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7869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 중 5867명(74.5%)이 대구광역시에서 발생했다.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대구에서 생활하는 시민?기업인?소상공인?의료인 등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 사회적경제 조직들 역시 기업 활동에 위축을 겪으면서도 지역사회 공헌이라는 역할을 다하며 발 벗고 나섰다. <이로운넷>이 대구의 사회적경제 기업과 중간지원조직, 협의회 등과의 전화 취재를 통해 현지 상황을 정리해봤다.

“뉴스에서 말하는 소강상태를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줄어든 주문량?매출?손님이 아직 나아지지 않았어요.” -남호훈 사회적기업 앨리롤하우스 대표

“기업 활동이 좋아진 부분은 아직 없네요. 그래도 초기의 당혹스러움을 넘어 이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워보려고요.” -김지영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대구 지역 사회적경제 기업의 상황은 아직 얼어붙어 있었다. “나아지려는 기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걱정과 “마음을 다잡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려 한다”는 반응이 함께 나왔다. 최근 대구에서 확진자 증가 폭이 줄면서 안정화하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됐지만, 사회적경제 조직의 기업 활동에는 당분간 한파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힘든 상황이지만, 대구의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그동안 지역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다. 지역사회에 공헌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설립 취지와 목표를 잊지 않고, 위기 상황에서 발 벗고 나선 것이다.

# 대사협 십시일반 성금?물품 모아, 타 지역 협의회 도움의 손길

대구 사회적기업이 십시일반 모은 물품을 지역 기부단체를 통해 취약계층 등 주민들에게 나누는 모습./사진제공=대구사회적기업협의회

지역 내 사회적기업 80여 곳이 가입한 대구사회적기업협의회(이하 대사협)는 3월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간 회원사를 대상으로 모금 캠페인을 펼쳤다. 기업과 임직원들이 마음을 더한 결과 성금 3500만원과 식료품, 생활용품 등 3000만원 상당의 물품이 모였다. 성금은 대구시에 기부하고 물품은 지역 내 기부단체를 통해 취약계층 등 주민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타 지역의 사회적경제 단체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경남사회적경제협의회, 전남사회적기업협의회, 경기도사회적기업협의회,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등 4곳에서 자발적 기부를 진행했고, 대사협을 통해 성금?물품 전달을 요청했다. 또 도시재생활동가네트워크에서는 대구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옷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300만원을 기부했고, 대사협은 유통업을 담당하는 대구 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티셔츠를 구매해 전달했다.

김강수 대사협 사무국장은 “워낙 어려운 시기라 성금이나 물품이 많이 모일 거라 예상하지 못했는데, 사회적기업 대표들이 흔쾌히 참여해 따뜻한 마음을 모아줬다”고 말했다. 

# “나보다 더 힘든 이웃 위해”…지역사회 돌보는 사회적경제

예비사회적기업 ‘희망정거장’은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위해 집에서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무관객 콘서트’를 열었다./사진제공=희망정거장

대구의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일하는 의료진, 봉사자를 비롯해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 노인,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눔을 실현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공감씨즈’는 의료진과 봉사자를 위해 숙박시설을 제공했다. 문화?예술 예비사회적기업 ‘희망정거장’은 지난달 28일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위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무관객 콘서트’를 유튜브로 중계했다. 또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지역문화공동체 반반협동조합’ 등은 환자와 의료진을 위해 도시락?커피 등을 전달했다. 

코로나19로 대구역 광장 무료급식이 중단되자 대구 마을기업 ‘다울건설협동조합’ ‘아가쏘잉협동조합’ ‘우렁이밥상협동조합’ 등은 무료 도시락 나눔을 시작했다./사진제공=대구마을기업협회

코로나19로 대구역 광장의 무료급식이 중단되자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취약계층에게 도시락을 제공했다.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하는 마을기업 ‘다울건설협동조합’은 지난달 19일부터 매주 수요일 마스크와 도시락을 배부하고 있다. 미혼모 자립을 지원하는 마을기업 ‘아가쏘잉협동조합’, 유기농 반찬을 만드는 ‘우렁이밥상협동조합’ 등도 동참했다.

조기현 다울건설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달 28일 대구마을기업협회 온라인 게시판에 “준비한 도시락이 모자라서 빵과 음료를 돌렸는데 딱 한 사람이 빈손이었다. 그 빈손 앞에서 나는 한없이 부끄러워졌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조 이사장은 “무료급식마저 중단돼 더 힘겹게 생활하는 노숙인을 보면서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도시락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설립한 ‘보기공방협동조합’은 수제 마스크 200개를 동구청에 전달했으며, 마을기업 ‘성서공동체FM’은 매주 월수금 코로나19 특별 라디오 방송을 하고, 마스크를 기증받아 이주노동자센터로 보냈다. 이외에도 ‘협동조합 달콤한밥상’, 마을기업 ‘콩지팥지’ ‘새벽수라상’ 등도 지역사회 곳곳에 도시락?반찬?떡 등을 기부했다. 예비사회적기업 ㈜지웍스는 사연을 받아 응원이 필요한 대구 시민들에게 꽃과 엽서가 담긴 ‘아리아리 박스’를 전달했다.

# TF 구성해 대응책 마련, 좋은 사례는 백서로 정리

대구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역사회를 도우며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제공=대구사회적기업협의회

대구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지역사회 주민들을 위한 사회공헌을 이어가는 한편 코로나19 종식 이후 기업 활동 재기를 위한 활동도 고민하고 있다. 

대구사회적기업협의회는 향후 대구시 사회적경제과,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코로나19 피해에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김강수 대사협 사무국장은 “개별 단위보다는 사회적경제 모든 분야가 전방위로 함께 논의해 여러 입장을 모으고, 빠트리는 분야 없이 대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대사협은 현재 사회적경제 기업을 위해 나온 각종 정부 지원 정책을 모아 1차로 정리해 회원 기업들에 전달한 상황이다.

대구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대구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노력한 좋은 사례를 모아 ‘백서(白書)’로 엮을 예정이다. 김지영 대구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장은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경제가 지역사회와 취약계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리해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대구 사회적경제 중간지원기관 ‘커뮤니티와경제’는 코로나19 여파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뒤 해결과제를 파악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지용 커뮤니티와경제 선임연구원은 “사회적경제 기업이 취약계층과 함께 일하거나 그들을 위한 서비스를 하다 보니, 요즘 같은 재난 시기에 다들 힘들지만 서로 도우려고 한다”며 “추후 사회적경제 기업이 다시 힘을 내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기관은 물론 시민들이 함께 힘을 더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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