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래피 선생님이 같은 공방에서 배웠던 사람들을 모아 프로젝트팀을 만들어줬어요. 프로젝트팀이 여기까지 이어졌네요. 창업을 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채민경 감성붓다 대표가 말하는 소회다.

캘리그래피 교육과 콘텐츠 제작활동을 하는 감성붓다는 2016년 모임을 시작해 2018년 5월 회사가 됐다. 2018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육성사업에 참여하며 한 단계 성장, 같은 해 12월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특정 종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감성붓다라는 이름 덕에 불교단체냐는 오해도 받는다며 웃음지은 채 대표는 "이름에 담긴 뜻을 이해하면 좋다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감성붓다에는 '붓으로 감성을 담다', '감성을 붓는다', '붓으로 다하다'라는 뜻을 담았다. 채민경 대표와 유동흔 작가가 함께하고 있다.

감성붓다 채민경 대표(왼쪽)와 유동흔 작가(오른쪽) / 사진 : 감성붓다

 

캘리그래피를 통한 두 번의 소통

"캘리그래피는 소통이에요. 소통에는 균형이 필요하고요. 타인과 교류하면 자기가 없어지잖아요. 자기와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캘리그래피를 통해 자기와 소통할 수 있어요."

채 대표는 캘리그래피를 설명하며 '소통'을 강조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캘리그래피를 접했던 이력이 녹아 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배경 덕에 도움이 될까 싶었던 게 캘리그래피를 시작한 이유였다. “직장을 그만 둔 후는 불확실한 시기잖아요, 캘리그래피를 배우며 나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채 대표는 “캘리그래피를 예쁘게 쓰는 손글씨 정도로 이해하는 분들이 많다”며, ‘자기 마음을 돌이켜 보면서 그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이라고 정의 내렸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그런데 그 중에 몇 명만 마음을 울리는 공연을 보여주잖아요? 캘리그래피도 마찬가지에요. 마음을 담은 작품이 전달하는 울림이 분명히 있어요.”

2016년 유방암 환우들과 진행했던 수업을 예로 들었다. “‘지금’이 절실하신 분들이에요.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캘리그래피에 그대로 드러났어요. 감사하는 마음을 공유하며 소통했던 날 이었어요”

채 대표는 “캘리그래피를 포함한 예술활동은 결국 마음을 담아 자기와 소통해 창작물을 만들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타인과 하는 소통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캘리그래피, 사회적 가치가 될 수 있을까?

감성붓다는 2017년 진흥원 육성사업에 탈락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가치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분들이 있어요. 캘리그래피가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사회취약계층을 돕거나, 환경문제 등을 해결하는 경우에 비하면 캘리그래피는 다소 추상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후 감성붓다는 캘리그래피가 가진 가치를 발굴하고 정리해 나갔다. “캘리그래피가 사회적 가치가 없다기보다는 당시 감성붓다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똑같은 물건을 팔더라도 어떤 가치가 담겨있고 스토리가 있는 컵을 사잖아요. 그런 것들이 부족했어요.”

사업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캘리그래피가 좋아서 이어왔던 활동이기에 조직을 경영하는 모든 과정이 낯설고 투박했다. ‘맨 몸으로 부딪히’는 수밖에 없었다. 이후 진흥원 육성사업에 참여하기까지 1년은 감성붓다가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었다.

청소년 진로탐색 프로그램, 직무연수, 문화시설 교육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문화행사에 참여해 캘리그래피를 알리는 작업들을 이어갔다. 결실은 2017년 제3회 한글창의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으로 나타났다. “수상을 통해 저희가 옳은 길로 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캘리그래피를 활용한 콘텐츠를 좋아하는 분들이 충분히 있다는 걸 확인하고 용기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 번의 담금질은 육성사업과 조직기반 강화에 큰 도움이 됐다.

감성붓다는 의성어, 의태어를 캘리그래피로 표현한 놀이책 <한글이 살아있어요!>로 제3회 한글창의 아이디어 공모전에 수상했다. / 사진 : 감성붓다  

 

‘멋글씨로 쓰는 멋진 세상’ 캘리그래피로 퍼트리는 사회적 가치

감성붓다는 작년 한 해 동안 취약계층, 시니어 세대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그는 작년을 돌아보며 “교육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올해는 “교육한 모임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쌓아온 네트워킹을 토대로 문화콘텐츠 제작도 함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성붓다는 작년 한해 양천구에서 진행한 잡메이커스 프로그램 일자리 창출과정에 참여했다. 해당 과정 중 캘리그래피 수업은 평생학습우수동아리로 선정되고, 교육에 참여했던 시니어들 중 일부가 모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캘리그래피나 동아리 관련활동들을 처음 접해보신 분들이에요. 재능기부도 하시고, 플리마켓에도 참여하시고,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계세요” 채 대표는 감성붓다를 통해 이런 단체가 더 많아지기를 희망했다. 모임이 더 많아질수록 새로운 변화를 함께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감성붓다는 교육 활동을 통해 캘리그래피 모임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사진 : 감성붓다

“저희가 ‘멋글씨로 쓰는 멋진 세상’을 미션으로 가지고 있어요. 멋진 세상이라는 게 포괄적일 수 있는데, 새로운 만남을 하나씩 늘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감성붓다는 캘리그래피 교육에 참여했던 단체와 폰트, 이모티콘 등 문화상품을 함께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사회문제 앞에서는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광범위하고 세분화 된 사회문제 앞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걸 하나씩 해 나가면 가치가 퍼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조직들이 많아지면 사회문제를 접할 때마다 연관성 있는 조직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수 있을 거라고 향후 활동도 기대했다.

 

디지털시대의 캘리그래피, 소통이라는 변질은 변하지 않아

캘리그래피는 손을 활용한 아날로그 활동이다. 감성붓다 활동에는 디지털 장비를 활용한 콘서트 프로그램이 있다. “소통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요. 시대 트렌드와도 맞아야 해요. ‘캘리그래피로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새롭다’라는 말을 들어야 해요”

‘시험 삼아 운영해 보았다’는 필담 콘서트 활동에는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채 대표는 “손으로 쓰는 아날로그 캘리그래피도 붓, 만연필 등 사용하는 장비에 따라 특성이 다르다”며 “디지털 장비 역시 표현방법을 바꾼 도구 중 하나이며, 새로운 갈래”라고 설명했다.

감성붓다는 디지털 장비를 활용한 필담콘서트 개최 등 새로운 시도들을 이어가고 있다. / 사진 : 감성붓다

아울러 문화별로 캘리그래피가 가지는 특징도 함께 설명했다. 캘리그래피는 서예와 비교되곤 한다. “서예는 정신수양과 순수예술에 가깝다면 캘리그래피는 디자인 분야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순수회화와 일러스트 차이 정도라고 생각해요. 캘리그래피가 서예보다 자유도가 높긴 한데 ‘문자예술’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는 떨어트려 생각할 순 없고요”

채 대표에 따르면 서구문화에서 캘리그래피는 장식적인 효과가 발전했다. 아랍권에서 쓰이는 캘리그래피는 종교 관련 문구가 많다고 한다. 캘리그래피 안에서도 아주 많은 세부 영역이 있고 앞서 언급한 디지털은 이 중 한 갈래에 해당한다.

‘캘리그래피’안에 있는 문화적, 기술적 범주를 설명하던 채 대표는 결국 ‘소통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혼자 만족하고, 혼자 가지고 있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잖아요. 어떤 도구, 어떤 문화든 자기와 소통하고, 이를 통해 다시 타인과 소통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아요.”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