 존중하는 원칙 속에서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성준 정책위 의장은 전날(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연금 제도에 대한 학습과 토론이 진행될수록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해야 된다고 하는 의견이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정보와 이해에 바탕을 두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소득보장 강화론의 타당성이 충분히 입증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진 정책위 의장은 "공론조사까지 마친 상황이기 때문에 연금개혁특위에 양당 간사가 집중적인 협의를 통해서 핵심 과제에 대한 개혁 과제는 마무리하고 나머지 과제는 22대 국회가 바통을 이어받아서 처리해 갈 수 있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성주 의원도 "연금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서로 다른 입장의 개혁안에 대해 국민대표의 판단이 내려진 것"이라고 짚었다.

김 의원은 "그간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지속해 주장해온 민주당은 국민 공론조사위원회 결과를 존중하며 21대 국회 내에 최대한 입법 성과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연금특위는 조만간 공론화위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여야 간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21대 국회 임기가 다음 달 29일까지다. 이번 국회에서 연금 개혁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위 관계자에 따르면 여야 협의가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간사 간 협의도 안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연 해묵은 과제인 국민연금 개혁안이 이번 21대 국회 회기 내에 결론 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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