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호사카유지교수를 만나 이번 기시다 일본 총리 방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2024. 9. 6 . 이수진 기자
지난 6일 호사카유지교수를 만나 이번 기시다 일본 총리 방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2024. 9. 6 . 이수진 기자

이로운넷 = 이수진 에디터

이달 말 퇴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박 2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지난 7일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출국 전 기시다 총리는 서울대학교를 방문해 한일 재학생들에게 한일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외무성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관악구 소재 서울대를 방문해 대학,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한일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는 "한일 교류를 통해 얻은 배움과 친구와의 유대는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양국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된다"며, 이러한 교류가 한일 관계의 튼튼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서울대 방문 일정을 마친 후, 일본으로 귀국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그는 이날 오전 일본 정부 전용기를 통해 귀국했으며, 이번 방한은 셔틀외교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 12번째 한일 정상회담, 재외국민 보호 협력 각서 체결 및 사전입국심사제도 적극 검토 등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협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 회담은 북한의 도발과 러시아·북한 간 밀착 등 역내 안정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 재외국민 보호 강화, 출입국 절차 간소화 등 실질적인 협력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회담의 큰 성과는 '재외국민보호 협력 각서' 체결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제3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양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 협력각서는 위기관리 절차 및 훈련 관련 정보 공유, 제3국 위기 발생 시 대피 계획 협의, 자국민 철수를 위한 지원 협력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양국은 출입국 절차 간소화를 위해 '사전입국심사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이 제도는 일본 입국 절차를 사전에 한국에서 미리 진행할 수 있도록 해, 입국 시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편의를 높이는 방안이다. 일본 법무성이 먼저 실무 검토를 시작했으며, 한국도 이를 바탕으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1945년 광복 직후 침몰한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를 한국 정부에 제공했다. 

이는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일본이 강제동원 희생자 관련 문서를 제공한 사례로, 우키시마호 사건 피해자 구제와 진상 파악에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우키시마호는 당시 귀국을 시도한 재일 한국인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하던 중 침몰한 일본 해군 수송선으로, 많은 한국인이 희생된 사건이다.

이 외에도 양국 정상은 한미일 삼각 협력 강화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며, 이를 억제하기 위한 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있었던 한미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 의사를 재확인하며, 양국 협력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도광산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으나, 양국 정상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며, 기시다 총리는 일본 정부의 역대 내각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방한 이틀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을 자신의 주요 성과로 언급하며,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차기 일본 정권에도 이 노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6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재외국민보호 협력각서를 체결한 것에 대해 일본 언론은 이를 "한일 관계 개선의 결실"로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체결된 이 각서를 두고, 양국이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협력하면서 이웃 외교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기시다 외교의 성과로 평가하며,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이 성과를 차기 정권에 인계하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양국 간 복잡한 역사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한일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지지통신도 기시다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 흐름을 차기 총리에게 인계하려고 하지만, 과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한일 관계가 악화했던 사례들이 있어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명록 작성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명록 작성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 여야의 엇갈린 평가… 국민의힘 "셔틀외교 복원 의미"VS민주당 "굴종 외교, 성과 허울 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는 극명히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된 점에 의의를 두며 양국 관계 개선에 기대감을 드러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호구 외교'와 '굴종 외교'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송영훈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이 양국의 밝은 미래를 향한 중요한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며 "어렵게 복원된 한일 우호관계는 더욱 공고히 뿌리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이 강조한 '밝은 미래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양국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달 말 일본 총리가 교체되더라도 한일 관계가 굳건하게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시다 총리는 끝까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회담을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정상 간 악수 뒤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외교 현실을 모르는 윤 대통령의 외교는 결국 호구 외교, 굴종 외교로 귀결됐다"고 지적하며, "일본에게서 얻어낸 소품 수준의 기념품을 성과라고 포장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윤석열 정권의 일본 추종 외교가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었다"며 "일본과의 관계에서 대한민국이 먼저 반을 채우면 일본이 나머지를 채울 것이라는 윤 정부의 희망은 결국 헛된 기대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냉엄한 외교 현실을 직시하라"고 촉구했다.

서울 겨레하나 단체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경술국치·기시다 방한 즈음한 서울겨레하나 “일본 극우와 쌍둥이, 용산총독부 윤석열은 퇴진하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서울 겨레하나 단체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경술국치·기시다 방한 즈음한 서울겨레하나 “일본 극우와 쌍둥이, 용산총독부 윤석열은 퇴진하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한편, 지난 6일 민주노총은 광화문 광장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과 한일정상회담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 방한 규탄 시위를 했다.

