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새로운 표준이 돼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7일 서울 을지로 페럼홀에서 열린 ‘제1회 WEA 컨퍼런스’에서 “코로나19로 그토록 공고했던 서양의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면서 “이것은 엄청난 기회이자 문명 대전환의 신호탄이며, 우리는 앞장서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메디치미디어가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이 동아시아에 미친 영향과 향후 전 세계 정치?사회?경제에 일어날 지각변동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현장에는 약 60명만 참석했으며,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됐다.

27일 서울 을지로 페럼홀에서 열린 '제1회 WEA 컨퍼런스'에서 주제 발표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제공=메디치미디어

이날 발표자로 나선 박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속 ‘K-방역’이 세계적 표준이 될 수 있던 요인을 한국의 축적된 역량과 혁신과 연대에서 찾고, 서울시가 정부?시민과 연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소개했다. 

박 시장은 “한국은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 위기를 통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배웠고, 성숙한 시민의식은 어떤 위기가 닥쳐도 극복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에서 드라이브스루(승차진료), 워킹스루(도보진료)와 빠른 검진 등 혁신을 실현하고, 시민들은 마스크 쓰기,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지침을 질서 있게 지켜줬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해외 언론들은 우리의 모습들을 경이롭게 취재했고, 세계인이 지켜야 할 표준 방역으로 칭찬했다”라며 “지난달 27일 열린 세계 시장들의 회의체 ‘C40’ 국제 화상회의에서 뉴욕?파리? 런던?베를린 등 선진 도시들이 서울의 방역을 지침으로 여기고, 우리의 방역 시스템을 배우려 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랍기도 하고 감동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우리나라가 새로운 표준이 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공공의 개혁, 무엇보다 정치권의 변모가 아쉽다. 민주적 소통과 투명하고 효율적인 행정, 미래를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시대의 이정표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새로운 표준이 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현장에는 수용인원보다 적은 60명 정도가 참석했으며,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발표 장면./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또한 제21대 국회에 입성하는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세종갑)은 ‘동아시아 경제, 위기인가? 재편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전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자 현 혜안리서치 대표인 그는 코로나19 이후 대격변이 예고되는 세계 경제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한국은 어떤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저서 ‘수축사회’를 통해 인구감소, 공급과잉, 과잉부채, 환경오염, 양극화, 갈등심화 등 사회문제를 연구해온 홍 당선인은 “코로나19가 수축사회로의 진전을 더 촉진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존 체제의 해체가 가속화하고 시장에서 국가로 중심축이 이동하는 가운데, 국가 간 ‘제로섬 경쟁’이 심화해 불균형?불안정이 더 심화할 것”이라며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전문성을 바탕으로 원칙을 세우고 지켜나가며, 협업과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위기소통담당관 출신인 박기수 고려대 환경의학과연구소 교수는 ‘세계가 직면한 보건학적 위기’에 대해 발표했다. 점차 짧아지는 전염병 유행 주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사스·메르스·코로나19로 이어지는 감염병 경험에서 얻은 교훈과 새로운 전염병의 시대에 대한 대응 전략을 소개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 국가들의 사회?문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진단하는 ‘리트머스지’ 역할을 했다”면서 “향후 더 강력한 신종 감염병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 한국은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검사, 진단 등 의학적 역량을 보여줬고,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지도자, 국민들의 사회적 민감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박기수 고려대 환경의학과연구소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보건이라는 문제가 우리 일상에 가져오는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국제관계학 전문가인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코로나 위기와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변화’를 주제로, 미·중 간 힘겨루기를 통해 발생할 세계 질서 재편 상황을 예측했다. 지정학적 귀환과 4차 산업혁명, 팬데믹, 글로벌 경제위기가 동시 발생한 현 시점을 ‘확신’이 어려운 시기로 규정했다.

정 교수는 “향후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회복 탄성’이 비교되면서 국가와 민간 주도 체제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면서 “또한 수출, 이주 등이 금지되면서 탈세계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다국적 기업들이 국경 안에 더 많은 자원을 비축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강한 군대, 부유한 경제가 아닌 새로운 기준으로 선진국이 재설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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