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사회적기업 공감만세와 함께 진행한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최종발표회에서 “팔도락! 오늘 점심은 함경북도”가 대상을 수상했다. 남북평화 도모를 위해, 이들은 남북 지역 음식을 주제로 한 도시락 브랜드 ‘팔도락’을 출시할 예정이다.

13일 서울시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진행된 발표회에서 김영경 청년청장은 “오픈랩 프로젝트는 평화경제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려 시작해, 제안된 338개 아이디어 중 5개를 선정했다”며 “이전과는 다르게 새로운 가능성을 담은 내용으로, 많은 공감을 얻고 실효성 있는 사업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선정된 5개 단체가 프로젝트 일정, 프로젝트 요약, 사업개발비 사용 계획 등을 발표한 내용을 기반으로 심사위원들은 순위를 정했다. 대상에 이어 ▲최우수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우리 ’향수‘” ▲우수상 “헤이그에서 온 편지,” “한반도 및 동아시아지역 긴급재해, 재난구호를 위한 초국적 플랫폼 구축” ▲장려상 “남북중경제협력아카데미 IKCA” 프로젝트가 수상했다.

13일 서울시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최종발표회가 진행됐다. 사진=공감만세
13일 서울시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최종발표회가 진행됐다. 사진=공감만세

'청년'이 상상하는 색다른 남북평화

서울시와 공감만세는 지난 8월 7일부터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만19~39세 청년들의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했다. ‘상상공모전’이라는 이름으로, 통해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평화를 위해 의제와 아이디어를 모집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이 걷고 싶은 DMZ(비무장지대) 만들기부터 긴급재해·재난구호를 위한 초국적 플랫폼 구축 사업까지 총 388개 아이디어가 모였다. 388개 중 1차로 30개를 뽑아 아이디어 현실화를 위한 회의 ‘오픈테이블’을 진행했다. 각 오픈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은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고 작업 계획표(워크시트)를 작성했다.

아이디어 선정 과정에는 ▲김경순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부장 ▲김동규 서울시 개발협력담당관 경제협력지원팀장 ▲김미소 피스트레인 대표 ▲이정훈 서울시 청년청 청년교류팀 총괄팀장 ▲이찬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하승창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등이 심사위원으로 함께 했다. 이들은 최종발표회 당일에도 5개 팀의 순위를 정하기 위해 참석했다.

100일간 단계적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선발된 5개 단체는 총 3천만 원의 평화경제를 위한 사업 개발비를 받는다. 대상에는 1000만원, 최우수상에는 700만원, 우수상에는 각각 500만원, 장려상에는 300만원이 돌아간다.

상상공모전을 통해 388개의 아이디어가 모이고, 30개 아이디어가 오픈테이블로 확장됐으며, 최종 5개 아이디어가 선정됐다. 사진=공감만세
상상공모전을 통해 388개의 아이디어가 모이고, 30개 아이디어가 오픈테이블로 확장됐으며, 최종 5개 아이디어가 선정됐다. 사진=공감만세

100일 만에 상상에서 실현 청사진까지

대상을 수상한 “팔도락! 오늘 점심은 함경북도”는 한반도민의 이야기가 담긴 도시락 브랜드를 개발한다. 남북 무형자산인 요리법 교류를 통해 평화협력을 구축하고자 한다. 탈북 요리사 안영자 셰프와 함께 요리법을 개발하고 공동연구한다. 북한 길거리 음식 ‘두부밥’부터 안영자 셰프가 직접 개발한 ‘닭고기 생강조림’까지 등 4가지 메뉴가 마련돼있다. 프로젝트 총괄을 맡은 강주은 씨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사용에 익숙한 2030 세대를 겨냥해,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팔도락으로 바꿔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팔도락 팀은 경쟁 브랜드, 유효시장, 유통업체 등 사업 현실화 과정에 필요한 사전 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내놨으며, 도시락 샘플도 함께 준비해 심사위원들에 선보였다.

“헤이그에서 온 편지”는 한반도를 여행하는 보드게임이다. 게임 속 헤이그 특사에게 전달할 편지와 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남한과 북한을 통틀어 한반도의 여러 지명을 배우고, 위치를 익히는 데 의미가 있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맞춘 내용을 게임으로 제작해 아이들의 흥미를 돋운다. 현직 교사인 김인의 씨는 “게임 제작을 위한 연구는 끝났고, 지리교육과 등 전문가 집단의 자문을 구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우리 ‘향수’”는 남한을 상징하는 꽃 무궁화와 북한을 상징하는 목란의 향을 배합한 향수를 기획했다. 해당 팀은 이날 발표회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시향지를 배부했다. 주요 대상층인 20·30세대가 가치소비를 한다는 경향에 주목해 친환경 라벨지를 이용한 패키지를 만들었으며, 내년 3월 홍보를 위한 전시회 개최를 준비 중이다. 팀원 박한올 씨는 “‘통일을 해야 한다,’ ‘우리는 한민족’ 같은 딱딱한 명제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한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이별’이라는 주제로 이별한 사람들의 물품과 사연을 전시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 서울청년 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청년 스스로 만드는 한반도의 미래, 남북 평화를 위한 다양한 상상과 실행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와 사회적기업 공감만세가 운영하는 프로젝트다. 사진=공감만세
'2020 서울청년 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청년 스스로 만드는 한반도의 미래, 남북 평화를 위한 다양한 상상과 실행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와 사회적기업 공감만세가 운영하는 프로젝트다. 사진=공감만세

학술교류 프로그램을 제안한 팀도 있었다. “남북중 경제협력 아카데미”는 남북한과 중국 청년들이 온라인에 모여 경제정책을 토론하고 학습하는 장이다. 발표를 맡은 심산하 씨는 “미래세대가 주도하는 평화 통일 경제협력 정책참여를 장려하고, 미래세대가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방안을 미션으로 삼는다”고 덧붙였다. 팀원 4명 중 2명은 푸단대 석사과정 중이거나 석사 학위가 있다. 푸단대를 중심으로 북한 청년들을 모아볼 수 있다는 것. 청년 참가자들이 주도적으로 제안하는 정책 모델을 공유하고, 아카데미 졸업생(알럼나이)끼리 교류해 남·북·중 3국 네트워크를 만든다. 총 15회 커리큘럼으로, 내년 7~8월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한반도 및 동아시아지역 긴급재해, 재난구호를 위한 초국적 플랫폼 구축”은 일본 현지에서 이장우 피스윈즈재팬 총괄실장이 원격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각국 ‘재난’에 대한 정보공유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 총괄실장은 “접근성이 낮은 외국어 정보, 파편화된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추후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것까지 고려 중”이라며 “북한 재난 발생 시 돕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을 역임한 하승창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초빙교수. 사진=공감만세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을 역임한 하승창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초빙교수. 사진=공감만세

심사를 맡은 하승창 교수는 "심사위원들과 함께 아이디어 수준에서부터 살피며 30개를 고를 때까지만 해도 창의성에 무게를 두고 사업을 실제로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는데, 오늘 5개 프로젝트의 발표를 들으며 높아진 실현 가능성에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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