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곤 KT 지속가능경영단 상무를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 KT 본사 사옥에서 만났다./사진=전석병 작가

‘People(사람). Technology(기술).’

KT그룹의 기업 슬로건에는 “사람을 위하는 따뜻한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국내에서 130년 넘게 정보통신을 이끌어온 KT는 업(業) 특성을 살려 ICT 역량을 활용해 사회?경제?환경 관련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해당 분야의 사업 확장 토대를 마련하고 나섰다.

KT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도맡은 조직은 ‘지속가능경영단’이다. 지난 2016년 4월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회를 설치하고, 공유가치창출(CSV)로 분야로 영역을 확대했다. 지속가능경영단은 총 9개팀 44명 규모로, 전국에 사회공헌팀이 권역별로 활동 중이며 국내를 넘어 방글라데시, UAE 캄보디아, 네팔, 가나, 케냐 등 해외로 범위를 넓히며 활약 중이다.

지속가능경영단을 이끄는 정명곤 상무를 만나 KT의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1997년 한솔PCS에 입사해 20년 이상 통신업계에 몸담은 정 상무는 인사?교육?HRD 등 업무를 맡다가 2014년 12월 KT로 오면서 지속가능경영단과 함께하게 됐다. 지난 2019년 한 해에만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에 위치한 경기 파주 대성동 마을부터 네팔 안나푸르나 3700m 고산 지역까지. 국내외 곳곳을 바쁘게 누비며 기술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정명곤 상무는 지속가능경영단의 활동에 대해 "KT가 가장 잘할 수 있는게 뭘까를 고민해 전문성이 높은 무선통신, 인터넷, 네트워크, ICT 솔루션 등을 활용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사업을 수행하려고 했다"고 말했다./사진=전석병 작가

-KT는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공유가치창출’ 모델을 기반으로 지속가능경영을 실천 중입니다. 사회적가치 창출에 주목한 계기가 있나요?
 
▶앞서 KT에서도 회사가 이윤을 버는 만큼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 차원의 CSR 활동을 주로 해왔습니다. 2014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가 제안한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개념을 본격 적용하면서 단순한 재원 투입, 공간 구축, 일회성 기부가 아니라,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기업이 가장 잘하는 업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인류의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할 사회공헌 사업을 시작한 것이죠. 

-지난 5년간 수행한 다양한 활동 중 ‘기가스토리’가 가장 눈에 띄는데요.

▶2014년 10월 출범한 기가스토리는 기가인터넷이 개발되고 상용화할 당시 시작한 사업입니다. 정보 격차가 심한 도서?산간 지역에 속도가 빠른 기가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고, 각 지역에 필요한 맞춤형 ICT 솔루션을 제공해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로 기획했죠. 전남 신안군 임자도를 시작으로 경기 파주시 DMZ 대성동마을, 인천 옹진군 백령도?교동도, 경남 하동군 청학동, 강원 평창 의야지마을 등 국내 6개 지역에서 추진했습니다.

-기가스토리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도서?산간 지역은 인터넷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지역 주민들이 여러 어려움을 겪습니다. IPTV로 드라마 VOD를 보려고 해도 속도가 느려 툭툭 끊기고, 제대로 된 강좌 하나를 들으려고 해도 육지로 나가야 하거든요. 특히 서해 최북단 섬 주민들은 안보에 대한 불안함이 컸습니다. 통신 인프라를 통해 TV 시청 같은 일상의 소소한 불편함을 해결하고, 도시의 교육기관과 협약을 통해 마을 안에서도 온라인 강의를 듣도록 했습니다. 백령도에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해 안보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주민을 빠르게 대피시키고 상황을 지휘하도록 하고요. 작은 불편함부터 중대한 안보까지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더 좋게 변화시킵니다.

지난 2019년 6월 남한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DMZ)에 위치한 경기도 파주시 대성동마을에 '5G 빌리지'가 개소했다. 5G 네트워크와 ICT 솔루션을 바탕으로 주민들의 생활 환경을 개선시킨다. 사진은 대성동초등학교 아이들과 주민들의 모습./사진제공=KT

-주민 삶 개선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로 나타나고 있다고요.

▶인프라만 설치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ICT 솔루션을 활용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기적 지원을 합니다. 기가스토리 지역 주민들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설립?운영하도록 이끌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죠. 예를 들어 임자도에는 예비사회적기업 ‘임자만났네’가 튤립 스마트팜과 드론 교육장 운영, 특산품 판매 등을 진행해 관광객의 발길을 이끕니다. 그 결과 관광객이 2017년 287명에서 2018년 3780명으로 13배 늘어났을 만큼, 섬 전체에 활기가 생겼죠. 이밖에 의야지마을 ‘꽃밭양지카페’, 교동도 ‘화개영농조합’, 청학동 ‘영농조합법인’ 등에서도 주민들이 자생적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회공헌 활동에 큰 비용이 들 것 같은데요. KT가 얻는 경제적가치도 있나요?

