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18세가 되면 자립정착금과 함께 사회로 나오는 보호종료아동. 매년 약 2,600여명이 정부의 보호조치를 벗어난다. 자립정착금과 수당 등 지원 정책이야 있지만 당사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설에서 지냈던 아동들은 단체 생활을 하다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적응하기 어렵다. 최근 김정숙 여사가 보호종료아동 주거복지 현장을 방문하고, 배우 박시은·진태현 부부가 보호종료아동을 입양했다는 게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관심이 모였다. 주요 TV프로그램에서도 보호종료아동 이슈를 심층적으로 기획해 다루기 시작했다. 이로운넷은 당사자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어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한다.

정부·지자체는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경제지원, 주거지원 등 사회 일원으로 살 수 있게하는 지원이다.   

*관련 기사: 보호종료아동 위한 지원 정책 어떤 것이 있나

하지만 보호종료아동들은 여전히 자립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세 가지 원인을 꼽을 수 있다. ①자립교육의 실효성이 낮아 지원정책에 대한 정보가 적고, 활용 능력도 떨어진다. ②법적 미성년자인 만 18세 자립이 이뤄진다. ③경제 지원이 단기 현금 지원 위주로 장기적인 경제 자립에 큰 도움을 주기 어렵다. 

“체계적인 자립교육? 와닿지 않아요” 

보호대상아동은 보호기간 동안 ‘자립지원 표준화 프로그램’을 통해 자립교육을 받는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자립교육을 통한 자립의 효율화 및 내실화가 목적이다. 프로그램은 총 4단계(미취학~초2, 초3~초6, 중1~중2, 고1~퇴소 전)로 나눠 진행된다.

아동권리보장원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자립지원 표준화 프로그램’ 구성./사진=홈페이지 캡쳐

자립교육 프로그램은 자립준비를 위해 ▲일상생활기술 ▲자기보호기술 ▲지역사회자원활용기술 ▲돈관리기술 ▲사회적기술 ▲진로탐색기술 ▲직장생활기술 ▲다시 집 떠나기 등 8개 영역 교육을 제공한다. 

내용과 계획만 보면 교육이 잘 이뤄질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 보호종료아동의 만족도가 높지 않다. 아직 자립시기가 아닌 아이들에게 자립교육은 ‘먼 나라 이야기’다. 

2018년 보호종료된 김지희(21세) 씨는 보육원에서 받은 자립교육이 무의미하다고 했다. 지희 씨는 “강사를 초빙한 교육은 많았지만, 자립에 대한 현실감이 없어 재미도, 실용성도 없었다. 오히려 사회에 나와 직접 해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현재 방식의 자립교육은 실제 생활에 큰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김충헌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케어 센터장은 “예를 들어 주거교육의 경우 아이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주의사항을 설명하는 정도로만 진행된다”며 “보호종료아동 중에는 ‘500/30’(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원)이라는 표현조차 이해 못하는 아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입식 교육이 아닌 생활 속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체교육 방식의 자립교육은 어려움이 많아 생활속 교육 위주로 진행돼야한다”면서 “혼자 자립을 미리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립전담요원? 있는지도 몰랐어요”

보호대상아동 자립에 핵심적인 역할은 자립전담요원이 담당한다. 주로 보호대상아동의 자립 준비와, 5년 이내 보호종료아동의 자립 상태를 확인한다. 하지만 정작 보호종료아동들은 자립전담요원에 대한 존재를 모르거나, 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이유로는 업무의 과중함을 꼽을 수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자립전담요원 1명당 약 30명의 보호대상아동이 할당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아동을 관리하기도 한다. 자립전담요원 김진하(가명) 씨는 “매년 1명의 자립전담요원이 보호대상아동(중3~고3) 10~15명, 보호종료아동은 40~50명. 총 50~65명 정도의 보호종료(예정)아동을 관리한다”고 전했다.

