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74) SPC 회장을 21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사진은 허 회장이 지난 2월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  2024.02.02.
검찰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74) SPC 회장을 21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사진은 허 회장이 지난 2월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 2024.02.02.

이로운넷 = 이화종 기자

허영인 재판이 검찰과 SPC측의 대립 속에 진행 중이다. 2017년 '제빵사 불법파견'으로 시작해 20대 노동자 사망사건, SPC불매운동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을 거치며 노동자들은 상처받고 소비자들까지 죄책감을 받았던 일이다.

일련의 사건이 진행되면서 허 회장 일가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배당을 받으며 호의호식했고 경영에서 영구히 손 떼게 하겠다던 마약사건에 연루된 차남은 다시 후계자 경쟁에 나서고 있다.

<본지>는 허회장의 공판에서부터 2017년 '제빵기사의 눈물젖은 빵'의 사연이 국민들에게 알려진 시기까지 역순으로 빠짐 없이 점검하며 SPC측과 노조측의 주장과 사연을 톺아본다.

지난 4일 SPC그룹 노조탈퇴 강요 의혹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황재복 SPC 그룹 대표가 법정에서 보석허가를 요청했다.

황대표의 변호인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 심리로 열린 보석 심문에서 "최근 섬망이 올 정도로 건강 상태가 위중하다"라면서 "전반적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증거 인멸 염려가 없는 만큼 황 대표를 석방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황대표가 석방되면 본인의 다짐과 무관하게 허영인 회장 등 SPC관계자들이 회유해 진술을 번복시키려 할 수 있다"라며 보석에 반대했다.

그러면서 "SPC그룹이 이미 일부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꼬리자르기'를 시도했다"라면서 "수사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한 다른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부인한 걸 보면 지금도 조직적으로 진술을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지난 3월 4일 신영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됐다. 

황대표는 지난달 18일 첫 재판에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허회장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황대표는 "허 회장의 지시에 따라 제조 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했다"라며 "SPC 미래를 위해 범햄에 실제로 관여한 당사자들이 처벌 받고 노사 관행을 바로잡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허회장 측은 "노조 탈퇴 권유는 민주노총 측이 먼저 시작해 한국노총 측에서 맞대응한 것"이라면서 "불이익을 위협하는 등 불법적 방식도 없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 노조파괴 적극 가담한 황재복 대표···검찰 수사정보까지 빼돌려

지난 3월 22일에는 서울 중앙지검 공공수사 3부(임삼빈 부장검사)가 황재복 SPC대표를 구속했다.

황대표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2년 8월까지 SPC자회사 피비파트너즈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조합 탈퇴를 종용하고 승진 등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어용노조로 보고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식품노련 피비파트너즈 노조의 조합원 확보를 지원하고 피비파트너즈노조 위원장 A씨에게 사측입장에 부합하는 인터뷰를 하거나 성명을 발표하게 한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21년 4월 한 경제지에 민주노총을 비난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는데 황대표의 요구로 A씨가 사측이 임의로 작성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인터뷰를 했다.

A씨는 2021년 6월 한 일간지의 사측 비판 기사에 대응하는 성명을 발표한 일이 있으면 2022년 5월 KBS시사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도 사측에 유리한 발언을 했다. 검찰은 이 때 역시 황 대표가 관여했다고 본다.

황 대표는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구속기소된 백승천 전무와 공모해 검찰 수사관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 및 내부 검토보고서 등 각종 수사정보를 빼내고 62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허영인 SPC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및 배임 혐의를 수사 중이었는데 백전무가 평소 친분이 있던 수사관을 통해 수사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사실도 피비파트너즈의 민주노총 탈퇴 강요 의혹을 수사하던 중 압수한 백 전무의 휴대 전화에서 수사 정보 거래를 황대표에게 보고한 정황을 포착하면서 알려졌다.

검찰은 황대표로부터 부당노동행위 등에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 3월 18일, 19일, 21일 허 회장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허 회장은 업무 일정 등을 이유로 불응했고 결국 검찰의 구속수사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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