호사카 교수가 대통령실에서 내놓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성과에 대해 심도있게 짚어주고 있다. / 2024. 9, 6. 이수진 기자
호사카 교수가 대통령실에서 내놓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성과에 대해 심도있게 짚어주고 있다. / 2024. 9, 6. 이수진 기자

◆ 호사카 유지 교수 "저자세의 친일 외교 멈춰야...우키시마호 자료는 빙산의 일각"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우호 관계를 강조했으나, 야당은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 부족을 지적하며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야당과 일부 국민들은 이번 회담이 일본에 다시 한 번 눈 감아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본지>는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앞둔 지난 4일, 호사카 유지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기시다 총리의 방한 목적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었다. 호사카 교수는 기시다 총리가 퇴임 후에도 원로로 남아 당내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하며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본지>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12번째 정상회담이 끝난 지난 6일, 호사카 교수를 만나 이번 회담에 대한 그의 진단을 다시 들어보았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이번 한일 정상회담과 한일 관계에 대해 언급하며, 무엇보다 저자세의 친일 외교를 멈추고 한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논리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전부터 정치적 논리가 아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대응의 중요성을 꾸준히 충고해왔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 후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발표된 성과를 두고, 호사카 교수는 대통령실이 내놓은 성과물에 대해 분석하며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제3국서 위기시 양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재외국민보호각서' 체결에 대해 호사카 교수는 "제3국에서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협력을 한다는 내용은 좋은 것이다"라고 간결하게 평가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 / 2024. 9. 6. 이수진 기자
호사카 유지 교수 / 2024. 9. 6. 이수진 기자

다음으로, 호사카 유지 교수는 출입국 간소화를 위한 '사전입국심사제도' 협력에 대해 "이 제도는 자위대의 한국 입국을 자연스럽게 허용하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표면적으로는 경제와 협력을 강조하지만, 그 이면에는 더 큰 목적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국이 북한과 중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일본이 이러한 이유로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한 많은 인력을 한국에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협력은 기시다 총리가 먼저 제안한 것이기 때문에, 그의 방한이 단순한 외교적 행보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하며, 숨겨진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사카 교수는 지난 5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일본이 필리핀, 영국, 호주와 체결한 군인 왕래 원활화 조약을 언급하며, 일본이 한국과도 이와 유사한 조약을 체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이 조약이 체결되면 자위대가 사복을 입고 자유롭게 한국에 입국하고 체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 그는 "일본이 내놓는 메시지는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며, 한국과 일본의 입장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친일파나 뉴라이트 세력에 대해서는 "그들이 일본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며 경계를 나타냈다.

호사카 교수는 이러한 사안을 미리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돼야만 일본의 의도에 대해 쉽게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역사 교육이 지나치게 감정적 접근을 했다"고 지적하며, 논리적이고 법적인 사실을 강조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본의 식민지 시기 한국인이 실질적으로 '노예' 같은 상태에 있었음을 법적, 구조적으로 가르쳤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의 식민지 정책이 한국인에게 어떤 법적 제약을 가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야 하지만, 역사 교육에서 주로 감정적인 피해만 강조해왔다는 점을 비판했다. 

또한 "식민지 시대 한국인은 법적으로 기본적인 권리가 없었고, 일본인과는 완전히 다른 법 적용을 받았다"고 설명하며, 이에 대한 교육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친일파와 뉴라이트 세력이 일본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이러한 왜곡된 역사 인식이 한국 사회에서 다시 떠오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한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일본 정부는 1945년 침몰한 우키시마호 관련 자료 19건을 한국에 전달했다. 해당 자료에는 우키시마호에 탑승했던 재일 한국인 승선자 명부가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이번에 일본이 제공한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는 전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일본이 문제가 되지 않는 자료만을 선택적으로 제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에 있는 미츠비시 등 전범 기업과 관련된 자료나 더 중요한 정보는 여전히 감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의 자료 제공이 진정한 과거사 해결 의지보다는 상징적인 제스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며 일본은 더 많은 자료를 공개하고, 진정한 책임 있는 자세로 과거사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호사카 교수가 일본의 속내를 잘 들여다봐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 2024. 9. 6. 이수진 기자
호사카 교수가 일본의 속내를 잘 들여다봐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 2024. 9. 6. 이수진 기자

◆ "일본의 계산된 전략, 한국의 순진함이 낳은 역사적 문제"

특히,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국이 일본의 계산된 전략에 반복적으로 속아 넘어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단순한 국가가 아니며, 모든 행동은 철저한 계산 아래 이뤄진다"고 말했다. 한국은 순진한 자세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이 과거 서양 제국주의, 특히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지배 방식을 배우고 이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과 프랑스는 식민지 지배 후에도 여전히 선진국으로 남았지만, 일본은 패배의 결과로 독일과 함께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본은 전후에도 제대로 반성하지 않았으며, 미국이 일본 극우 세력을 부활시킨 배경도 이에 한 몫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6.25 전쟁 이후 미국이 일본의 극우 세력을 다시 부활시켜 아시아 지역에서의 전략적 거점을 유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민주당 정권이 일본을 분할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을 분단시킨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의 역사적 행동과 미국의 대응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한국이 일본의 전략적 의도를 더 잘 파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시다 총리가 방한 중 지난 7일 서울대를 방문해 일본 유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을 궁금해하자 호사카 교수는 지난 번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기시다의 모교인 케이오 대학교에서 강연한 전례에 따라 윤 대통령이 서울대 출신인 점을 고려해 이 일정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기시다가 유학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주의깊게 들을 필요는 있다고 했다. 

