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을 먹는 순간만큼은 이념을 떠나 맛으로 하나되는 일상을 누리는 한반도민이 되길 희망합니다.”

의식주 중 식(食)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먹방·쿡방이 대세로 떠오른 지 오래됐음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음식을 두루 맛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식도락 여행도 트렌드로 떠올랐다. 

지난 7월 발간한 ‘2019 국민여행조사 보고서’는 4만8000명을 대상으로 관광여행 여행지에서의 주된 활동을 물은 결과(중복응답), 51.9%가 음식관광을 꼽아 자연 및 풍경 감상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음식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곳도 있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 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 역시 뜨겁다.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만찬메뉴로 평양냉면이 등장하면서 ’평양냉면‘과 ’옥류관‘이 일제히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도보다리 친교 산책 후 끝지점에 단둘이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도보다리 친교 산책 후 끝지점에 단둘이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직접 여행을 떠날 수 없다면, 북한 8도 음식을 담은 도시락을 통해 맛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이 같은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팀이 등장했다.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지난 13일, 남북이 음식 레시피를 공유해 한반도민의 이야기가 담긴 도시락 브랜드를 만들자는 ’팔도락‘에게 대상을 수여했다.

이들은 내년 2월까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오픈랩 프로젝트는 청년 스스로 만드는 한반도의 미래, 남북 평화를 위한 다양한 상상과 실행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와 사회적기업 공감만세가 운영하는 프로젝트다.

팔도락 로고./사진제공=팔도락
팔도락 로고./사진제공=팔도락

한반도 팔도 음식의 즐거움, 강 대표 “남북경협사업 시금석될 수 있을 것”

팔도락은 조선 8도를 소재로 해 남북한 공통도인 강원도를 제외하고 각각 행정구역이 8도인 점을 차용해 ’팔도의 즐거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북한 거주민이나 탈북자가 소개한 레시피를 통해 만든 음식을 담은 도시락을 유통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팔도락은 2명으로 구성돼있다. 경영 및 마케팅 분야를 맡은 강주은 대표와 식품 제조 및 개발을 담당하는 이윤정씨다.

이들은 지난 2016년 개성공단 중단을 시작으로 4년간 남북경협사업이 중단된 현시점에 주목했다. 교류협력 부재가 길어지며 재가동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남북의 무형자산인 레시피 교류를 통해 도시락으로 중단된 남북간 경제적인 평화협력을 구축해나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팔도락 사업을 확장해 향후 북한시장을 초기에 파악하고 소비자를 유치함으로써 남북경협사업에 소비자 동향과 인식에 대한 지표를 제시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지역 고유음식과 도시락이라는 가벼운 소재를 통해 많은 이들이 보다 남북평화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한다는 희망을 담았다. 강 대표는 “맛은 이념을 떠나 남과 북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며 “맛과 음식 속에 담긴 도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누구나 거부감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고 밝혔다. 한식조리 관련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하던 팀원 이윤정씨는 우리나라 음식에 비해 관심이 부족한 북한 음식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 싶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발표에서 심사위원들에게 도시락 샘플을 준비해 선보이면서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감염문제로 시식까지는 하지 못했지만, 용기 디자인과 음식의 플레이팅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들었다고 전했다. 추후 음식에 대한 평가 역시 북한에서 먹어본 음식 맛과 비슷하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는 후문이다.

팔도락 강주은 대표./사진제공=팔도락
팔도락 강주은 대표./사진제공=팔도락

도시락상품 수요 증가추세... “색다른 도시락 선사”

1인 가구 비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데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도시락 수요 역시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강 대표는 “도시락에 대한 잠재적 수요는 물론이고 전 연령대 접근성이 높다”며 “이러한 특성을 감안하면 도시락을 통해 남북한의 문화를 용이하게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도시락 상품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강 대표는 다른 도시락 상품대비 팔도락의 차별점으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먼저 프리미엄이다.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도시락으로 만들 계획이다. 또한 나무가 가진 멋을 이용해 기품있는 나무 도시락 용기를 디자인해내겠다고 밝혔다. 특히 도시락 용기는 디자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참고해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디자인 중 결정할 예정이다.

소비자에게 새로움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현재 도시락 시장에서 북한 음식이 담긴 경우는 거의 없다”며 “소비자들이 북한 음식을 통해 새로움과 함께 특별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팔도락을 통해 북한에 대한 좋은 인식 역시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팔도락 도시락 시제품 이미지./사진제공=팔도락
팔도락 도시락 시제품 이미지./사진제공=팔도락

탈북민 이야기담긴 팔도락... 북한음식 전문가와 함께 구성

특장점으로는 스토리가 담긴 도시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도시락에 탈북민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 소비자가 보다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복안이다. 그는 “북한 사람, 남한 사람이 아닌 함경도민, 전라도민과 같은 도민의 일상 이야기가 담긴 도시락을 나누면 친밀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팔도락은 소비자가 직접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할 예정이다. 북한 8도의 도별 대표음식 8개와 우리나라의 음식 8개를 옵션으로 만들어 소비자가 직접 원하는 요리를 조합해 도시락을 구성한대로 담아 배송한다. 도시락의 세부메뉴는 이북 초대소 출신인 북한요리전문가 안영자 셰프의 도움을 받아 구성하고 있다.

팔도락 음식 맛 차별성은 어떻게 강화하겠냐는 질문에 강 대표는 “안영자 셰프님께 부탁드려 직접 요리를 배울 것”이라며 “이외에도 끊임없는 레시피 연구를 바탕으로 북한 음식의 향은 살리면서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기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브랜드 가치 명확히 소개하고파”... 이외 다양한 사업도 고민 중

팔도락은 연말이나 내년 초에 카카오 메이커스나 펀딩 사이트 등록을 시작으로 유통 판로를 개척해나갈 계획을 세웠다. 소비자에게 브랜드 가치를 명확하게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팔도락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도시락뿐만 아니라 맛지도나 레시피 요리책을 제작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아울러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탈북민과 함께하는 팝업 레스토랑 ’가치식탁‘도 함께 진행한다. 다만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목표로 하는 효과를 증폭시키기 위해 적합한 사업 방향성을 찾는 논의는 계속 해나가겠다고 했다. 강 대표는 “남북한 음식교류라는 컨셉은 갖고가되 시장환경 변화에 맞춰 열려있는 자세로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팔도락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같은 언어를 쓰고, 문화를 공유하고 역사를 공유하는 나라는 북한”이라며 “팔도락을 먹을 때만큼은 이념을 떠나 맛으로 남북한이 하나돼 일상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들은 이어 “팔도락은 미래 남북경협사업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소비시장을 구축하고 인식을 개선해 추후 지출되는 사업 비용을 절감해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도 드러냈다. 

지난달 26일 개최된 ‘팔도락, 오늘 점심은 함경북도 어때?’란 주제의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왼쪽 위부터) 김영진 피스메이커, 윤수진 학생, 박양호 학생, 윤채현 학생, 노진호 공감만세 이사, 신병두 전 홍익대 사대부고 교사, 김보미 학생, 강주은 학생, 김민지 마인드 디자인 대표 등 17명이 참석했다. /사진=공감만세
지난 9월 26일 개최된 ‘팔도락, 오늘 점심은 함경북도 어때?’란 주제의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왼쪽 위부터) 김영진 피스메이커, 윤수진 학생, 박양호 학생, 윤채현 학생, 노진호 공감만세 이사, 신병두 전 홍익대 사대부고 교사, 김보미 학생, 강주은 학생, 김민지 마인드 디자인 대표 등 17명이 참석했다./사진=공감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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