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시다 총리 부부 방한 때,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와 친교 만찬을 가졌다 / 사진=대통령실
지난해 기시다 총리 부부 방한 때,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와 친교 만찬을 가졌다 / 사진=대통령실

이로운넷 = 이수진 에디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6일과 7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양국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의 방한 일정을 공식 발표하며, 이번 방문이 양국 정상 간의 셔틀외교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관계의 진전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셔틀외교의 지속성을 확인하고, 총리 교체 이후에도 양국 간 의사소통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12년 만에 '셔틀 외교'를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라는 것이다.

이번 방한에서는 제3국에 체류 중인 한일 양국민 보호를 위한 상호협력 문서도 발표될 예정이다. 

아사히신문은 양국이 이 문서를 통해 제3국에서 자국민 보호를 위한 협력을 문서화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또 아사히는 기시다 총리의 재임 중 마지막 방한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안보 및 경제 협력 재확인과 함께 한일 관계 개선의 흐름을 차기 정권에 인계하려는 생각이라고 짚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양국은 제3국에서의 유사시 자국민 대피를 위한 각서를 주고받으며, 전세기나 차량의 상호 이용 등을 포함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에서의 군사적 충돌과 동아시아 지역의 긴장 상황을 감안해, 이웃 국가 간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자국민 보호 상호 협력과 관련해 지난해 4월, 아프리카 수단에서전투가 격화했을 때, 한국이 준비한 차량에 현지 체류 중인 일본인이 동승해 대피 거점으로 이동한 바 있다. 같은해 10월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의 군사 충돌 후에는 한국군 수송기에 일본인 45명이 동승해 이스라엘로부터 대피했다. 이후 자위대 수송기도 일본인과 함께 한국인 33명을 일본으로 함께 이송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에 대해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일 양국은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의 대처에 파트너로서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 국가"라며 "한일 협력이 양국 국민이 구체적인 이익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한국 측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몇 년간 총 11차례의 양자회담을 가졌으며 이번에 예정된 정상회담은 12번째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2023년 3월 일본 방문에서 처음으로 만나 '셔틀외교'를 재개하기로 합의했고, 그 후 같은 해 5월에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이 협약을 복원했다. 

또한,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나토 정상회의, 한중일 정상회의 등 여러 다자외교 무대에서도 별도의 양자회담을 통해 한일문제와 북핵문제 등 역내 중요 현안들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

지난해 6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원내대책단 출범식에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다. / 사진=뉴시스
지난해 6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원내대책단 출범식에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다. / 사진=뉴시스

◆ 호사카 유지 교수 "모두 한국이 아니라 일본을 위한 행동이니 조심해야" 경고 

정부는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한일 관계의 개선과 안보 협력을 강화할 중요한 기회로 보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은 이번 방한이 북러 밀착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통령실도 전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문 예정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기간 중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의 다양한 협력 성과를 되돌아보며 양자 관계, 지역 및 국제 무대에서의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는 그간의 총리 경험을 바탕으로 후임 총리의 대외 정책과 향후 한일관계 발전에 대해 건설적인 조언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은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와 이달 말 예정된 퇴임에 앞서 이뤄지는 것으로, 셔틀 정상외교 및 유종의 미를 거두는 차원에서 강력한 희망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또한 한일 간 셔틀외교를 지속하기 위해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의 세부 일정을 협의해 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출입기자단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가 방한한다면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기시다 총리가 방한한다면 어느 지도자가 국정을 맡든 한일 간 미래를 위한 협력과 시너지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해나가자는 그런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퇴임을 앞둔 기시다 총리의 방소식이 전해지자 야권에서는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 있는 대응이 부족하다며, 기시다 총리의 방한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더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를 한국으로 초청해 대통령 돈도 아니고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이임 파티를 해준다고 한다"며 "제발 기시다 총리 전용기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좀 싣고 떠나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뉴라이트가 아니라 '뉴 니혼진'으로 일본에서 사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을 비판하며, 일본 총리와의 장기 회담을 가질 시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는 무시하면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만 집중하는 것을 비판하며, 실질적인 국익에 부합하는 외교를 촉구했다.

정혜경 진보당 원내대변인도 윤 대통령의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을 비판하며, 대통령이 일본에 무엇을 양보하려는지 문제제기를 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일제 침략 역사에 대한 사죄와 내정간섭에 대한 사과를 일본 측에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민의 기대와 주권을 지키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출신의 한국 사회학자로, 세종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독도 문제에 대한 연구와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호사카유지 교수는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한에 대해 <본지>에 심도 있는 분석을 제시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기시다는 다음 자민당 총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한다. 그래야만 자민당 내의 킹메이커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그래서 자신의 실적으로 생각하는 '한일관계 개선'을 이룩한 한국 측 대표자와 만나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공적을 강조하기 위해 방한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이 한일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라 그 사전 작업을 할 생각이 있는 것이다. 모두 한국이 아니라 일본을 위한 행동이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 계획에 대해 여야의 온도 차가 분명히 다르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단순한 셔틀외교를 넘어서 실질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 냉정하고 심도 있는 평가가 요구된다

특히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입장과 한국 정부의 대응 방식이 어떻게 나타나는지가 중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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