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했지만 부단한 열정과 노력으로 창업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은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을 소개합니다.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사회적기업가의 자질과 창업 의지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창업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2018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된 우수팀들입니다.

 

브라더스키퍼는 벽면녹화를 통해 보호종결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립을 돕고 있다.

"아침이 오는 게 두려울 만큼 힘든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더 두려웠던 게 뭔지 아세요? 퇴소하는 날이에요. 먼저 퇴소한 선배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매일 소식을 들었거든요."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보육원에서 겪었던 감정들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누가 범죄를 저질렀네, 노숙자가 되었네'라고 들려오는 소식들, 매년 3,000여 명이 보호 종결로 보육원을 나와야 한다. 앞서 보육원을 경험한 김 대표에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는 NGO단체에서 근무하며 보육원을 퇴소한 청년들을 도왔다. 7년을 일하며 내린 결론은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였다. 

해결책은 일자리, 선행 조건은 정서적 안정... 고민 담아 탄생 ‘브라더스키퍼’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했고, 지원보다는 자립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일자리를 제공해주기 위해 정말 많은 기업 대표님들을 찾아가 채용을 연계했어요. 100명 넘게 취직시켰죠. 가장 오래 일한 친구요? 3개월이요."

일자리를 연계했지만 오래하지도 못할 뿐더러, 그만 두며 홀연히 잠적해 버리기 일쑤였다. 마음속 깊이 박혀 있는 상처가 문제였다. 잘해주면 '내가 고아라서 잘해주나?', 혼이 나면 '내가 고아라서 혼내나'라는 피해의식, 물론 직장 내 문제들도 없진 않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마음 속 상처였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교육 관련 사회적기업으로 방법을 찾고자 했어요. 공부를 하고, 중·고등학교에 강의를 다녔죠. 공부하고 강의해보니 취약계층 의무고용 등 딱 제가 원하는 모델이었어요. 일반 기업은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어서 쉽지 않잖아요. 유일한 길이었죠."

이때 만난 조경 설치 및 관리기업 ‘창조원’이 큰 힘이 됐다. "보육원 아이들을 돕는 걸 알고 후원을 하신다고 했어요. 역으로 제안했죠. '일자리'를 달라고요."

반전이 일어났다. 일자리를 얻은 청년이 식물을 다루며 정서적 안정을 얻었고, 업무 적응도 잘 해냈다. "바로 이거다!" 김 대표가 당시를 돌아보며 말했다.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조경업을 통해 보호종결청년을 도울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조경업이 주는 일자리 창출과 정서적 안정을 확인한 김 대표는 박창일 창조원 대표,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와 머리를 맞댔다. 교육과 창업을 놓고 이어졌던 고민은 창업으로 방향이 잡혔다. "벽면 녹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더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어요."

벽면 녹화는 다른 분야에 비해 기술 습득에 드는 시간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창조원도 벽면녹화, 식물 관리 기술 등 노하우 전수에 발 벗고 나섰다. 브라더스키퍼 탄생 배경이다. ‘브라더스 키퍼(Brother’s Keeper)’에는 보호종결청년을 돕겠다는 뜻을 담았다. 조경사업 영역에는 브레스키퍼(Breath Keeper)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여곡절 속 찾아온 기회...벽면 녹화 기업→환경(공기)컨설팅 업체로

"자진 포기했어요. 진흥원 육성사업 최종 면접을 앞두고. 그때만 해도 추가 모집이 있을 줄은 몰랐죠. 운이 좋았습니다."

브라더스키퍼는 진흥원 육성사업에 지원할 당시 교육과 조경 중 어느 하나로 사업영역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부 진통이 이어졌고, 결국 진흥원 육성사업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최종면접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저희 사업을 보고 아주 좋다는 칭찬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포기하기 쉽지는 않았죠."

육성사업을 포기한 후 내부 문제를 봉합해 나갔고, 앞서 언급한 브라더스키퍼와 브레스 키퍼가 탄생했다. 육성사업이 아니더라도 브라더스키퍼를 운영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 이후 추가 모집 기회가 찾아왔고 브라더스키퍼는 진흥원 육성사업 8기에 참여하게 된다.

