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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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과정을 밟고 있을 때 동료 석사과정생과 ‘기능이 없는 게임 아이템을 왜 살까’라는 주제로 연구작업을 했다. 그리고 한 세미나에서 해당 연구의 진행 상황을 발표하는 일이 있었다. 이 때 다소 긴장한 동료는 ‘왜 사냐고’라는 문장을 힘을 주어 자주 반복했는데 발표가 지속될수록 그 말투와 맥락이 구매하다는 뜻의 ‘사다’가 아니라 삶을 산다는 의미로 들려서 여러 교수님들과 연구자들이 크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발표자는 사람들이 왜 웃는지 모른 채 말이다.

그 뒤로 거의 십년이 지나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오프라인 행사가 하나 둘씩 늘어나는 중에 한 가벼운 토크쇼에 참여했다. 소셜벤처들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특이하게도 사회자가 패널들에게 준비되지 않는 질문을 던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긴장했는지 또는 순간적으로 다른 생각을 했는지 흐름을 놓친 한 패널에게 소셜벤처 상품을 왜 구입하냐는 질문을 돌발적으로 했다.

“그렇다면 A님은 왜 사십니까?”

패널은 갑작스레 주어진 질문에 우물쭈물하다가 자신은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고 그 꿈을 이뤄가기 위해서 이런 일들도 추진하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 진지한 답변이 진행되는 중에 나머지 패널과 진행자는 질문의 전달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이해했고 당황하며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나 쭉 듣다보니 그 답변이 꼭 틀린 것인가라는 의문과 제시하는 함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의는 고객들은 왜 소셜벤처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살까? 정말 사회적 가치 때문에 살까? 이런 의견을 옹호하거나 주장하는 경우에 보면 사람들이 사회적 가치가 있으면 구매의향이 올라간다는 서베이 등을 자료로 사용한다. 그러나 그 답변은 구매의향일 뿐이다. 실제로 엄밀한 연구결과를 보면 국내에서는 충분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그보다도 더 실천적으로 우리 사회적기업 또는 소셜벤처들의 실제 판매현장을 가보면 보통의 고객들은 그렇게 사회적 가치를 핵심적인 구매요인으로 고려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서 LAR이라는 친환경 신발을 만드는 소셜벤처의 신발을 사는 고객은 정말 그 신발이 친환경이어서 사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고객은 친환경을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심지어는 그 가치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자신의 신발을 살 때에는 디자인이나 가격이나 브랜드보다 그 가치를 우선시하지 않는다. 물론 아직은 적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친환경의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는 흐름이 있다. 실제로 LAR은 친환경이기 때문에 가볍다는 것으로, 친환경이기 때문에 더 우호적인 언론 노출이나 유명인사 또는 유명기업과의 협력을 얻어내는 것으로, 그리고 그런 철학이 녹아져 있는 디자인과 브랜드로 고객들에게 팔리고 있다. 아시아의 유일한 100% 친환경 신발을 만든다는 것 만으로는 ‘왜 사는지(buy)’의 첫번째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왜 사는지(buy)’를 ‘왜 사는지(live)’와 일치시키려는 변화 양상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MZ세대들은 기부보다는 이런 소비에 대해서 좀 더 사회적 참여감을 느끼고 적극적인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소비는 곧 투표다’라는 말이 있듯이 구매는 본래 가치를 표현하는 하나의 ‘사는(live)’ 방법이기도 하다. 

소셜벤처는 우리가 어떤 좋은 일을 하고 있는지 공급자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 보다는 고객이 ‘왜 사는지(buy)’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고객의 질문이 잘 충족될 수 있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가장 좋은 서비스와 상품은 그들의 삶의 진지함이 올바른 소비로도 이어질 수 있게 돕는 것이어야 한다. 인생을 왜 사는지를 진지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상품과 서비스를 왜 구입하는지 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래서 소셜벤처를 해 볼만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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