더구나 시설에 따라 자립전담요원 업무에 후원물품관리, 아동생활지도, 시설물관리 등의 행정도 포함된다. 업무가 가중되고,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최근에는 자립전담요원의 업무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진하(가명) 씨는 온전히 아이들의 자립지원 업무에만 집중하려면 관리하는 아동 수를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정에서 (주양육자인)엄마 혼자 2~3명의 자녀를 돌보는 게 어려운 것 처럼 자립지원도 쉽지 않다”며 “사례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전제하에 자립전담요원 1인당 10~15명 정도를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래야 매일 2~3명 정도는 연락하고, 만나는 등 꾸준히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자립전담요원의 자립지원 업무가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고, 매뉴얼로만 정해져 있다는 것도 문제다. 자립전담요원 개인 역량에 따라 자립교육·지원 등 서비스 품질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자립전담요원의 개인역량 차이에 따른 보호종료아동의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해 자립지원 앱을 준비하는 등 다양한 개선방안을 모색 중이다.

김지희 씨는 2018년 1월 보육시설을 나왔다.

보육시설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호종료아동은 자립전담요원의 존재조차 모르고 퇴소하기도 한다. 보호종료아동 김지희(21세) 씨도 자립전담요원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자립전담요원의 업무와 일반 보육 선생님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호종료 직후에는 LH전세임대주택 계약 안내문을 전달 받고, 휴대폰 요금 미납 문제로 연락 받는 등의 개별 연락이 일부 있었지만, 이후 자립지원을 위한 정책은 네이버 밴드 공지방을 통해 확인해야했다. 비교적 자립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지희 씨와 달리 의욕이 없거나 의지가 약한 보호종료아동은 자연스레 정부 지원과 멀어졌다. 자립지원 관련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했다.

또 다른 보호종료아동 박지애(21세) 씨 역시 자립전담요원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특별한 도움은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애 씨는 “자립전담요원에 대해 들어봤다”면서도 “시설에 있을 때 자립전담요원이 후원금 통장 관리를 해준 것으로 알고 있긴한데, 그 외에 도움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자립전담요원들이 행정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함께 일하는 동료조차 인지하지 못할 때도 있다. 보육시설에서 생활지도교사도 일하는 A 씨는 일을 시작한 후 한참 뒤에야 자립전담요원의 존재를 인지했다. A 씨는 “보육시설에서 일하면서도 자립전담요원의 존재조차 몰랐다. 시설마다 다르겠지만 아이들도 자립전담요원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상황을 전했다.

자립교육의 실효성이 낮고, 자립전담요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손해를 보는 건 보호종료아동이다. 자립전담요원이 자립관리에 집중하지 못하다 보니 자립정책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보호종료아동 손자영(24세) 씨는 퇴소한 지 5년이 지나서야 LH의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한다. LH전세임대주택제도 정보도 자립전담요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얻었다. 자영 씨는 “지원정책을 몰랐는데, 사립재단에서 실시한 자립교육에서 지원 제도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립 시기 만 18세가 최선일까?

민주평화당 소속 장정숙 의원은 2019년 2월 보호대상 아동의 보호종료 시기를 현행 만 18세에서 만 21세로 상향하는 내용의 ‘아동복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만18세는 보호대상아동이 사회로 나오기 이르다는 판단에서다.

장정숙 의원은 2019년 아동복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다./출처=장정숙 의원 블로그

만 18세라는 자립시점 때문에 보호종료아동들은 다양한 어려움을 마주한다. 만 18세는 법적 미성년자로 각종 계약이나, 행정업무 처리에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법정대리인이 필요한 휴대폰을 개통이나, 부동산 계약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보육시설 원장이 법정대리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보호종료아동에게 보육시설 원장은 먼 존재다. 때문에 보호종료아동은 휴대폰을 개통할 때도 시설 원장보다는 선배들의 명의를 빌린다. 심지어 응급실을 찾을 정도의 긴박한 상황에도 법정대리인이 없어 진료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보호종료시기는 언제가 가장 적절할까.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예비)당사자 사이에서도 각각 의견이 나뉜다.

