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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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주의 트래버스 시티에서 열린 한 축제에서 큰 사건이 벌어졌다. 매직 카펫이라고 불리는 놀이기구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매직 카펫은 큰 팔에 카펫처럼 사람들이 앉아있고 그 대로 회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고정이 잘못된 것인지, 회전할 때마다 기구의 바닥이 들리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대피 하고, 기구에 탄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탑승자의 대부분은 아이들이었다. 기구는 바로 멈추지 못했고 바닥은 점점 높게 들리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하면 사람들이 크게 다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때 한 시민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구에 있는 철제 난간에 매달렸다. 자신의 몸무게로 들리는 기구를 막아보자는 생각이었다. 당연히 한 명의 몸무게는 그리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뛰어오기 시작하고 매달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기구는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됐고, 무사히 멈췄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이 일은 너무 다행스럽게 잘 끝났다. 이 상황들을 기록한 영상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겹쳐 보였다. 요즘 우리 사회의 어떤 면들은 기초가 들려버린 매직 카펫 기구처럼 돌아가고 있다. 그냥 타고 있으면 괜찮을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대로 고정되어 있지 않은 기초가 흔들릴 때가 있다. 

기후변화는 이미 단순히 변화라고 칭하기엔 당장의 큰 위기로 닥쳐왔고, 어서 대응하자고 소리치기에는 이미 벌어진 일이라서 잘 적응하고 있는 상황이 됐다. 또한 사회의 양극화는 도저히 어떻게 봉합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골을 보이고 있다. 다음세대들은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당장 여전히 끝나지 않는 코로나 상황으로 모두가 힘들어 하고 있다. 곳곳에서 나사가 풀리고 땅에서 떨어져 나온 바닥이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누가 달려가서 그 난간에 자신의 몸으로 매달리고 있을까. 한두명으로 안되면 십수명이 매달려서 일단 기구가 멈출 때 까지만이라도 버티어 줄 수 있다면 우리도 사회의 문제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소리를 지르고 도망치기만 한다면 결국 마법의 양탄자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하필이면 이름도 마법의 양탄자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경쟁, 구조, 성취 등등은 물론 필요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 그 안에 있는 사람을 다치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볼 시간이다. 마법의 양탄자처럼 어디든 갈 수 있고 충분히 즐거울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그 기초는 뿌리가 뽑혀 위태롭게 들리고 있다. 결국 그 안에는 우리의 아이들, 다음세대들이 또 올라타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은지 생각해보아야만 한다.

오늘 기사를 보니 롯데그룹을 마지막으로 국내 10대 그룹사가 모두 ESG위원회를 설치했다고 한다. 거의 모든 기업은 물론이고 비즈니스에 연결된 조직이라면 ESG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흐름이 위험하다고 말만하고, 누군가는 가야한다고 소리만 지르는 일이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위원회가 곧 무엇을 해낸다는 말은 아니다. 정부에서 정책을 발표한다고 해서 진짜 누군가 그 난간에 매달렸다는 말과 같지는 않다. 실효성 있고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마침 내년은 선거가 가득하다. 얼마나 많은 미사여구와 마법의 양탄자가 스릴이 넘친다는 광고 문구가 난립할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사회적 가치 생태계는 물론이고 전 사회가 이제는 모두 매달려야 한다. 그만큼 긴급하고 그 정도로 위기이다. 다른 누군가만 다치고 끝나는 일도 아니고 결국 우리에게도 그 어려움은 반드시 닥친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더 이상 도망치거나, 구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마법의 양탄자가 위태로울 때 온 몸으로 매달리는 조직과 사람들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또 혹시 매달리지 못했던 사람들은 매달렸던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다행히 구출된 이들에게는 따뜻한 포옹으로 위로해야 한다. 그 마법의 양탄자를 설치하고 운영했던 사람들은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고, 사회는 규정을 만들어서 이후에는 이런 일이 없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트래버스 시티의 놀이공원의 이야기는 이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만큼은 그렇게 더 나아지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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