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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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대왕과 관련된 일화 중 유명한 것으로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있다. 아주 복잡한 매듭이 있는데 절대 풀리지 않아서 그 매듭을 풀어내는 자가 아시아의 왕이 될 것이라는 신탁이 있었다고 한다. 알렉산더 대왕은 그 지역에 가서 풀려는 시도를 해도 풀리지 않자 칼로 매듭을 잘랐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이야기는 어려운 문제를 대할 때 파격적이고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여 단번에 해결한다는 방식으로 인용되곤 한다. 

비슷한 이야기는 중국에도 있다. 바로 쾌도난마의 유래가 되는 고양의 일화다. 북위의 실권자인 고환이 아들을 모아 놓고 삼실 뭉치를 추려보라고 이야기한다. 다들 풀지 못하고 있을 때, 차남이었던 고양이 칼을 가져와서 잘라버렸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어지러운 것은 베어버려야 한다" 라고 외쳐 ‘난자수참’이 이에 유래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두개의 오래된 이야기는 늘 후유증이 뒤에 붙어 회자된다. 난자수참은 과거에는 통치자의 폭정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고양은 실제로 폭군이었기도 했고 말이다. 알렉산더 대왕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매듭을 풀지 않았고 잘라버렸기 때문에 그가 이룩한 제국이 얼마가지 않아 붕괴하였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매듭을 잘라버리면 당장은 목적이 달성된 것 같지만 그 줄은 파괴되어 다시 쓰지 못하지 않는가. 궁극적인 해결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얼마전 지독하게 꼬여 있는 행정적 한계를 보면서 이 두개의 고사가 떠올랐다. "돈을 버는 것은 매우 힘들고, 거기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더 힘들고, 심지어 정부의 행정까지 맞추려면 정말 불가능에 가깝다" 라고 말했던 한 국내 소셜벤처 대표의 일갈과 가깝다. 관련 공무원이나 해당되는 조직의 유관자에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지 물어보았으나 하나를 풀면 다른 하나가 묶이는 소위 행정의 고르디우스 매듭이 눈 앞에 있었다. 

해당 영역의 고위 공무원을 만날 기회가 생겨서 본질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고, 심지어는 본질을 막아서기까지 하는 이 행정을 어떻게 조율할 수 없을지 말하였더니 하나씩 천천히 해결하다 보면 나아질 것이라고 답변을 들었다. 그리고 나서 ‘아, 어떤 매듭은 잘라 버리지 않으면 답이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행정의 고루한 관습이나 위험회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답답함 뿐일까. 실제로 우리가 아는 여러 사회문제들도 때로는 하나씩 또 조금씩 개선해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과감히 결단하고 상당한 후유증과 비용이 예상되더라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리아나 마주카토 교수는 미션 이코노미에서 ‘얼마나 자원이 필요한지, 얼마나 어려운지’를 따지지 않고 꼭 되어야 하는 일에는 모두가 미션 중심으로 달려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달 탐사가 그러했고 최근의 코비드19를 대응하는 전세계적 자세가 그러했다며, 이후에 우리가 마주하는 기후변화 등의 대규모 사회문제들에도 그렇게 대응하자는 것이다. 

비용대비 효과를 계산할 때가 아니라 무조건 그리 되어야 하는 성취를 위해 모두가 협력적으로 뛰어들 문제들이 그만큼 산적해 있다. 그런데 ESG는 벌써 수명이 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 수익을 포기할 수 없는 금융과 경영자의 한계가 아니냐는 비난도 함께다. 소셜벤처 영역에서는 투자가 위축되는 시기에 맞물리면서 완전히 새로운 솔루션에 도전하는 임팩트 기업가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새로운 정부에서는 마리아나 마주카토 교수가 주장하듯이 정말 중요한 무엇에 대해서는 비용과 효용을 지나치게 따지지 않고 다수가 도전하고 진짜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나하나씩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행정 한계에서, 불필요한 규제에서, 대기업과 금융의 의사결정에서, 기업가의 도전에서부터 툭툭 끊어지면서 이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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