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2차 상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2025.08.25./뉴시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2차 상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2025.08.25./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25일,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2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퇴장한 가운데, 재석 182명 중 찬성 180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이번 개정안은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지난 상반기에 통과된 '1차 상법 개정안'의 실효성을 보완하며 기업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입법 패키지를 완성한 것이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및 감사위원 분리 확대…소액주주 권익 강화

집중투표제는 주주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해, 소액주주가 대주주의 견제를 넘어설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예컨대 3명의 이사를 선출할 경우 1주당 3표를 행사할 수 있으며, 이를 특정 후보에게 집중해 투표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 제도를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사에 대해 의무화했다.

또한 분리 선출되는 감사위원 수를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해, 이사회의 감사 기능과 독립성을 강화했다. 이는 대주주 중심의 이사회를 견제하고, 회사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1차 개정안 찬성하고 2차에는 필리버스터…"논리모순"

이번 법안 통과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거센 반발을 보였다.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것은 물론, 필리버스터를 통해 표결 자체를 막고자 했으나, 민주당의 표결 종료 동의로 무산되며 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했다. 애초 국힘이 필리버스터로 막기엔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1차 상법 개정안에는 찬성하고, 후속 조치인 2차 개정안은 반대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부정이자 1차 개정안의 의미까지 무효화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얄팍한 꼼수로는 한두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천오백만 투자자는 속일 수 없다"며 미국 링컨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상법개정 관련 경제8단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2025.07.24.
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상법개정 관련 경제8단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2025.07.24.

경제계 반발 "경영권 위협" VS 민주당 "자본 유입 촉진 기대"

반면, 경제계에서는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를 비롯한 8개 경제단체는 "기업 구조조정,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의 결정이 외부세력에 의해 좌초될 수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에서도 74%의 기업이 개정안으로 인해 경영권 위협이 있다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투명한 경영구조는 장기적으로 주주 신뢰를 높이고, 자본 유입을 촉진해 코스피5000 시대를 앞당기는 길"이라며 정반대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대한민국 상장사 이사회가 회사 전체의 성장을 위한 신뢰받는 의사결정을 해낼 수 있도록 하는 구조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방해와 발목잡기가 이어질지라도, 대한민국 자본시장 선진화와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해 남은 과제들도 끝까지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의 목표가 소액주주 권익 강화와 기업 경영 투명화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더 센 상법'이 경영권 방어 장치 없이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과 결합할 경우 , 자칫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나 외국계 자본이 국내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장기적인 회사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간과할 수 없다.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지 , 아니면 기업들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흔들어 경영 활동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족쇄'로 작용할지, 향후 시장과 기업의 반응을 통해 법안의 실효성과 부작용이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2차 상법 개정안 통과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향한 제도적 전환점이자 정치권의 지배구조 개혁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다만, 경영권 위협을 우려하는 재계와의 충돌 속에서 이 개정안이 시장에 어떤 실질적 신뢰를 안길 수 있을지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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