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이화종 기자
허영인 2차공판이 검찰과 SPC측의 대립 속에 진행됐다. 2017년 '제빵사 불법파견'으로 시작해 20대 노동자 사망사건, SPC불매운동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을 거치며 노동자들은 상처받고 소비자들까지 죄책감을 받았던 일이다.
일련의 사건이 진행되면서 허회장 일가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배당을 받으며 호의호식했고 경영에서 영구히 손 떼게 하겠다던 마약사건에 연루된 차남은 다시 후계자 경쟁에 나서고 있다.
<본지>는 허회장의 공판에서부터 2017년 '제빵기사의 눈물젖은 빵'의 사연이 국민들에게 알려진 시기까지 역순으로 빠짐 없이 점검하며 SPC측과 노조측의 주장과 사연을 톺아본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조승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를 받는 허 회장 등에 대한 2차공판을 열었다.
허 회장측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 사실이 '실체에 대한 오해에서 출발했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의 근간이 '피비파트너즈가 근로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기업'이라는 것에서 시작됐다고 본다"라며 "피비파트너즈 설립이 제빵 기사들에게 근로 안정성과 급여 인상 등 긍정적 영향이 컸다"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도급 주체는 가맹점주"라면서 "불법 파견을 주장하려면 파리바게뜨가 아니라 노무수령자에 대항하는 가맹점주에 (직접고용의무를) 주장하는 것이 법리에 맞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제빵기사들을 지원·교육·통제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가맹사업법에 따른 것"이라면서 "본사가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실제로 2018년 제빵기사를 고용하면서 임금을 16.4% 인상했으며, 복지 구성도 정규직과 동일하게 맞췄다"면서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회사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던 2021년에도 기본급이 11%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 검찰 "SPC의 행위는 헌법파괴 중대범죄···어용노조 사주해 회사측 입장을 노동자 입장처럼 둔갑"
첫 공판이 있었던 6월 21일 검찰은 PPT를 진행하며 허 회장 등에 대한 혐의 입증에 주력했지만 허 회장측은 피비파트너즈 노조·회사 관계가 건전한 노사관계라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검사는 "자료를 종합해 판단한 결과 조직적 범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국 8개 사업부에서 광범위하게 범행을 진행했다"라면서 "사측이 어용노조를 사주해 회사 측 입장을 마치 노동자 입장인 것처럼 둔갑시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파리바게뜨 노조원이 근로자 대표로 선출되자 이를 무력화 시키기 위해 피비파트너즈 노조를 과반수 노조로 만들고자 조직적 범죄를 저질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전국 사업부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파리바게뜨 노조 탈퇴 권유가 있었다"라면서 "개인정보를 누출하며 파리바게뜨 노조원의 신원을 파악했고 회사는 노조원 현황을 지속적으로 보고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검사는 "파리바게뜨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인사·승진상 불이익을 부과했다"라면서 "부정적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에서 작성한 문건을 노조 자체 문건이라고 속이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행위를 저질렀다. SPC의 행위는 헌법파괴 중대범죄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허회장의 행동에 대해 '회사에 한평생을 헌신한 허회장의 순수한 열정'이라고 변론했다.
그러면서 "SPC는 반사회적 기업이 아니다. 직접 고용의 대상은 가맹점주이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직접고용을 결정했다"라면서 "2019년 이후 각종 처우개선이 이뤄졌다. SPC와 피비파트너즈 노조관계는 견제·균형을 유지하는 이상적 노조 관계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 대응 역시 수직적 지시 관계 아니라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뤄진 협력관계"라면서 "허회장의 언론 대응은 부당한 지시가 아니다. 한평생 회사를 일구는데 헌신한 회장의 입장으로서 회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해명하라고 대응한 것에 불과하다"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허 회장은 현장 상황을 잘 알지 못 한다”라면서 “피고인은 고령의 나이로 건강이 좋지 않다. 구속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 "끝까지 이럴 겁니까? 차별 안했다고요" 울부짖는 파리바게뜨 지회 임종린씨
1차 공판을 마치고 나서는 사측 인원들 앞에 임종린씨가 나서 "끝까지 이럴 겁니까? 승진 차별 안 했다고요? 진짜에요?"라고 소리쳤다.
임종인 씨는 지난 2017년 파리바게뜨 최초 제빵기사 노조인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 노조 파리바게뜨 지회를 만든 인물이다. 7년간의 고난을 겪으며 ‘노조파괴’의 핵심인 허 회장을 피고인 417호로 법정에 세운 주인공이기도 하다.
임 지회장은 회사의 노조파괴 행위에 대해 여러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 했지만 번번히 SPC그룹의 언론플레이에 말려들며 여러차례 절망에 빠지는 고통도 겪어 왔다.
설립초기 750명에 달하던 조합원은 피비파트너스 노조가 등장한 이후 6개월만에 24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관리자들은 매장 이동, 승진 차별 등 회사의 주요 인사 결정을 노사와 연관지었다고 전해진다. 조합원뿐 아니라 상사의 진급에도 영향을 줄것이라는 으름장에 조합원들은 흔들렸던 것이다.
한 조합원은 "꼭 민주노총에 있어야겠냐, 한국노총으로 넘어오면 지역 이동된다"라는 설득을 들었다고 전하면서 "내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을 때 막말 들을 때 나를 도와준 언닌데 배신하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노조파괴 지시는 허회장의 입에서 직접 나왔다.
임 지회장이 노동자 대표로 선출 되자 허회장은 "있을수 있는 일이냐? 조합원 수가 더 많은 피비노조가 질 수 있는 일이냐"라면서 황재복 대표를 나무랬다.
황 대표가 '사측 노조를 키워 임 지회장을 떨어뜨리겠다'는 보고를 했을 때 승인한 인물도 허 회장이었다.
2021년 1월 "파리바게뜨 지회 조합원 숫자를 줄여서 시위할 수 없도록 하라"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매일 탈퇴 실적 보고를 받고 '정리 안하냐 속도가 늦다'라며 재촉하기도 했다.
변호인의 '허 회장은 현장 상황을 잘 알지 못 한다'는 말이 허황된 변론으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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