▶CSV는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에 이윤 창출에 대한 고민을 빼놓을 수 없어요. 실제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기가스토리가 보여준 경제적?사회적 성과에 주목해 협업을 제안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정안전부에서 인구소멸 지역에 대한 정책을 고민하면서 기가스토리에 주목했는데요. 지난해 7월 인구소멸이 심각한 경북 의성군과 MOU를 맺어 IT 특화 지역으로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해온 프로젝트가 소문이 나고 레퍼런스가 되면서 차기 사업으로 확장되는 겁니다. 또 활동 스토리를 광고에 담아 홍보하는데, 국민들의 반응이 무척 좋습니다. ‘KT는 따뜻한 기업’이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전달되는 것 같아요.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로도 사회공헌 활동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국내 여러 섬에서 기가스토리를 시행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해외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엿봤습니다. 2017년 4월 방글라데시 정부, 국제이주기구(IOM),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과 협력해 난민이 많은 방글라데시 모헤시칼리섬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ICT 솔루션을 토입해 현지의 통신?교육?의료?경제 분야를 개선해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였습니다. ‘국가-국제기구-민간사업체’가 협업해 지역밀착형 사회공헌을 수행한 사례가 매우 드물어 국제적으로도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네팔 안나푸르나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 구축된 KT ICT산악구조센터는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등반객의 안전을 책임진다./사진제공=KT

-지난해 11월 네팔 안나푸르나에 개소한 산악구조센터도 인상적인데요.

▶안나푸르나 중턱 해발 3700m에 위치한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 세계 최초로 ICT 산악구조센터를 설치했습니다. 앞서 엄홍길 대장과 일을 하면서 산악인들이 조난을 당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등반객들의 안전을 위한 솔루션을 고민하다가 장거리 무선 중계기를 이용한 통신을 떠올렸습니다. 등반객의 위치를 추적하고, 위기상황 시 드론을 통해 구조물품을 수송하며, 센터에 비치한 장비로 구조 활동을 수행합니다.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새로운 사회공헌 솔루션도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본격 출범한 ‘5G 서비스’로는 어떤 것이 변화했나요?

▶5G 신기술을 활용한 사회공헌 사업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시각?발달장애인을 위한 ‘넥밴드’가 있는데, 기기를 목에 착용한 이용자의 360도 상황을 전부 볼 수 있는 기술입니다. 노인의 고독사 예방을 위한 스마트 LED, 각종 정보를 안내하는 AI 스피커, Io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약 상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ICT 솔루션을 개발 중이고요. 지난해 6월 대성동마을에 신설한 ‘5G 빌리지’에서는 농업을 위한 전자기기 원격 제어 기술을 시행하고 있고, 마을회관에 AR 전망대를 설치해 북한의 모습을 보다 실감 나게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타 지역보다 난청 인구의 비율이 높은 제주도에 '꿈품교실'이 문을 열었다. 청각장애 아동들이 서울에 오지 않고도 도내에서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사진제공=KT

-이밖에도 지속가능경영단에서 수행하는 사회공헌 영역이 광범위합니다.

▶의미 있는 사업들이 정말 많은데, 전부 이야기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네요.(웃음) 전?현직 임직원으로 구성된 ‘IT서포터즈’와 ‘사랑의 봉사단’, 용산구 쪽방촌 주민을 돕는 ‘동자희망나눔센터’, 발달장애인 자립을 위한 ‘남양주 스파트팜’, 감염병 전파를 막는 ‘감염병 확산방지 프로젝트’까지 나열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이 중 2003년부터 진행해온 저소득층 청각장애인 인공와우 수술 지원 사업 ‘소리찾기’와 2013년 연세의료원과 시작한 청각 재활 프로그램 ‘꿈품교실’을 소개하고 싶은데요. 2018년 캄보디아, 2019년 제주에도 꿈품교실을 열어 더 많은 아이들에게 소리를 찾아주었습니다. KT의 업 특성대로 소리로 세상을 이어주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2020년 지속가능경영단의 주요 계획과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2020년에는 기존에 진행해온 기가스토리 사업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사업지도 모색해볼 계획입니다. 지난해 MOU를 맺은 의성군에서 특화 사업을 중점 진행하고, 네팔에 개소한 산악구조센터를 모니터해 4500m 지점에 신규 구조대 설치도 검토 중입니다. KT 사회공헌 사업의 특징은 ‘장기 프로젝트’라는 겁니다. 지역을 선정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사업을 시행해 이어가기까지 수년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단 인프라를 설치하고 ICT 노하우를 전달한 다음, 궁극적으로는 주민들의 자립과 자생을 이끄는 것이 저희 역할입니다. 편리함을 넘어 편안한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새해에도 국내외, 동서남북을 넘나들며 힘쓰겠습니다.(웃음)

KT 지속가능경영단은 사회공헌팀을 전국 권역별로 운영해 지자체, 지역주민, 지역 기반 NGO, 사회적경제 주체 등과 소통하며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주력한다. 정명곤 상무가 KT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브랜드 '기가스토리' 홍보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사진=전석병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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