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광복 80주년 경축식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던진 한 마디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광복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다." 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 발언은 단순한 역사 해석의 문제를 넘어, 독립운동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냐는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광복을 연합국의 전리품처럼 묘사하는 순간,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선열들의 피와 희생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광복이 외부의 시혜로 주어진 것이라면, 3·1운동으로부터 임시정부, 의열단, 광복군, 그리고 수많은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이 쌓아온 투쟁의 역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김 관장은 뒤이어 임시정부 활동과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언급했지만, "선물"이라는 단어가 던진 파장은 이미 깊고도 무겁다.
◆ 역사적 맥락을 놓친 궤변
물론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일본의 패전이 광복을 앞당긴 요인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독립운동을 지워내는 이유가 될 수 없다. 독립운동의 끈질긴 외침과 희생이 없었다면, 국제사회가 조선의 독립을 굳이 문제 삼았을까?
역사는 복합적이지만, 국가 기념관의 수장이 공적 행사에서 강조해야 할 것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자주 독립의 정신'이어야 한다. 그 균형 감각을 잃었을 때, 그의 발언은 궤변이 되고 만다.
◆ 공공기관장의 책무와 역사인식 바로 잡아야
김 관장은 해명에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학술 토론장이 아니라 국가적 기념행사였다.
독립기념관장은 단순한 연구자가 아니라,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고 계승할 책무를 가진 공직자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의 수장이 선열들을 모독하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언행을 하는 순간, 그 자리의 정당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인사 갈등을 넘어, "독립운동의 의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광복은 결코 '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열들의 희생 위에 세계사의 흐름이 더해져 찾아온 결과였다. 한쪽만을 강조하는 순간, 역사 인식은 기울고 국민적 공감은 무너진다.
김형석 관장의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국가 정체성과 직결된 역사관의 문제다. 독립정신을 기리고 계승해야 할 자리에 앉아 있다면, 그 말 한마디는 무게와 책임을 담아야 한다.
'역사 전쟁을 끝내자'는 그의 말처럼,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역사를 둘러싼 가벼운 말장난이 아니라, 선열들의 희생을 정직하게 기억하고 국민적 합의를 존중하는 진지한 태도일 것이다.
대통령실은 여권·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잇따르는 김형석 관장 사퇴 촉구와 관련 "국민적 의견, 여러 사회적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 김형석 관장이 귀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임기제인 만큼 현재 김형석 관장의 자격 여부에 대해서 대통령실이 특별히 밝힐 수 있는 입장이 따로 있지는 않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김형석 관장이 논란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당인 민주당에선 즉각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논란을 확산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그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도 해법의 하나다. 그것이 독립운동의 의미를 훼손하는 불필요한 역사 논쟁에서 벗어나는 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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