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출처=getty images bank

영화 해리포터를 보면 여러가지 주문이 나온다. 가끔 멀리 있는 전화기가 울리면 ‘아씨오 전화기’라고 외치고 싶을 때가 있다. ‘아씨오’는 멀리 있는 물체를 나에게 오도록 하는 마법주문이다. 외치기만 하면 그렇게 멋진 일이 일어난다.

요즘 연말이다 보니 소셜벤처들의 사업성과는 물론이고 대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성과를 자주 심사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심사에서 ‘아씨오’ 같은 마법의 주문을 자주 들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저희는 사회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MZ세대들에게···’라거나 ‘ESG를 도입하여서···’라는 방식 말이다. 도대체 MZ는 사회적 가치를 절대가치로 신봉하는 신도들인지 거의 모든 소셜벤처와 ESG 관련된 심사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편이라고 한다. 기꺼이 물건을 사주고 열광해줄 것이라고 말이다. 심지어 ESG는 도입만 하면 뭐가 해결되는 대단한 절대주문 취급이다. ‘아씨오’ 같은 것도 아니고 악역인 볼드보트가 자주 쓰는 용서받지 못하는 주문인 ‘아바다 케다브라’ 수준이다.

당연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마법이 통용되는 영역이 아니다. 사업은 더더군다나 그렇다. 가끔 마법사 수준의 대단한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도 주문을 외우는 것 만으로 마법을 부리지는 못한다.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ESG 통합 등급을 발표 했다. 국내 500대 기업 중 최상위인 A+를 받은 기업은 14개, A등급은 138개 수준이었다. 이를 보면 두 가지의 의문이 든다. 첫번째는 정말 우리나라 500대 기업 중 30%가 A등급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국내 기업들에 대한 평가이니 마치 교양과목처럼 상대평가로 30%는 A등급 이상을 주는 합의라면 괜찮은 것일까.

두번째는 이 평가가 어느 정도의 기업가치 증대에 대한 사전적인 정보를 제공하는지가 궁금했다. 매경의 관련 기사를 보면 올해의 주가와 등급에 대한 비교로 큰 한계가 있지만 어찌됐든 평가 등급은 주가와 별다른 관련성이 없다. 나아가 등급이 낮은 기업이 더 많이 주가가 상승했다는 해설을 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ESG 평가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로 하는 분석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저 평가의 의도와 관점이 어떤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겠지만 저 평가 결과가 또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마법의 주문이 되는 것은 아닐까 큰 걱정이 되기는 한다. 분명히 누군가는 ‘우리는 ESG A등급이야’라며 할 일은 다 했고 이제 잘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상대평가에 가까워 보이는 점수로 글로벌의 절대평가의 벽을 기만하는 실수를 벌일 수 있다.

사업이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건 늘 가슴 뛰는 일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마치 마법이 통용되는 영역이라고 믿을 수 있을만큼 신비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열망과 소망은 비전에 담고, 이제 움직여야 한다. 마법의 주문은 그만 중얼거리고 왜 어떻게 진짜 사업이, 진짜 사회적 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지 직접 하나씩 만들어가야 한다. ‘아씨오’라고 그만 외치고 벌떡 일어나서 전화기를 집어 오라는 말이다.

심지어 잘 생각해보면 해리포터의 세계에서도 아무나 이 마법을 쓸 수 있지 않다. 마법사의 혈통이어야 하고, 고장나지 않은 마법 지팡이를 들어야 하며, 정해진 절차와 방식으로 마법 주문을 올바르게 외워야 한다. 그래야 그 일이 벌어진다. 우리는 소설 속에서 사는 해리포터가 아니다. 물론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길 오늘도 기대한다. 하지만 마법 같은 일은 우리의 전략과 실천 같은 평범한 일상의 축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니 이제 우리의 현실에 맞게 마법의 주문은 그만 멈추고, 도리어 정말 어떻게 사회적 가치가 우리 사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지 한 걸음씩 제대로 설계하고 실행하는데 애쓰자.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