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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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다보면 모든 일이 같은 수준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깊이 알게 되는 때가 있다. 이는 해당 일의 가치나 시급성 등의 이슈일 때도 있고, 많은 경우에는 내가 아닌 다른 이가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경우이다. 그 다른 이는 우리 조직 내부에 있을 수도 있고, 우리와 협업하는 다른 조직이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종류의 조직인 정부나 비영리조직에 있기도 한다.

그리고 대표는 그 일을 잘 구분하고 집중하는 데에서 기업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사업의 성장을 도모한다. 에어비앤비가 초기에 시리얼을 팔면서 버텼지만, 그 시리얼이 어느정도의 현금을 벌어준다고 해서 진짜 사업이 시작될 때에 지지부진하게 시리얼 사업에 대한 미련을 가지지 않았던 것을 기억해보자. 

임팩트스퀘어도 당연히 그런 시기를 거쳤다. 초기엔 일이 많지 않았고, 또 우리에게 뿐만 아니라 생태계 자체가 너무 작았다. 그래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열심히 임했다. 그런데 어느 일을 골라받아야 하는 때가 도래했다. 기준이 필요했고 ‘돈이 된다. 안된다.’라는 세로축과 ‘미션에 맞다. 안맞다.’라는 가로축으로 2X2 매트릭스를 만들어 사업을 빠르게 구분하고 에너지 투입의 우선순위를 고르기 시작했다. 

수익성도 떨어지고 미션에도 안맞는 일을 거절하고 제거하는 작업은 어렵지 않았다. 미션도 맞고 수익성도 높은 일을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과정은 미션에는 맞는데 돈이 안되는 일과 돈은 되지만 미션에는 적합하지 않은 일들 중에 선별을 거치는 데에서 나왔다. 그래도 우리의 성장과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시간과 인생이 좀 더 가치있게 쓰여지기 원하는 마음으로,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길 기대하는 까닭으로 꾸준히 미션에 맞는 일들로 회사를 채워갔다. 

지금은 수익성과 미션 적합성이 높은 일들 중에서도 다시 세부 우선순위를 만들어 업무를 채택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분기마다 그 업무들을 돌아보며 우리는 우리 삶을 올바르게 할당했고 또 그것이 다른 이들의 삶에 괜찮게 기여하고 있는지 크게 반성하곤 한다.

그렇게 생태계건 조직이건 때로는 잘하기 보다는 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가 있다. 일단 하는 것 자체에 의미와 의도가 충분히 담기는 때이다. 잘하는 일에 집중해서 너무 희소한 활동이 나타나기 보다는 다소 부족하더라도, 아직은 충분치 않더라도 이것저것 채워가며 학습하고 저변을 깔아가야 하는 때이다. 이때 너무 까다롭게 굴면 자신의 취지는 고수할지 몰라도 생태계에 대한 역할에는 아쉬운 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지난 10년 사회적경제에서는, 아니 지난 5년 이 범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그렇게 최선을 다해왔다.

그러나 이제 잘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생태계의 어느 면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시도를 해내야겠지만, 절대적인 양에만 집착할 시기는 지났다. 다른 조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 스스로는 10년이 넘게 노력해온 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행위와 시도 자체로 박수치고 잘 배웠다며 웃기보다는, 잘해야만 하는 때가 왔다고 느낀다.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가 안되었을 때에는 트림만 하더라도 부모가 박수를 친다. 하나의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익혀가며 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 장성한 청년이 아무 때나 트림을 한다면 예의가 부족한 사람이거나,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된다. 보통의 경우 장성한 뒤에는 소화를 문제없이 하고 그 정도의 신체작용은 가려서 하는 것이 당연해지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요즘 기존의 기조와 다소 다른 정부의 정책에 고민하고, ESG가 우리의 영역으로 범람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하며, 여전히 통과되지 않은 여러 법들에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물론 그 환경과 상황들은 참 중요하다. 그러나 언제 고민스럽지 않은 적이 있었는지 겸손히 되물으면서, 무엇보다 장성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잘 해야 하는 때가 왔다'는 점 역시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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