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 / 자료사진 = 뉴시스
허영인 SPC그룹 회장 / 자료사진 = 뉴시스

이로운넷 = 이화종 기자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특정 노동조합을 탈퇴하라고 강요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74) SPC그룹 회장이 결국 5일 구속됐다.

앞서 SPC그룹 차원에서 연달아 입장문까지 내면서 총수인 허 회장의 혐의가 명백하지 않다는 점과 허 회장이 '고령의 환자'라는 점 등을 들어 구속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내부 임직원들 진술의 설득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를 받는 허 회장의 구속 영장심사를 연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조계에서는 앞서 구속 기소된 황재복 SPC 대표이사 등 임원들의 진술이 증거 인멸 우려의 전제가 되는 '혐의 소명' 단계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민주노총 산하 노조 조합원들의 탈퇴를 종용하고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총 산하 노조를 지원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 배경에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PC 소속 다른 임직원들도 상당수가 당시 황 대표로부터 이른바 '클린 사업장'(민주노총 조합원이 없는 사업장)을 만들라는 것이 허 회장의 지시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허 회장이 매일 아침 '일일 스크랩 보고'를 받으며 한국노총 산하 노조를 이용해 회사 입장을 언론에 대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이를 한 번도 반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잘했다"는 칭찬을 하기도 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허 회장 측은 임원들의 진술 중 상당수가 황 대표를 통해 전해들은 '전문진술'이라는 점을 부각했다고 한다.

또 검찰이 어용노조로 지목한 노조도 거대 조직인 한국노총에 연계된 데다 자발적으로 구성된 조직인 만큼 법리적으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진술 등 증거를 토대로 혐의를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허 회장이 여러 차례 검찰 소환조사에 불응한 점, 법원의 영장 발부로 체포된 이후 SPC그룹 차원에서 여러 차례 강하게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한 점 등이  도리어 '조직적 증거 인멸 우려'에 힘을 실어준 요인이 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최장 20일인 구속기간 동안 기존 증거와 법리를 보강해 허 회장의 혐의를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SPC 관계자들이 허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및 배임 혐의 수사 정보를 빼돌리는 대가로 검찰 수사관 김모(구속기소)씨에게 수백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는 과정에 허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수사의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이 받는 혐의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SPC그룹 계열사인 PB파트너즈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조합원들에게 진급에 차별을 두는 등 인사 상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데 공모했다는 것이다.

PB파트너즈는 파리바게뜨의 제빵사들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업체다. 검찰은 황재복 SPC 대표를 같은 혐의로 지난달 22일 구속 기소했으며, 서병배 전 SPC 대표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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