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설은 찾아왔다. 이번 설은 코로나 종식을 하루빨리 앞당기기 위한 '거리두기 설'이다. 가족들과 안부를 묻고 각자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번 기회에 흐지부지된 새해 계획을 다시금 세우고, 올해를 알차게 보내기 위한 재충전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이로운넷>은 설을 맞아 올 한 해 활력이 될만한 책들을 추천한다.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책 표지 이미지./사진제공=한겨레출판사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책 표지 이미지./사진제공=한겨레출판사

뮤지션, PD, 소설가, 배우, 감독, 패션모델, 사이클 선수…. 각기 다른 매력과 개성을 가진 1990년대 여성들의 삶이 책 속에 펼쳐진다.

신간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은 최근 2030 세대 여성들이 아낌없이 사랑하고 지지하는 평균 나이 28.4세의 여성 10인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뷰집이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를 통칭하는 ‘MZ세대’의 세계관과 감수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책을 엮은 유선애 작가는 패션매거진 ‘마리끌레르 코리아’의 피처 에디터다. 그는 “199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를 호명하고 새로운 청년 세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그 많은 세대론 안에 내가 만난 90년대생들은 없었다”고 책을 집필한 이유를 밝혔다. “오늘을 살아가는 20~30대 여성들이 왜 이토록 이들을 사랑하고, 지지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새 세대의 가장자리를 더듬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면서.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속 인터뷰이의 직업은 다양하다. 각자 자신이 발 디딘 세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커리어를 일구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온전한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묻는다.

예지, 김초엽, 황소윤, 재재, 정다운(윗줄 왼쪽부터)과 이주영, 김원경, 박서희, 이길보라, 이슬아(아랫줄 왼쪽부터)의 모습./사진제공=한겨레출판사
예지, 김초엽, 황소윤, 재재, 정다운(윗줄 왼쪽부터)과 이주영, 김원경, 박서희, 이길보라, 이슬아(아랫줄 왼쪽부터)의 모습./사진제공=한겨레출판사

△세계에서 가장 재능 있는 뮤지션을 꼽는 영국 BBC ‘사운드 오브 2018’에 한국계 뮤지션 최초로 이름을 올린 ‘예지’ △SF 세계에서 여성이 할 일을 새롭게 보여주는 작가 ‘김초엽’ △데뷔 이래 ‘지금 가장 뜨거운 뮤지션’으로 불리는 밴드 새소년의 ‘황소윤 △평균 조회수 100만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얻은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재재’ △많은 뮤지션들이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하는 비디오그래퍼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정다운’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예지는 ‘보여지는 모습으로 인해 억압받는 여성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는 물음에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이 백인이었고,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나를 좋아하지 않는 상황”을 들며 “만약 누군가 당신을 당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싫어한다면,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이 사실은 나 자신에게도 더 진실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줬다”고 답한다.

△‘메기’ ‘야구소녀’ 등 동시대 여성들과 교감하는 필모그래피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 ‘이주영’ △4번의 한국 신기록과 13번의 대회 신기록을 보유한 ‘대한민국 여자 사이클’ 국가대표 선수 ‘김원경’ △여성 인권, 동물권 등을 패션업계에서 실현하는 실천적 인물이자 수많은 패션 에디터들이 사랑하는 모델 ‘박서희’ △‘소수와 다수의 구분을 허무는 일’을 꾸준히 이룩해오고 있는 영화감독 겸 작가 ‘이길보라’ △국내 최초 글 직거래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이자,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이슬아’도 그 주인공이다.

이주영은 ‘당신은 강한 사람이냐’라고 묻는 말에 “처음에는 내 몫을 내가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누군가가 채워줄 수 있다는 걸 느끼며, 어떤 관계 속에서 내가 모든 걸 다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최근 들어 배웠다. 나 혼자 강해지려 하기보다 곁의 사람들과 함께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이 진짜 강함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라고 이야기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방식대로 일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독자들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끔 한다. 당신이 누구든, 지금 어느 자리에 서있든 스스로를 먼저 사랑하라는 힘 있는 포옹을 건네는 책이다.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유선애 지음. 한겨레출판사 펴냄. 328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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