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시민의 선택을 존중하라!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5.26./뉴시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시민의 선택을 존중하라!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5.26./뉴시스

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연금 개혁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두 당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소득대체율을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민주당은 45%로, 국민의힘은 43%로 각각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이 마지막 특위에서 44%로 합의하자는 제안을 했다가 민주당이 이를 거절했다. 그런데 민주당 대표인 이재명이 지난 주말 "44%를 수용하겠다"고 밝혀 판세가 급변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넋 놓고 있다가 허를 찔렸다"고 말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구조 개혁 조건 협의가 잘 되면 44%까지 추가 논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는데, 44%를 수용했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며, 애초에 44%가 합의 지점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가 당장 협의에 돌입해야 한다. 장소와 시간,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세부 협상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21대 국회가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 개혁을 이번 기회에 매듭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의 여당안을 수용했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대로 개혁안을 좌초시키는 것보다는 반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혁방안' KDI-한국경제학회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신승룡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의 발제를 듣고 있다. 2024.05.22./자료사진=뉴시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혁방안' KDI-한국경제학회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신승룡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의 발제를 듣고 있다. 2024.05.22./자료사진=뉴시스

◆모수개혁 뜻…국민연금 개혁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이제 곧 21대 국회가 끝이 나는 가운데 지난 26일 김진표 국회의장도 21대 국회에서 모수 개혁을 하고,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하자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사실 일반 국민들은 국민연금에 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그렇기에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이란 단어도 낯설다. 국민연금은 대한민국 정부가 운영하는 공적 연금 제도로, 근로자, 자영업자, 그리고 일부 특별 직종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 가입 대상이다. 

국민연금은 소득 활동 기간 동안 일정 금액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노후에 일정 금액의 연금을 지급받는 형태로 운영된다. 잘 아는바와 같이 주요 목적은 국민들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고,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은 연금 수급액이 가입 기간 동안 평균 소득의 몇 퍼센트인지를 나타내며, 현재는 약 40% 정도다. 모수 개혁 이란 국민연금 개혁 중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힘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 절충안을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국민의힘은 44% 안이 구조 개혁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이 주장하고 있는 구조 개혁은 국민연금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과는 달리, 국민연금 제도의 전반적인 구조를 바꾸는 것을 포함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안에서 이례적으로 대표적 보수매체인 조선일보가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어이러니한 대목이다.

매체는 "절박한 '연금 개혁' 민주당이 처리하면 수권 자격 입증할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내는 돈 13%, 받는 돈 44% 안을 처리하고 그 평가를 국민에게 맡긴다면 당장 정치적 손해를 보더라도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국민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신문들의 경우 21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을 처리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논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러한 모수 개혁만으로는 연금 기금의 소진을 막을 수 없고, 다음 세대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한꺼번에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당 내 일부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모수개혁이라도 먼저 추진하자고 해 주목된다.

나경원 의원은 "모수개혁이라도 먼저 받아야 한다"며 "첫 단추라도 꿰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 역시 "정략적 의도가 있지만, 이거라도 하는 것이 낫다"고 평가하며, 다음 국회에서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이 안을 통과시키자는 입장을 밝혔다.

김근식 전 당 비전전략실장은 "민주당의 정략적 의도가 있든 없든, 일단 모수개혁에 합의하는 것이 맞다"고 언급했다. 신지호 전 의원 역시 "구조개혁이 불투명하더라도 모수개혁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금개혁 논의가 21대 국회에서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명 대표는 "연금개혁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하며,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역설했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이다. 연금개혁을 통한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하는 길에 여야가 협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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