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72인, 찬성 220인, 반대 29인, 기권 2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5.07.03./뉴시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72인, 찬성 220인, 반대 29인, 기권 2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5.07.03./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7월 3일, 대한민국 국회는 여야 합의로 마침내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방향타를 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3%룰, 이사 충실의무 확대, 전자주총 병행 개최 의무화 등 논쟁의 불씨가 컸던 조항들이 포함됐다.

재계는 "투기자본의 침투"와 "경영권 위협"을 우려했고, 경제 8단체는 유감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개정은 단순한 법률 조항 변경이 아니다. 한국 자본주의의 '기본 규범'을 정립했다는 점에서, 선언이 아닌 제도적 전환이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된 것이다. 이는 단지 책임 범위를 넓히는 조항이 아니다. 기업 운영의 철학과 가치 중심이 변했다는 선언이자, 기업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법적 해답을 제공한 셈이다.

재계는 이 조항이 소송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글로벌 스탠다드로 보면 이미 늦은 감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들에서는 주주 이익 보호가 이사 의무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것이 오히려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신뢰를 높이는 지름길로 작용해왔다.

3%룰은 '투기 방지'가 아닌 '지배 구조 견제'

상법 개정안 중 가장 격렬한 반발을 샀던 '3%룰 강화'는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모든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조항이다.

이는 기업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재계는 이를 '소액주주를 앞세운 투기 자본의 경영권 공격'으로 해석하지만, 실상은 오히려 과도한 사익 추구와 권한 집중을 제어하는 법적 장치로 봐야 한다.

'소액주주를 위한 방패'가 투기로 왜곡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병행된다면, 이는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유익한 구조가 될 수 있다.

코스피가 3110선에서 마감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이재명 대통령 취임 30일 기자회견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5.07.03./뉴시스
코스피가 3110선에서 마감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이재명 대통령 취임 30일 기자회견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5.07.03./뉴시스

전자·현장 병행 주총은 '접근성'과 '투명성'의 상징

전자주주총회와 현장총회의 병행 의무화는 다소 준비가 미흡한 기업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시대의 요구다. 디지털 접근성과 정보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업 의사결정 과정을 진화시키자는 의미다. 기술적 문제는 해결 가능한 과제이지, 제도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상법 개정을 '코스피 5000 프로젝트'의 핵심 동력으로 언급했다. "정권 교체만으로도 3000을 넘을 수 있다고 봤다"며 자산가치의 상승과 투자 심리 개선을 거론했다.

물론 상법 개정 하나만으로 주가 5000 시대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혁의 신호탄이 분명한 자극이 된 것은 사실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법과 제도가 작동하는 시장', '주주 권리가 보호되는 구조'에 신뢰를 보낸다. 지금의 상법 개정은 그러한 시장의 질서를 위한 헌법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번 상법 개정은 분명 시작일 뿐이다. 집중투표제는 빠졌고, 배임죄 개선이나 경영권 방어수단 등은 후속 논의가 예고되어 있다. 특히 경영 판단의 자율성과 책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법제화하고 해석할 것인지가 향후 기업들의 투자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법 개정은 '규제'가 아니라 '기회'다. 경영자는 더 신중해지고, 주주는 더 권리를 주장하며, 국가는 시장의 투명성과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바로 그 점에서 이번 개정은 한국 자본주의에 있어 단순한 '법률 개정'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이는 기업 지배구조의 규범을 새로이 정립하고, 책임 있는 자본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헌법적 선언과도 같다. 법 조항 몇 개가 바뀐 것이 아니라, 시장과 기업, 그리고 주주 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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