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은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개최예정이다. /사진=도쿄 올림픽 웹사이트

코로나19 확산으로 각종 행사가 미뤄지는 가운데,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예정돼있던 도쿄 하계 올림픽 개최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내에서 조차 연기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테드로스 아다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9일(현지시간) 제네바 본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이 100여 국에 퍼졌고 11만1천여 명이 감염돼 '감염병 세계적 유행(pandemic)'이 매우 현실화됐다"고 전한 상황. 도쿄올림픽 자원봉사 교육 연기, 도쿄마라톤대회 선수 제한,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연기 등 현재 일본 내에서도 스포츠 관련 계획이 줄줄이 축소·연기되는 실정이다.

올림픽 취소 시 日 GDP 1.4% 하락 전망

일본 온라인 매체 재팬 투데이는 8일, SMBC닛코증권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번 도쿄올림픽이 취소된다면 7조8000억엔(한화 약 89조원)의 국가적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10일 SMBC닛코증권이 내놓은 일본 경제 전망 보고서 보도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현상이 6개월 이상 계속돼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일본의 GDP 성장률이 약 1.4% 떨어질 것이며, 소비 위축이 가져올 손해는 더 크다.

각종 외신에서도 올림픽 취소 시 생길 손해를 언급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지는 “일본 정부는 이미 올림픽을 위해 130억 달러(한화 약 15조 5000억원) 가까이 썼으며, 비공식적으로는 그 2배를 쓴 것으로 알려져있다”며 “돌아오는 게 아무것도 없는 260억 달러 지출은 받아들이기 힘든 손해일 것”라고 전했다. BBC는 “도쿄올림픽만을 위해 몇 년씩 훈련한 선수들에게도 큰 타격”이라고도 전했다.

또한, BBC는 지난 6일(현지시간) “도쿄올림픽이 취소된다면 각종 방송사, 광고사, 호텔 등으로부터 수억 파운드의 보험금 청구가 이뤄질 것”이라며 보험업계의 타격을 전망했다. 매체에 의하면 IOC는 8억 파운드(한화 약 1조 2487억원)에 달하는 하계 올림픽 투자금을 보장하기 위해 2천만 파운드(한화 약 312억원) 보험을 들어놓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어 “행사가 취소될 경우 조직위원회는 어떤 형태의 배상금이나 보상 주장을 포기한다고 개최도시협약서에 적혀있으므로 도쿄는 IOC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36년 만의 무관중 성화 채화식...1~2년 연기설 솔솔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진행되는 성화 채화식. 대사제로 분장한 여성 배우가 불꽃을 만든다. 올해 대사제 역할을 맡은 배우는 크산티 조지우이며, 성화 봉송 첫 주자는 그리스 사격 선수 안나 코라카키다. /사진=도쿄 올림픽 웹사이트

코로나19의 여파로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열리는 올림픽 성화 채화식도 12일(현지시간) 무관중으로 진행된다. 그 결과 9일(현지시간) 그리스 올림픽 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채화식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 중 정해진 100명만 참석하며, 11일 리허설도 대중과 언론에게는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채화식 이후 도쿄올림픽 성화는 7일 동안 그리스 곳곳을 도는 릴레이 봉송 행사를 거쳐, 19일 일본으로 향한다. 위원회는 성화가 거치는 도시 시장들에게 보건당국의 지시에 따르기를 권고했다.

채화식이 무관중으로 진행된 건 1984년 LA 올림픽 이후 2번째로, 36년 만이다. 당시 LA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성화봉송자 자격을 일반 대중으로 확대하는 대신 돈을 받고 팔려 해 그리스 올림픽 위원회의 반발을 샀다.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와 더불어 도쿄올림픽이 1~2년 늦춰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다카하시 하루유키 집행위원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통화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올림픽이 올해 열리지 않는다면 1~2년 미루는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답했다. 그는 연기 논의가 이달 말쯤 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올림픽 취소 이유는 전쟁뿐...감염병 첫 사례 될까

역대 올림픽이 취소된 사례는 하계 올림픽 3건, 동계 올림픽 2건이다. 모두 전쟁 때문에 취소됐다. 만약 이번 도쿄올림픽이 무산된다면 전쟁이 아닌 이유로는 최초가 된다.

1916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하계 올림픽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무산됐다. 1940년 일본 도쿄에서 예정됐던 하계 올림픽은 중·일전쟁으로 취소돼 개최권이 핀란드 헬싱키로 넘어갔지만, 제2차 세계대전으로 취소됐다. 같은 해 삿포로에서 예정된 동계 올림픽도 중·일전쟁으로 개최권이 스위스 장크트모리츠에 넘어갔다. 그러나 스위스 올림픽 위원회와 IOC 사이에 마찰이 생겨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으로 개최권이 다시 한번 이전됐다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완전히 취소됐다. 1944년에 영국 런던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하계 올림픽,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동계 올림픽 역시 제2차 세계대전으로 무산됐다. 올림픽 중간 연도를 택해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월드컵축구대회도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1940년대에는 열리지 못했다.

과거 올림픽 취소 사례. /디자인=윤미소

과거에도 감염병 때문에 올림픽 경기가 취소될 뻔한 사례가 있다. 2016년 하계 올림픽이 지카 바이러스 유행 지역인 브라질 리우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WHO는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보도자료를 통해 “올림픽 취소나 개최지 변경은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올림픽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당시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리우올림픽 감염병 관리대책본부 긴급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고, 현지 감염병 대응팀을 브라질에 파견해 선수단, 방문객 등의 감염병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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