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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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SG와 관련해서 기업들과 이런저런 협업을 하는 소셜벤처 및 전문기관의 구성원들이 여럿 모여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ESG를 추종하는 펀드가 전세계적으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더 가속화될 것 같다는 전망이 나왔다. ESG를 추종한다는 것은 펀드마다 성격은 다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ESG 요인들을 투자 의사결정에 어떤 모양으로라도 반영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갑작스레 이런 제안을 하게 되었다.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는 ‘자신이 잘 아는 것에 투자하라’고 했는데 우리가 ESG 펀드를 구성해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말이다.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의 몇몇 부서와 협업을 해보았고, 그 일들이 또 ESG와 어떤 방식으로라도 연결이 되어 있으니 거기에 모인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면 좋은 투자안이 나오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바로 여기저기에서 종목에 대한 추천과 비추천이 쏟아져 나왔다. 어디는 ESG 담당자가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가짜라서 제외해야 한다거나, 어떤 기업은 이미 임원의 마음에 답이 정해져 있고 그 답에 맞추는 컨설팅만 받는다는 평가들이었다. ESG를 한다면서 갑질을 한다거나, 성공한 것으로 잘 알려진 사업이지만 그 사업의 이면은 사실 엉망이라는 제보를 할 때도 있다. 물론 반대로 대외적으로는 조용한 조직이거나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이지만 지금 추진되는 어떤 사업은 대단히 진지하고 올바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칭찬이 있기도 한다.

그저 식사자리 뒷이야기라고 폄훼하기에는 이런 내용이야말로 지금 국내 대기업들의 ESG 상황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기업의 사회적 가치 활동이 사회공헌이나 단순 CSR에 그칠 때에도 소위 전문가라는 집단은 대기업과 일을 했었고, 그때에도 어디가 정말 진정성 있게 잘하고 어떤 곳들이 실체가 무너져 있고 거품만 있는지 경험했었다. 그러나 그런 정보를 기반으로 한 평가가 주식을 사고 파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별개의 사건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저 어떤 기업이 그래도 괜찮다는 정도의 판단이다.

그러나 그 날은 식사 자리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실제로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이야기가 나왔던 주식을 좀 매입했다. 여전히, 그리고 이제 임팩트의 영역에서도 피터 린치의 조언은 적용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MZ세대는 본인들이 가치에 동의하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고 이런 가치의 대다수가 ESG와 연결된다고 한다. 말하자면 동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게 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ESG는 결국 투자자 관점이니 기업의 미래 가치에 기여하도록 설계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당연히 필자도 주식을 매입하면서 떨어지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좀 장기이긴 하겠으나 좋은 평가를 받은 기업들의 미래가 좀 더 밝고 주가에 반영되리라 판단한 것이 맞다. 그러나 그 뿐만 아닌 것 또한 분명하다. 이렇게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의 마음 한편에는 내가 좋아하는 올바른 기업이 성공하길 바라는 응원도 있다. 

ESG가 이렇게 대세가 되는 것은 물론 환영한다. 그러나 전문 금융의 힘만으로 ESG가 도달할 수 있는 수준에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에 아쉬움도 있다. 결국 진짜 좋은 기업의 성장은 전문 투자자, 기업 당사자, 전문 평가자의 노력은 물론이고 그들을 판단하는 여러 이해관계자들도 능동적으로 소비하고 판단하고 때로는 직접 투자하는 등의 능동적 노력을 끼쳐야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어떤 기업들을 잘 알게 되고, 각자가 그렇게 기업을 판단하고 평가하여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으로 대응하기 시작한다면, 전문 투자자들과 전문 평가자들이 ESG 펀드를 만들고 자신들의 판에서 게임을 하는 것 보다 몇배는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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