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이수진 에디터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지난 27일 제3차 TV토론에서 여성 신체를 언급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성단체, 시민사회, 정치권은 일제히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중앙선대위 여성본부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여성본부는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준석 후보의 TV토론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공식 사과와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여성본부는 "이 후보가 질문을 빙자해 여성의 신체를 언급하고 폭력적으로 묘사했다"며 "이는 모든 국민, 특히 여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입에 담기조차 참담한 발언이 공영방송의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여과 없이 나왔다는 사실에 분노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이 후보가 "정치적으로 여성과 장애인,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며, 남녀 갈라치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왔다"고 비판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운 점은 이러한 정치 행보의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여성본부는 "공적 리더에게 인권 감수성은 기본 자격"이라며 "폭력적 언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이는 정치권에서 퇴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시민단체들 "여성폭력 재확산… 정치적 도구 삼아선 안 돼"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한 반발은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단체연합, 젠더폭력 해결 페미니스트 연대 등은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공론장에 노출시킨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시민 앞에 선 대선 후보가 여성에 대한 폭력과 비하 표현을 재확산했다"고 지적했으며,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실시간으로 언어 성폭력이 가해진 전례 없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젠더폭력 해결 페미니스트 연대는 "여성들을 주권자나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인식이 드러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단체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과 참여연대 역시 이 후보의 자질 부족을 지적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비상행동은 "이 후보는 전 국민이 지켜보는 TV 토론 생중계에서 주권자 시민들을 모욕하는 혐오 폭력 발언을 일삼았다"며 "엄중히 사과하고 사퇴하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적 묘사를 정치적 공격에 활용했다"며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윤리조차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고발까지 이어져… 선거법·아동복지법 등 위반 혐의 제기
법적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병철 변호사는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 모욕,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아동복지법 17조 위반 및 정보통신망법 44조 위반 혐의로도 추가 고발에 나섰다.
정치하는엄마들은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의 발언은 단순한 실언을 넘어 공익을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며 법적 책임을 강력히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 27일 MBC TV 생중계로 열린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 후보는 질문하는 과정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노골적 표현을 언급하며 논란을 샀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4월 고교 폭력사건의 가해자 발언을 언급하며 "중요 부위를 찢겠다"는 표현을 인용했다. 이어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에게 "민노당 기준으로 어떤 사람이 여성에 대해 얘기할 때"라고 입을 떼더니 여성의 신체를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젓가락'이라는 단어 등을 사용해 폭력적으로 표현한 사례를 들며 "이건 여성 혐오에 해당하나"라고 질문했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권 후보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시 이준석 후보가 "민노당은 기준이 없습니까. 이런 성폭력적인 발언에 대해"라고 재차 묻자, 권 후보는 "그건(기준은) 있죠. 그러나 지금 이걸 묻는 취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에서 이준석 후보의 여과 없는 원색적 표현은 여성 혐오 논란으로 이어졌다.
◆ 이준석 '여성 신체 발언' 논란...각 당도 "사퇴·제명" 잇따라 비판
이 후보의 여성 신체 발언 논란에 대해 여야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후보직 사퇴와 의원직 제명을 요구했으며, 국민의힘도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밝혔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는 도덕적 기준 없이 상대를 악마화하고 공격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며 "그날 토론은 마치 다른 나라에 있는 느낌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제3자의 발언을 빌려 부도덕한 수단을 썼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논평과 지도부, 의원들의 SNS를 통해 전방위 비판에 나섰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아이들도 시청하는 방송에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발언을 했다"며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민석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이준석 정치는 끝났다. 사퇴하라"고 했고, 김용민 의원은 "모든 방송에서 퇴출시켜야 할 정치혐오 유발자"라고 비난했다. 이소영 의원은 "수백만에게 인용된 성희롱 발언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미애 의원은 "혐오와 빈정거림으로 대선을 게임처럼 만든 불량품"이라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공식 브리핑에서 이 후보의 발언이 "적절치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신동욱 대변인은 "여성혐오 논란에 대한 평가는 이준석 후보가 스스로 설명할 문제"라며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 이준석 "진보진영 위선 지적한 것… 여성혐오 발언 아냐" 반박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해당 발언은 여성혐오가 아니라 진보진영의 위선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입장을 밝히고 반박에 나섰다.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혐오나 갈라치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민주‧진보 진영이 정작 본인의 진영 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외면한다"며 "그 위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왜곡된 성의식에 대해 단호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후보는 자격이 없다고 본다"며 "과거 2017년 대선에서도 홍준표 후보가 '돼지발정제' 표현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해명했던 선례가 있다"고 언급하며 비교했다.
같은 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이 후보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발언을 비판하며 사퇴를 촉구한 데 대해 "언어도단"이라고도 반박했다.
이 후보는 "여성혐오에 해당하는 발언인지를 묻자 권 후보는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며 "민주노동당이 평소 여성인권에 관심이 많다고 말해왔지만, 정작 어떤 사례가 등장하니 답변을 회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부적절한 온라인상의 발언을 인용해 그것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잣대를 물어본 것이었다"며 "답변이 어렵지 않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발언의 의도와 표현 방식에 대한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 논란이 향후 정치권의 대응은 물론 유권자들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