브라더스키퍼는 육성사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시도해 볼 수도 있었다. “화분으로 조경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화분이 작아서 식물이 잘 자랄까 우려도 했지만 전혀 문제는 안 되더라고요.” 브라더스키퍼는 육성사업 지원으로 만든 벽면녹화 조성 틀을 상용화해 사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벽면녹화 사후 관리를 위해 식물전체를 드러내야 했다.

브라더스키퍼가 안양 한 교회에 설치한 벽면녹화 공간. 화분을 이용하는 녹화 방식으로 사후관리 방식을 개선했다. 

벽면에 국한하지 않는 이동 형태도 개발할 예정이다. 벽면 녹화는 한정된 공간에만 할 수 있고 벽면 재질에 따라서는 시공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동식 벽면 녹화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안양시에서 문의가 왔어요. 마침 연구하고 있던 주제여서 납품을 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처음에 신청했던 곳 외에도 8개 부서에서 물건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브라더스키퍼는 향후 벽면 녹화 기업에서 ‘환경(공기)컨설팅’ 업체로 나아갈 계획이다. 사무실이나 가정 등 공간에서 공기 질을 진단하고, 공간 배치에 따른 공기 순환 등을 파악한다. 결과에 따라 화분, 벽면녹화 위치 등이 정해지고 필요하다면 가구 배치도 바꿀 수 있다.

 

보호 종결 청소년 자립 준비, 보육원 안에서 이뤄져야

김 대표는 “보호종결청년 자립을 위한 활동들이 보육원에 있을 때 이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종결청년 자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보호원을 만든다고 해요. 이건 아이들을 돕는 일이 아니에요.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간을 한번더 박탈할 수 있어요. 교육은 보육원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여기서 ‘교육’은 '보육원을 퇴소한 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말한다. 돈을 모으고 쓰는 법, 은행가서 통장 만들기, 주민등록 등본 발급받기, 밥 짓기, 반찬 만들기, 라면 끓이기 등이다. "아이들이 은행가서 통장만들기, 주민센터에서 등본 발급받기 같은 일들을 너무 무서워해요. 해본적이 없으니까요"

김성민 대표는 "보육원에서 자립을 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더스키퍼는 보호종결청년 모임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모임에서는 앞서 언급한 음식 만들기, 독서교육, 금융교육 등을 함께 진행하고 명절에는 함께 모여 음식도 만들어 먹는다. 

 

내가 사랑받으며 회복한 자존감, 다른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

김 대표는 NGO활동 당시 보육원을 다닐 기회가 있었다. 그는 "보육원 아이들이 자신에게 보여준 반응이 자존감을 회복해 줬다"고 말했다. "다른 분들이랑 같이 가면 아이들이 저한테 와요. 저도 보육원 출신이라고 ‘같이 밥 먹자’, ‘같이 놀자’면서 반색하며 반겨줬어요.“

“아이들을 통해 알게 됐어요. 보육원 출신은 숨겨야하고 감춰야 하는 게 아니라는 걸요. 제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 제가 먼저 알았으니 아이들에게 잘못이 없다고 알려주고, 도와주려고 해요. 브라더스키퍼가 해야 할 일이에요." '보육원 출신'은 브라더스키퍼 채용 시 우대사항이기도 하다.

보육원 출신 청년들의 사회정착 여건도 개선됐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사회적기업 인증 기준을 개정해 보호종료 아동을 취약계층에 포함시켰다. 브라더스키퍼는 보호종료아동 고용을 위해  설립됐지만, 사회적기업 인증 기준 상 보호종료아동은 취약계층에 해당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는 청와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진흥원 등 관계기관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 인증기준에 ‘보호종료 아동’을 포함할 수 있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도 “남자 아이들 같은 경우 군대, 대학을 마치면 5년이 금방 지나간다.”며 기한을 ‘보호조치 종료 후 5년’으로 한정한 데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기한 5년을 바꾸기 위해 다시 한번 뛰어 보겠다”고 말하며, 변화를 위해 뛸 수 있는 원동력은 "‘내가 겪은 아픔과 어려움을 후배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온다."고 말했다.

 

"많은 아이들이 도움 요청할 곳이 없어서 사채를 쓰고, 범죄에 가담하게 돼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브라더스키퍼는 여러분을 위해 존재합니다.”

사진 = 이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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