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뉴시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5월 27일, 전 국민이 시청하는 대통령 선거 TV토론. 그날 밤, 우리는 민주주의의 공론장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 중심에는 개혁신당 대선후보 이준석이 있었다. 이날 TV토론에서 이준석 후보는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다.

그는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젓가락으로 찌르겠다는 표현을 인용했고, 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의 언어 폭력이었다.

국민이 가장 신뢰해야 할 공론장에서, 후보가 입에 담은 말은 그저 충격을 넘어 혐오 자체였다. 듣는 이의 감정과 인권, 그리고 상식까지 짓밟는 발언이었다.

물론 이준석은 변명한다. "진보 진영의 위선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럴싸한 명분을 댄다 한들, 인용된 그 말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는 여성 혐오 발언을 '다른 사람의 발언을 되묻는 것'이라 포장했지만, 실은 온 국민을 상대로 혐오의 기획 연설을 감행한 셈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여의도 여의도공원에서 유세 전 물을 마시고 있다. 2025.05.28./뉴시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여의도 여의도공원에서 유세 전 물을 마시고 있다. 2025.05.28./뉴시스

계산된 자극과 기획된 갈라치기

이준석은 이 발언이 어떤 반응을 불러올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여성단체들이 격렬하게 반발할 것이고, 정치권이 들끓을 것이며, 언론이 쏟아질 것임을..

그는 이 모든 분노와 충격을 계산했고, 그로 인한 주목을 또 하나의 '성공'으로 여겼을지 모른다.혐오를 말해야 주목받는 정치, 갈라치기를 해야 존재할 수 있는 정치.

이준석의 정치는 언제나 그랬다. 여성과 청년, 진보와 보수, 소수자와 다수자를 갈라놓고 싸움을 붙인다. 그리고 그 갈등을 자신이 쏘아 올린 '화제성'으로 수확한다.

그는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토론 생방송에서, 본인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최악의 발언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개헌과 정치개혁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토론이 끝난 후 남는 것은 결국 혐오와 증오다. 

이제는 분명히 말할 때다. 이준석은 '청년 정치인'이 아니다. 그저 '젊은 나이의 극우 정치인'일 뿐이다. 그래서 그저 '40대 윤석열'이란 평가가 적절해 보인다.

그가 보여주는 정치는 미래지향적이지 않으며, 어떤 포용도, 성찰도 없다. 오히려 퇴행적이고, 잔혹하며, 조롱과 혐오를 자신의 도구로 삼는 시대착오적인 정치 행위다.

'정치적 금도'를 무너뜨린 자, 더 이상 정치해선 안 된다. 이날 토론은 단지 '실언'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공직자의 자질, 정치인의 윤리, 국민에 대한 예의 모두를 무너뜨린 중대 사안이다.

성별과 정파를 떠나 모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치적 금도'라는 것이 있다면, 이준석은 그것을 스스로 걷어찼다.

그의 발언 이후, 수많은 여성단체와 시민단체, 정치권까지 한목소리로 "사퇴"를 외치고 있다. 심지어 같은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적절치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일은 단지 사과로 끝날 수 없다. 이준석은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

아울러 방송에서 그를 제지하지 못한 사회자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역시 깊이 반성해야 한다.

공공의 전파를 통해 혐오가 확산된 이번 사태는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최악의 사례 중 하나다.

◆혐오에 침묵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자성해야 한다.

이준석이 정계에서 성장해온 배경에는, 여성을 모욕하고 약자를 조롱하는 언어를 '솔직함'이라 포장한 언론과 지지층, 그리고 침묵하거나 방조한 중도층이 있었다.

우리 공동체가 어떤 정치인을 키워냈는지, 어떤 정서를 방관했는지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혐오에 침묵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혐오에 침묵하는가?, 왜 혐오를 일으킨 이가 아니라, 혐오에 상처 입은 이들이 계속해서 설명하고 싸워야 하는가?

왜 정치권은 '말의 수위'보다 '논쟁의 구도'에만 집중하는가?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러한 일이 반복되며 우리 사회의 도덕성과 품격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위기보다 더 큰 위기란, 바로 공동체의 정신이 병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이 나라는 정치의 퇴행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혐오와 자극에 무감각해지는 무서운 병을 앓고 있다.

이준석의 계산된 혐오에 침묵하는 사회는 공범이다. 정치는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지,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무대가 되어선 안 된다.

이날 토론은 끝났지만, 우리 사회의 품격을 지키기 위한  냉정한 성찰은 이제 시작돼야만 한다.

이준석의 발언은 단지 한 정치인의 일탈이 아니라, 지금 우리 정치의 도덕적 붕괴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 문제는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혐오와 자극이 곧 '정치 전략'이 되는 나락으로, 우리는 계속 추락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