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6월 4일,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이재명이 취임했다. 그는 취임 첫날부터 '국정의 정상화'와 '경제 위기 대응'이라는 두 개의 화두를 정면으로 제시했다.
대통령실에 도착한 직후 "무덤 같다"며 "컴퓨터도, 프린터도, 필기도구도 없다"고 말한 장면은 단순한 불만의 표출이 아닌, 국정의 연속성과 책임이 끊어진 채 버려진 권력의 자리를 목도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고 오히려 그 자리에서 국정을 다시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첫 행보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내린 지시는 '비상경제점검 TF'의 구성이었다. 이는 말 그대로 '경제 전시체제'의 선언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경제 위기는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 구조적 불평등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고금리·고물가라는 삼중고가 동시에 터진 복합재난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는 데 있어 '정치적 선언'이 아닌 '행정적 돌파'를 선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사를 참고해 작성된 연설문에서부터 진정성을 담은 어휘 하나하나가 '실천 의지'를 예고했다.

무엇보다 상징적인 장면은 따로 있다. 대통령이 국회 청소 노동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다. 이는 노회찬 전 의원이 2004년 국회 개원 첫날 청소 노동자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분들"이라고 말했던 그 정신을 계승한 행보다. 이재명 정부가 누구를 위해 정치할 것인지, 누구를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인사에서도 변화의 기조는 확연하다. 총리로 지명된 김민석 의원은 과거 계엄 경고로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다. 학생운동권 출신, 기획력과 현장감각을 겸비한 정치인이라는 평을 받는다. 대통령은 그를 "국정 전반에 대한 통찰력이 매우 깊은 분"이라 소개했고, 이는 단순한 정치적 포석을 넘은 '위기 대응형 총리'의 전략적 배치로 해석된다.
청와대 비서실장 강훈식, 국가안보실장 위성락, 국정원장 이종석, 대변인 강유정 등도 정치-외교-문화 전반에 걸친 유연한 포석이다. 인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파벌이 아니라 실력, 과거가 아니라 실행력이다.
첫날 야당 대표들과의 점심도 눈길을 끌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준비한 메뉴는 비빔밥. 갈라진 대한민국을 한데 섞겠다는 대통령의 상징적 메시지로 읽힌다. 이재명은 "우리를 갈라 놓은 혐오와 대결 위에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놓겠다"고 말했다. 격랑의 시기를 지나온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통합의 언어'다.
취임 당일인 지난 4일 코스피 지수는 2.7% 급등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1조 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아직 실질적 경제성과를 논하긴 이르지만, '정치적 안정성과 명확한 방향성'이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준 것만큼은 분명하다.
6월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오전 9시 43분 기준 1,359.37원을 기록하며 전 거래일보다 1.67원 하락했다. 이는 약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최근 이어진 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환율 하락은 국내 정치적 안정과 미국 경제지표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면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고,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의 국내 유입 기대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내 증시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49포인트(0.70%) 오른 2,790.33에 개장하며 연 이틀 상승세를 나타냈다. 새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재발의한 상법 개정안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발표된 상법 개정안은 지난해 거부권 행사로 좌절된 기존 개정안보다 한층 강화된 내용으로 구성됐으며,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코스피 5000 시대' 실현을 위한 핵심 입법 과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내세운 기치인 '확장 재정', '디지털 국정 운영', '에너지 전환', '국민과의 실시간 소통'은 노무현·김대중의 유산을 잇되, 박정희 시대의 산업정책적 요소도 적극 흡수하려는 실용주의 기조로 요약된다.
그러나 도전도 만만치 않다. 텅 빈 대통령실만큼, 텅 빈 신뢰를 채워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인수인계 없는 국정, 계엄의 유산을 극복해야 하는 민주주의의 회복, 사법개혁과 검찰권력 견제, 그리고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긴장감이 필요하다.
이제 남은 것은 말이 아닌 사람, 사람을 통해 이뤄질 변화다. 국민은 더 이상 대통령이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누구를 세우고 무엇을 행동하는지를 보며 평가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진정한 시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