이에 더해 기시다 총리의 방한에 대해 한국 내에서 항의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하자 이에 대해 호사카 유지 교수는 "반감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일본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작은 항의의 목소리라도 내야 일본 측에서 긴장을 느끼고, 한국이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 / 2024. 9. 6. 이수진 기자
호사카 유지 교수 / 2024. 9. 6. 이수진 기자

◆ 호사카 유지 "한일 관계의 진정한 개선은 일본의 과거사 사죄와 배상에서 시작"

호사카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한일 관계의 진정한 개선을 위해서는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배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의 굴욕적 외교 정책이 국민들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한일 관계가 강제징용 문제 등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해결돼야만 지속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같은 현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같이 한일 관계는 민감한 외교적 쟁점들이 얽혀 있는 가운데, 호사카 교수는 이 관계의 불안정성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이번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외교 정책, 국민들의 불안, 그리고 한일 관계의 미래에 대해 진단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Q1. 현재 한일 관계가 정부의 평가처럼 상호 협력 속에  안정적이며 시급한 현안이 없다고 보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부족한 정책적 대응이나 논의에서 제외된 문제, 그리고 주목해야 할 잠재적인 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내년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한일 관계를 한층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린다'는 발언이 우려스럽다.   

한일 군사동맹 추진이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양국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일 간에 여권 없는 여행 협정인 솅겐조약 같은 조치가 논의된다면, 일본의 간첩이나 공작원들이 활발히 활동하던 구한말의 상황이 재현될까 우려된다."

Q2. 국민들이 한일 관계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부와 국민 간 인식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국민들은 정부가 말로는 국익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일본에 많은 것을 양보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구한말 고종황제를 퇴위시킨 밀정 송병준 같은 사람들이 만든 일진회와 같이 친일적 세력인 뉴라이트 인사들이 정부의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이다."

Q3.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한 장기적인 외교 전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정부는 일본의 주장을 무조건 수용하는 굴욕적 저자세 친일외교를 버리고 한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외교를 해야 만이 한일 관계를 진정하게 정상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논리적 작업이 필수적이다. 

현재의 한국정부의 목표는 반공, 친미, 친일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지만 이것으로 인해 한반도의 평화가 희생될 우려가 있고 지나친 이념외교로 권위주의 국가들이나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국가들과 마찰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하고 외교적으로 차단해 버린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시급하다. 

한반도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 즉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과의 관계를 지우침없이 개선헤야 하고 남북관계 개선도 추진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6자의 관계에서 적대관계를 구축하면 안 된다. 

윤정권은 신냉전체제를 스스로 만들어나가고 있어 한반도 평화에서 멀어지고 있다."

Q4.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현 정부의 대응이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일본이 한국의 충분한 이해를 구하지 않고 방류를 강행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이제라도 어떤 대응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일본 측이 은폐하고 있는 후쿠시마 앞바다의 여러 수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요청해야 하며 이러한 조사결과가 한국 측에 제대로 보고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본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사이트 갱신을 요구해야 한다.

한국의 조사 의식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특히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과 같은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원전이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으며, 제2, 제3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일본이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지, 그리고 동해에 있는 원전들이 재해 시 안전한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Q5.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불출마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가 한미일 3국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기시다 총리의 불출마는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겠지만, 미국 대선이 중요한 변수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북한과의 관계에서 큰 변화가 예상되며, 한국도 대북 적대정책을 고수하기 어려울 것이다."

Q6. 윤석열 정부가 뉴라이트 계열 인사를 주요 역사 기관의 기관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일본 측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일본 주요 언론은 뉴라이트 인사 임명에 대해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 관련 보도는 대부분 한국 언론의 일본어판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Q7. 한일 관계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며,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현재 한일 관계는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인권을 유린한 제3자 변제 방식이라는 잘못된 해결책에 기반해 억지로 유지되고 있다. 

또한,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허용,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협력 등 굴욕적인 저자세 외교로 형성된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친일적인 방식으로 이뤄진 한일 관계 개선은 가짜이므로 쉽게 훼손될 수 있다. 

진정한 한일 관계 개선은 일제 피해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만 실현될 수 있다."

유튜브 방송 '제일 전파사'에 게스트로 출연해 기시다 일본 총리 방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호사카 유지 교수의 모습 / 2024. 9. 6. 이수진 기자
유튜브 방송 '제일 전파사'에 게스트로 출연해 기시다 일본 총리 방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호사카 유지 교수의 모습 / 2024. 9. 6. 이수진 기자

마지막으로 호사카 교수에게 "당신의 삶을 이롭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가볍게 물었다. 

호사카 교수는  "저의 삶을 이롭게 하는 것은 일제강점기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 그리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철회에 달려 있다"라며 "이는 친일적 뉴라이트 사관을 극복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이러한 신념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논리적 대응을 강조하는 그의 학문적 자세와 맞닿아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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