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선거의 마지막 TV토론이 27일 저녁 MBC에서 생중계됐다.
주제는 '정치개혁과 개헌'이었지만, 실제 토론은 정책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향한 공격에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사실상 공동 전선을 형성하며 작심하고 이재명을 몰아세웠다.
그러나 명확한 주제와 비전 없이 비방과 혐오, 색깔론이 난무한 탓에 토론의 품격은 끝내 바닥을 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수비에 집중하면서 큰 실책 없이 마무리했고,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메시지의 명확성과 도덕적 우위를 바탕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음은 이로운넷이 톺아본 마지막 3차 토론과 이번 대선의 전망이다.
◆김문수·이준석 '공세', 이재명 '방어', 권영국 '균형자'
이날 토론은 시작부터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집중포화로 이어졌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를 앞세워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의 과거 발언을 끄집어내어 사실상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갔다.
이준석 후보는 특히 선을 넘는 언어 폭력을 거듭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언급, 과거 욕설과 정신병 비하 발언 인용 등은 대선 토론이라는 공적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폭력이었다. 권영국 후보는 "40대 윤석열 같다"고 비판하며 이준석의 태도를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김문수 후보는 조기대선을 불러온 당사자 내란수괴 윤석열과의 관계를 명확히 선 긋지 못한 채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고, 내란 관련 질문에도 "계엄은 반대한다"고 하면서도 사과는 끝내 거부했다.
◆"갈라치기 없는 정치" 외친 이재명, 흔들림 없이 버텨
이재명 후보는 토론 내내 방어에 집중했다.
윤석열의 파면과 구속 여부, 대북송금 의혹, 민주당 당헌 논란 등 공세가 이어졌지만, 그는 "형님에게 욕설한 일은 다시 사과드린다"며 태도를 낮추면서도, 본질적으로는 "부당한 기소에 의한 정치 수사"라고 맞섰다.
토론 후 공개된 페이스북 메시지에서 그는 "절반을 위한 반통령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혐오와 증오를 멈추고 모두를 품는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 의제에서는 권영국 후보가 가장 뚜렷한 메시지를 남겨 눈에 띈다.
그는 개헌 논의에서 "이익 균점권"을 헌법에 다시 명기하자고 제안했고, 이재명 후보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평등 헌법, 노동 헌법, 기후 헌법, 농민 헌법" 등 다양한 가치가 반영된 개헌안을 제시하면서도, 이준석 후보의 극우적 언행을 명확하게 견제하는 균형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대선 구도에는 영향 없을 듯… 막오른 깜깜이
이번 3차 토론은 유권자들에게 결정적 변수가 되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재명 후보는 큰 실점 없이 방어에 성공했고, 김문수와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때리기에 집중했으나 설득력 있는 대안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책은 실종되고, 갈등과 혐오만 부각된 이번 토론의 결과는 이준석의 펨코나 일베 등에서의 '팬덤' 확보에는 기여했을 수 있으나, 전체 여론에서의 지지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MBC 여론조사M이 26일까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46.5%의 지지율로 김문수(37.7%)와의 격차를 유지 중이며, 이준석은 9.3%에 머물렀다.
28일,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발표된 주요 3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모두 49%대 지지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굳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30%대 중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0% 안팎에 머물렀다. 보수 단일화 시나리오에서도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5.26~27, 1003명) 리얼미터 조사 결과, 이재명 49.2%, 김문수 36.8%, 이준석 10.3%. 양자대결 시 이재명은 김문수(52.3%)·이준석(50.6%) 모두에게 두 자릿수 차이 우세를 보였다. 당선 가능성은 이재명 57.8%, 김문수 33.8%, 이준석 4.7%이다.
뉴스1 의뢰(5.25~26, 1005명) 한국갤럽 여론 조사 결과에선 이재명 49%, 김문수 36%, 이준석 9%. 양자대결 시 이재명은 김문수와 10%p(53:43), 이준석과도 10%p(51:41) 격차를 나타냈다. 이 후보 지지율은 직전보다 2%p 하락, 김 후보는 5%p 상승했다.
CBS 의뢰(5.26~27, 1005명) ksoi여론 조사 결과는 이재명 49.3%, 김문수 36.6%, 이준석 9.4%. 보수 단일화 시에도 이재명 우세 유지(김문수 단일화: 51.4:40.2, 이준석 단일화: 50.8:26.7). 당선 가능성은 이재명 58.2%, 김문수 35.5%, 이준석 3.4%로 나타났다.
각 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세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내일(29일)부터 시작되는 사전투표를 앞두고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구간’이 시작된다.
◆이재명의 수성, 이준석의 추락, 김문수의 공백
마지막 TV토론은 '정책 없는 정치'와 '혐오의 정치'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재명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았고, 권영국은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김문수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이준석은 지나친 언행으로 정치적 상처를 남겼다.
남은 건 유권자의 몫이다. 갈등이 아닌 공존, 혐오가 아닌 통합의 정치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선택만이 대한민국 정치의 품격을 다시 세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