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했지만 부단한 열정과 노력으로 창업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은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을 소개합니다.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사회적기업가의 자질과 창업 의지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창업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2018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된 우수팀들입니다.
이창숙 얼쑤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얼쑤 사회적협동조합은 공연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차별받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한 단체입니다.”

얼쑤 사회적협동조합은 발달장애인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로 구성된 충남장애인부모회 천안지회 전통놀이 동아리에서 시작됐다. 단순한 동아리 활동이었지만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며 능력을 인정받았고, 발달장애인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창숙 대표를 비롯해 충남 천안지역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발달장애인들도 예술 활동을 하며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보자’는 뜻을 모아 발달장애인 예술단 ‘얼쑤’를 창단했다.

발달장애인 전통문화 공연, ‘교육’ 아닌 ‘직업’으로 인식해야

얼쑤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얼쑤)은 37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문화예술단체다. 2011년 충남장애인부모회 천안지부 소속 동아리로 시작해 2014년 발달장애전통문화예술단 임의단체로 창단했고, 2017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가받은 후, 2018년 12월 부처형 고용노동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다.

얼쑤의 전체 발달장애인 단원은 총 18명. 그중 6명을 직원으로 고용했다. 고용되지 않은 단원들은 다른 직장을 다니며 공연에만 참석하거나, 특정일에만 연습에 참석한다.

얼쑤 사회적협동조합에 고용된 발달장애인들은 공연을 위한 연습을 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고용된 발달장애인들은 기존 기업에서 반복적인 노동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는 다른 일을 한다. 사물놀이, 난타, 민요, 탈춤, 마당극 등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올리기 위해 연습하고, 공연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공연으로 수익금을 창출해 얼쑤를 운영한다. 기존 공공에서 운영되는 시립(구립)예술단이 운영되는 구조와 비슷하지만, 민간단체가 운영한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이창숙 대표는 “간혹 얼쑤의 사업모델을 '직업'이 아닌 '교육'으로 오해하는데, 우리는 발달장애인에게 일정한 급여를 주고 고용해서 훈련, 연습하는 시간을 업무로 분류한다”고 말했다.

얼쑤는 2017년 한 해 동안 79회, 2018년에는 60회의 공연을 진행했다. 한 달 기준 평균 4회의 공연을 한 셈이다. 주로 요양원과 학교에서 공연을 진행하며, 요양원 공연은 4년째 진행 중이다. 현재는 먼저 공연을 요청하는 곳도 있다.

정성스런 자기소개서와 면접,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발달장애는 중증장애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창숙 대표는 발달장애인을 직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비장애인들처럼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제출,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에서 만난 대부분의 발달장애인들은 일자리를 통한 사회진출을 원하고 있었다. 얼쑤는 사회진출을 원하는 발달장애인을 정당한 방식으로 직원으로 고용해 사회구성원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면접에 임한 발달장애인들은 돈을 벌어서 여행을 간다거나, 집을 산다거나 하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어딘가에 고용된다는 것에 굉장히 설레하고, ‘직장인이 된다’는 것에 기대감을 보였고요.”

얼쑤 사회적협동조합 공연사진./ 사진제공=얼쑤 사회적협동조합

“발달장애인도 문화예술 주체자가 될 수 있어요”

이창숙 대표에게 얼쑤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에 대해 묻자 “장애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과거 이 대표는 얼쑤를 임의단체로 창단한 뒤 지원을 받기 위해 시청에 문의했다. 담당 부서를 몰라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단체의 특성에 따라 시청 문화체육관광과에 문의했다. 하지만 노인장애인과로 다시 연락하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결국 노인장애인과로 다시 연결할 수밖에 없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얼쑤는 문화체육관광과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그때가 2014년이었는데, 불과 5년 전인데도 발달장애인이 문화 예술의 주체자가 된다는 것에 대해 인식이 너무 부족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부터 요양원 공연을 위한 사업비를 문화체육관광과에서 받고있다. ‘장애인 예술단으로서 잘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내부적인 어려움은 소통 때문에 발생했다. 처음 예술단을 만들 때만 해도 전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만들자는 생각이었지만, 발달장애인 중 장애 정도가 경증인 경우에는 비장애인과 생활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었다. 일부 단원들은 비장애인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직장에 취업하기도 했다. 현재는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지만, 얼쑤에서 같이 공연하고, 공동체를 만들어 추후 같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에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하고 싶다고 모든 것을 같이 할 수는 없죠.”

육성사업 통해 ‘마당극’ 공연 아이템 개발

처음 사회적협동조합을 인가받은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는 이 대표. 그는 방법을 찾기 위해 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를 찾았고,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사회적기업 담당자를 소개받았다.

“저희에게 육성사업에 참여할 것인지를 선택하라고 하더라고요. 얼쑤는 그동안 해온 사업이 있어서 육성사업을 하지 않고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요.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사업이 사회적경제 시스템으로 운영된 건 아니기 때문에 육성사업으로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죠. 결국 육성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어요.”

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와 얼쑤는 육성사업 참여 아이템으로 ‘마당극’ 공연을 선택했다. 전통예술공연을 주로 하는 얼쑤의 장점을 반영했다. 본격적인 연습은 작년 8월부터 시작했고, 단원 18명 중 6명의 정식직원만이 마당극 공연을 위한 연습에 매진 중이다. 현재 마당극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을 거치고 있으며, 올 하반기 마당극 공연을 4회에 걸쳐 무대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얼쑤 사회적협동조합 사무실 직원들.

‘발달장애인 시립(구립)풍물단 만들어졌으면….’

“공공에서 관리하는 발달장애인 시립(구립)풍물단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얼쑤의 비즈니스 모델을 탄탄히 해 부모가 사망한 뒤에도 발달장애인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이창숙 대표는 발달장애인들이 예술활동을 통해 지역에서 더불어 살아갈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지역에서 인정받기 위해 얼쑤 단원들은 꾸준히 연습하고, 공연한다. 실제로 천안지역에서 '얼쑤'는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오는 8월에는 일본에서 개최되는 발달장애인들의 예술제 ‘와타보시음악제’에 참석한다. 얼쑤 단원과 부모 등 40여명이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며, 사물놀이 13분, 화무(춤) 7분 등 총 20분의 공연을 펼친다.

“작년에 일본 성인 발달장애인의 주거, 그룹홈, 시설, 농장 등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는데, 현장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하지만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직접 보는게 아니라 내용을 전달받는 입장이어서 와닿지가 않잖아요. 공연을 기회삼아 일본에 방문하면 농장이나 그룹홈 시설 등을 방문해 국제적인 교류의 기회가 될 것 이라고 생각해요.”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