우선 보호종료를 앞둔 아이들은 보호 연장을 바라지 않는다. 오랫동안 머물렀던 보육시설을 떠나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호종료아동의 의견은 다르다. 예비보호종료아동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미성년자로 사회에 나와서 겪는 애로사항이 많다는 게 공통 의견이다. 전문가, 시민단체 등도 보호종료시기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각 시설재량에 따라 대학 진학 등을 한 아동들의 보호 연장 기간을 늘릴 수 있다. 반면 시설에 따라 보호기간을 연장하고 싶어도, 일정 나이가 되면 무조건 퇴소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정익중 교수는 “최근 청소년기를 길게 보는 추세인데, 과거 기준으로 보호대상아동에게만 18세에 자립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원보다 현원이 적은 요즘에는 보육시설에 여력이 있는 만큼, 당사자의 요청이 있으면 일정 조건 없이도 보호종료연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보호종료시기가 ‘나이’가 아니라 ‘자립’을 기준으로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일반가정에서는 부모와 관계를 끊고, 독립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데 보호대상아동에게만 독립을 강요하는 일은 폭력적”이라며 “보호대상아동의 보호기간은 결혼 등으로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자립’ 전까지 제한 없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보호기간의 제한 없는 연장 과정에서 기존의 보육시설이 아니라, 시설생활과 사회생활의 중간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립을 위한 중간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진하(가명) 씨는 전문적인 성인자립생활시설이 설립돼 아이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존에 성인자립생활시설이 있긴 하지만, 퇴소 시기를 연장하는 것에만 중점을 둔다”며 “그것보다 성인자립생활시설에서는 일자리 연계에 중점을 두고, 근본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일자리가 창출되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늘어나는 금전 지원, 자립에 도움 될까?

만18세에 자립해 맞닥뜨리는 문제상황은 시간이 흐르면 어느 정도 해결된다. 하지만 생활을 위한 경제적 자립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물론 자립정착금 상향평준화, 아동자립 수당 지급  및 지급 기간 연장 등 최근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한시적인 지원이다. 보호종료아동의 일생을 책임져 줄 수 없다. 오히려 늘어나는 금전적 지원이 보호종료아동을 나태하고 수동적으로 만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보호종료아동들도 지원금이 부족하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지급 방식이 문제라는 의견이다. 김충헌 센터장은 “자립수당과 각종 지원금만 기다리는 보호종료아동이 많다. 지원금을 확대하는 것도 좋지만, 경제교육, 자립교육과 동반해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온라인교육을 1회 수강해야 자립수당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바꿨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낮다”며 “자립수당을 받기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자립에 대한 노력이 있을 때 자립수당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희 씨는 “지원금을 아무 대가 없이 주는 게 문제다. 현실적으로는 도움 되지 않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지희 씨는 “퇴소하면 지원금이 얼마나 큰 돈인지 감이 없다. 돈을 버는 것을 (체험)교육으로 하면 오히려 자립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보호종료아동 당사자이자 보호종료아동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를 운영 중인 김성민 대표는 금전적 지원보다 근로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지원과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절대적 금전지원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자리가 중요하다. 보호종료아동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면서 “지원금 자체를 늘리기 보다는 근로장려금처럼 일을 하면 돈을 더 지원해, 자립을 돕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자립 캠프를 운영하는 등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활동에 힘쓰고 있다.

김진하(가명) 씨도 “보호종료아동의 근로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예전에 비해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지원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오히려 많은 지원을 받다 보니, 일을 안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그는 “미디어에 보호종료아동의 재정지원이 부족하다고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이게 반복되면 정부는 또다시 재정지원에만 포커스를 맞출 것이다. 재정지원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예산은 한정돼있고, 보호종료아동에게만 나눠줄 수 없으니 아이들이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모으고, 탈 수급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부도 지원금 지원방식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이미 클린카드, 바우처 등 사용에 일정 제한이 있는 경제 지원도 고려한 바 있다. 다만 현금성 지원으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실제 돈을 운영해 보고, 지원금으로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보호대상아동의 자립교육을 강화에 방점을 두고, 이를 통해 경제적 자립을 돕겠다는 의지도 있다. 자립교육의 형태도 개별화, 체험형 방식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립캠프를 확대하는 등의 실제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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