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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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ESG가 사기다.’ 라는 트윗을 남겼다. 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ESG인덱스인 S&P 500 ESG에서 테슬라가 퇴출되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거대 석유기업인 엑손은 해당 인덱스에서 상위 열개 기업 중 들어갔다는 것을 언급하며 맹비난을 덧붙였다.

사실 이는 그냥 개념적으로 볼 때 많은 사람의 기대에서 어긋나는 사실이기도 하다. 테슬라는 사실상 전세계적인 전기차 붐을 만들어낸 리더 기업이고, 전기차 판매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P에서는 테슬라가 탄소저감과 관련된 정책이 불투명하고, 노동자들의 인종차별의 문제가 나타났고, 자율주행과 관련된 사고가 있었던 등 다른 여러 이슈들이 낮은 점수를 받게 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동종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들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여러가지 해석과 반응이 있다. 먼저 S&P에서 이야기하는 요인들이 타당하고 그렇게 되면 점수가 낮아질 수밖에 없겠다는 의견이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래도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가 어떻게 엑손 보다 낮은 점수를 받냐며 ESG 평가에 오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이 이슈는 테슬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ESG 평가의 본질적 특성과 한계가 일으키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 평가는 측정과 다르다. 측정은 기준에 맞추어 정도와 크기를 정보화하는 작업이라면, 평가는 목적성이 있는 관점이 존재한다. 말하자면 ESG 평가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작업과 다르다는 말이다. ESG 평가는 그 행위로 얻어야 하는 결과물을 지향하는 것이 옳다. 즉 기업의 미래 가치에 고려할만한 환경, 사회,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이슈를 평가한다. 측정은 사회문제가 해결된 크기를 정보화하는 과정이다. 때문에 같은 측정 결과가 나오더라도 평가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테슬라와 엑손의 사례를 다시 생각해보자.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무수한 탄소를 배출하는 석유기업인 엑손은 거대한 음수의 사회적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테슬라는 여전히 내연기관 차가 대세인 세상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전기차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한 수준의 탄소저감에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가치 측정 관점에서는 테슬라가 분명히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는 판단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ESG 평가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자동차 생산자들 가운데에서 전기차를 만든다는 행위는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노동자 차별문제나, 탄소와 관련된 정보 불투명성 문제 등이 기업의 미래 가치를 하락시키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훨씬 더 유의미한 영향력을 가졌다고 설명하는 평가가 옳다. 그래서 S&P에서는 테슬라가 낮은 점수를 기록한다. 엑손은 반대로 석유기업들 중에서는 작년에 이사회 중 2자리를 행동주의펀드인 엔진넘버원이 가져가면서 거버넌스가 개선되는 등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니 석유 산업에서는 많은 위험 요인을 잘 관리하고 있는 그런 기업으로 평가를 받을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평가와 측정이 다르다는 지식 말고 우리가 얻어야 하는 다른 교훈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ESG라는 것은 무엇을 더 잘하는 관점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어떤 것을 덜 못하는 지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높은 ESG 점수가 지금 당장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증하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ESG 평가가 더 발전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와 함께, 일론 머스크도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ESG 평가가 잘못된 소수의 강력한 무기로 전락하지 않도록 사회가 잘 챙겨가야 한다는 과제를 우리에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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